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제108화 _ 별이 빛나는 밤 ]
"오래간만입니다."
완성된 소설을 들고 아비뇽에 위치한 그들만의 세상 출판사 프랑스 지부를 찾은 세현.
이제는 익숙하기까지 한 출판사 복도를 지나쳐 사무실로 들어섰다.
"아, 임형우...아니, 해세 작가님 아니십니까...! 여기 계속 계셨네요. 한국으로 귀국하신 줄 알았습니다만...!"
사무실 내로 들어서자 분주하게 뭔가를 살펴보고 있던 편집장은 바로 세현을 알아보았다.
"아직 할 게 남아있는데, 돌아갈 수는 없죠...! 고생 많으시죠? 요즘 출판사 분위기는... 좀 어떤가요?"
"예, 뭐... 제일 고생하신 분이 작가님이시겠지만, 저희로서도 이것저것 할 수 있는 데까진 다 해봤 습니다. 다행히 이젠 좀 잠잠해 진 것 같습니다. 참 아이러니 하죠... 이 사건에 대해 대중들 관심이 떨어졌으면... 하면서도, 저희로선 계속해서 독자가 찾아주어야 하는 시스템이다 보니까...”
"그렇죠... 그래도... 별 다른 큰 일은 없으셨다니 다행이네요...정말..."
"우려가 많긴 했는데, 이젠 전처럼 기고 소설도 많이 오고 있고, 뭐랄까, 다시 전체적으로 활기를 찾은 것 같습니다. 잡음들이 걷히고 나니까 처음 기획했던 공모전의 취지대로, 확실하게 독자들에게 임팩트를 준 느낌이랄까요... 수상작 조회 수는 물론이고, 저희 출판사 다른 서적들 판매 부수까지도 올라가고 있거든요."
감사를 해야 할 지, 원망을 해야 할 지, 지금은 세상에 없는 아버지 때문에 생겨난 의혹들을 해명해야 했던 지난 몇 개월...
할 수 있는 모든 방법을 동원한 후, 이제는 시간만이 해결해 줄 수 있을 것이라 믿어 논란이 잦아들기만을 기다렸었다.
'조금 나아져 가고있다' 얘기하는 편집장의 말에 세현은 자신도 모르게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더불어 자신이 견디어 낸 고통과, 기태에게 베푼 용서가 헛되지 않았음이 증명된 셈이었다.
조금은 어색한(?) 안부를 나누고 난 후, 세현은 편집장에게 방문의 목적을 밝혔다.
"저, 오늘은 출간... 때문에 문의 드릴 게 있어서 찾아왔습니다...!"
"출간이요? 아, 수상자 출간 기회 말씀이시군요. 예, 어떤 게 궁금하시죠? 다른 지부에도 아직 출간 신청한 작가는 없으시던데...”
"음...아시다시피... 저는 한국인 입니다. 그렇다보니, 한글로 작업을 하게 됩니다만, 출간을 하게 되면 공모전 때처럼 다른 나라로 보내져 다시 번역이 되는 건가요?"
"아, 그건 아닙니다. 이번부터는 저희 출판사에서의 정식 출간의 형식이기 때문에 공개하자마자 전 세계어로 번역되지는 않아요.
국적이신 나라에 그 나라 글로 발표하면, 주최 출판사의 몇몇 나라의 지부장들이 확인하도록 일단 번역이 되기는 합니다만.”
편집장의 설명이 끝나기도 전에, 세현은 주저없이 품에 꼭 숨겨두었던 자신의 소설 원고 페이지를 꺼냈다. 남자가 들기에도 무거운 묵직한 종이뭉텅이.
"조금... 이르다고 생각 하실지 모르겠습니다. 사실은 공모전 훨씬 전부터 준비하고 있던 소설이 있었거든요.
꽤 오래 걸렸습니다만, 이제 겨우 완성... 했습니다. 이 작품으로...! 이번 공모전에서 주어진 제 출간기회 이용해 보려고 합니다...!!"
"예!? 벌써 새 작품을 내 놓으시는 건가요!?"
편집장은 원고를 받아 들고는 곧바로 한국인 스탭을 호출해 확인 작업을 시작했다.
"해세 작가님을 포함한 이번 수상자의 출간작 같은 경우, 내용면에서 저희는 일체 손을 대지 않습니다. 그저 주신 대로, 약간의 편집 포인트만 곁들여 출간이 진행될 겁니다.
이게... 가져오신 소설 완성본인가요? 그럼 이대로 진행을 해도...?”
"아뇨, 오늘은 절차나 준비를 위한 시간을 알아보기 위해 방문한 거고요, 일러스트를 따로 준비 중입니다. 공모전에서 같이 했던 친구랑 또 협업중이거든요."
"아, 그러세요? 혹시 까뫼씨가 일러스트레이터 의뢰 하셨었다는...그 여자분 말씀이신가요? 그 분하고 또 같이 하시는 군요!! 기대 됩니다!!!"
출판사를 통해 프랑스에서 유명하다는 까뫼 이외에도 다른 기성작가, 동화나 일러스트 업체로 부터도 요청이 있어서 해인을 잘 기억하고 있다는 편집장.
들어서 이미 알고는 있었지만, 공개와 동시에 세상 이곳저곳에서 인정받기 시작한 해인의 그림 실력에 세현은 괜히 어깨가 으쓱했다.
"그 분 그림에는 말이죠... 그 몇 장 안되는 컷들에 뭔가... 따스한 색 같은 감정이 있다고 할까요... 보고 바로 느낌이 전해졌습니다. 다른 일러스트레이터 분들 많이 봐왔습니다만...좀 다릅니다. 말하자면... 음, 그렇지, 아버님 소설 일러스트를 하셨던 분하고 느낌이 비슷하달 까요...”
