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녀일기 vs 엄마일기
1980년생 여자가 쓴 80년대. 90년대. 2000년대. 2010년대 일기 속에서 공통된 스토리를 뽑다.
짜장면
1988년 5월 10일
지연이랑 숙제를 했다. 숙제를 다하니까 지연이 엄마가 둘이 짜장면을 사먹으라고 1,600원을 주셔서 우리들은 중화요리에서 짜장면을 먹었다.
2011년 2월 16일
아침부터 쟁반짜장 생각이 났다. 그래도 양심있는 고객인지라 손님이 붐비는 점심시간대는 피해서 1시 57분에 중국집에 전화를 걸었다. 빨리 오겠지, 생각했는데 좀처럼 안온다. 어설프게 전화하면 방금 출발했어요, 소리를 들을 것 같아 꾹 참았다.
결국 2시 26분에 전화를 걸었다.
<제 주문 잊으셨어요!!!!!!>
'아이고, 죄송합니다. 조금 늦게 출발했네요'
화가 나서 한마디 덧붙였다.
<두시면 손님 없을 시간 아닌가요?>
'오늘 졸업식이 있었습니다. 이거 죄송합니다'
졸업식이 있었다는 말에 온순히 전화를 끊었다. 아직도 졸업식날엔 중국집에 불이 나는가보다. 결국은 잠에서 깬 환희에게 젖을 물리며 오토바이 소리가 들리길 기다렸다.
젖을 물리고 2분 정도 지나니까 골목길에 멈춰서는 부르릉 오토바이 소리. 젖을 황급히 뺐더니 아기는 자지러지게 울고 이건 뭐 졸업식날 쟁반짜장 시킨 죄로 집이 아수라장이 됐다.
아이를 어르고 달래며 짜장면을 먹은 후 배달 그릇을 대문에 내놓고 방에 들어와보니 아기 장난감 여기저기에 짜장이 다 튀었다.
그래. 세상엔 숨길 수 없는 게 세 가지 있다고 하지. 재채기와 사랑과 짜장 튄 거....
1988년. 친구네 엄마가 준 돈으로 먹은 자장면.
2011년. 어느덧 아기엄마가 되어 젖먹이 몰래 시켜 먹은 쟁반짜장면....
작게 보면 저의 일기지만 크게 보면 우리가 살아온 이야기이기에 케케묵은 일기장을 펼쳤습니다. 오늘도 고맙습니다. 문창그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