소녀일기 vs 엄마일기
1980년생 여자가 쓴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일기 속에서 공통된 스토리를 뽑다.
텔레비젼
1987년 9월 28일
오늘 아빠랑 자전거를 타고 찻길을 건너 전파사로 텔레비젼을 고치러 갔다. 텔레비젼은 이사 올 때 고장이 나서 여기 가도 저기 가도 고치질 못했다. 화면은 안나오고 소리만 났다.
1989년 1월 10일
"와. 5시 30분이다. 텔레비전 틀어"
우리집에는 이 말이 흔한 말이 아니다. 고장난 텔레비전을 고쳐서 보고 있으니까. 그래서 뉴스도 재미있다. 하지만 아빠는 6시면 텔레비젼을 끄기 때문에 텔레비젼을 볼 수 없다. 그래도 오늘 <또래와 뚜리>를 봤으니까 복이다.
2015년 9월 4일.
오늘도 텔레비전 문제로 환희한테 버럭버럭 소리 질렀다. 텔레비젼을 저만큼 좋아하는 아이가 아니었는데 요샌 눈 뜨자마자 티비. 어린이집 다녀오자마자 티비. 저녁 밥 먹을 때까지 티비.
티비 앞에 목을 빼고 앉아있는 여섯살 꼬맹이가 너무 보기 싫다.
"야. 텔레비전 안꺼? 자꾸 그런 식으로 약속 안지키면 티비 갖다버린다! 빨리 그 쪽 방에서 나와!!!!!"
만약 친정아버지가 옆에 계셨다면 이 상황을 두고 뭐라 하실까. 어릴 때 난 텔레비젼이 없거나 고장난 적이 많아 까짓 만화 안보고도 컸는데 '또봇'과 '터닝메카드'가 여섯살 우리 아들을 꼬신다.
아버지가 봤다면 손자편을 들었을지 딸 편을 들며 텔레비전을 껐을지 궁금해진다.
★브런치독자들에게
아버지와 본 텔레비젼.
아들과 싸우게 하는 텔레비젼.
작게 보면 저의 일기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이기에 케케묵은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문창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