“아...하하... 그렇겠...죠? 아마...?”
“예? 무슨...?"
“아, 아닙니다...!! 아무튼 잘 부탁드리겠습니다.”
아무것도 모를 편집장에게 의미심장한 미소를 지어보이는 세현.
지금 이 순간, 불과 몇 시간 전에 보았던 해인이 너무 보고 싶었다.
**
"해인아, 어떻게 세현이 소설 전체 이미지, 좀 잡혀가니...?"
"예...! 구조는 파악했어요."
세현이 출판사에 소설 출간을 공지하러 간 사이, 해인과 가게 주인아저씨는 오래간만에 일러스트 작업을 위한 회의를 갖는 중이었다.
서로 읽은 소설의 이미지에 대해 이야기 해보는, 아이디어 전략 회의와도 같은 형식이었다.
이전에 해인에게 그림보다도 글의 흐름 파악을 먼저 강조했던 아저씨.
애초에 먼저 제자를 시켜달라며 따랐던 것도 있었지만, 군말없이 자신을 따라주는 해인에게 조금씩 자신의 노하우를 공개하기 시작했다.
"나도 전엔 삽화만 그렸던 건 아니니까... 뭐라고 딱 정해진 법칙 같은 건 없지만 말야...!
글에는 전체적인 톤이라는 게 있어. 그리고, 그 이야기에서 느껴지는 톤을 시각화 해야 되는 게 일러스트레이터의 일이란 거지...!
무턱대고 스토리만 그림으로 옮겨놓는 건 하수들이나 하는 작업이야...!"
소설을 읽어가는 동안 그림의 유혹을 떨쳐내고 가이드 라인 메모만을 적어두었던 원고 프린트에는 이미 빼곡하게 글씨가 들어 차 있었다.
페이지의 여백에는 선생님의 말씀을 한자라도 놓칠세랴 열심히 꾹꾹 눌러 옮겨 적었다.
"처음, 해인이 그림 봤을 때 말이야...! 세현이 단편 소설 삽화로 들어갔던 그림..."
"예? 아...예..."
"약간... 내가 진행하는 방식같이 그려진 느낌이랄까... 좀 친근했어. 뭐 신인이고 기성이고 떠나서 화가라는 게 다 자기방식이 있게 말인데..."
"아...하하!! 그건 아마 선생님 그림이 제 기준이 되어서 였는 지도 모르겠네요. 제가 선생님 그림 얼마나 연구 많이 했는데요!! 보실래요? 이거?"
해인은 자신이 가진 '그들만의 세상' 소장본을 아저씨에게 보여주었다.
소설의 글만큼이나 빼곡히 들어찬 낙서들.
하나의 일러스트에 관해 연관된 글속의 문장, 떠오르는 관련 이미지 등을 나름대로 예상해서 기록해 놓은 일러스트 설명서와도 같은 모습이었다.
오래되어 바랜 종이, 그다지 깔끔하게 적힌 글씨는 아니었지만 아저씨는 추억에 잠긴 얼굴로 해인이 건내 준 책을 꼼꼼하게 살펴보았다.
"후후... 재밌는 해석들이 많네. 그래서 그렇게 느껴졌나 보다. 해인이 너도 그런 비슷한 스타일인 것 같아서 내 방식대로 해보라고 했던 거야...!"
'나를 닮아가고 있다'
존경하는 스승에게 듣는 최고의 칭찬.
해인은 얼굴에는 미소가 가득 채워졌다.
[ 딸깍 ]
웬일인지, 이쪽에도 흘러나오는 웃음을 참아내는 듯한 뿌듯한 표정으로 세현이 들어왔다.
“어 세현이 왔니? 좀 여유 있게 다녀오라니까, 바로 온 거 같네?”
“아, 예 하핫, 뭐 달리 할 게 있나요? 그냥 일 마치면 바로 오는 거죠!!”
세현은 레스토랑 사무실에서 아저씨와 회의를 하고 있던 해인의 옆으로 와 찰싹 붙어 장난스럽게 해인의 뺨에 자신의 뺨을 부벼댔다.
"다녀왔습니다!! 해인씨!!"
“악, 임씨... 선생님 앞에서 지금 뭐하는 거야...”
“아니, 이뻐서.., 하핫”
“음...중요한 수업 중인데... 선생 나가주랴? 오자마자 왜 이렇게 필 받았어? 오다가 무슨 다른 커플한테 자극받았어?"
“해인이가...아니, 아니에요...! 별거 아니에요...!! 계속해서 수업 부탁드리겠습니다. 그럼 저는 일하러 바로 들어가 보겠습니다.”
새삼 출판사에서 전해들은 해인의 ‘명성’에 신이 난 세현.
돌아와 막상 얼굴을 마주하니 그때의 뿌듯함이 살아나기라도 한건지, 세현은 해인을 으스러지게 안아주고 싶었다.
단편소설을 쓸 때보다도 훨씬 성장했을 해인의 실력.
그리고 자신의 3년간의 결실이 합쳐졌을 때의 시너지 효과가 떠올라 얼굴에서 내내 미소가 사라지지 않았다.
“뭐, 좋은 일 있었나? 쟤 갑자기 왜 저러니?”
“저도... 잘... 오전엔 안 저러지 않았어요? 뭐 잘못 먹었나... 새삼스럽게...”
레스토랑으로 홀로 돌아와 앞치마를 두르고 일을 시작한 세현은 사무실 쪽 작은 창문으로 보이는 해인과 아저씨의 그림 작업을 오며가며 계속 훔쳐보았다.
이제까지 보여준 적이 없었던 두 사람의 예술을 마주한 진지한 얼굴.
이런 게 아티스트들의 집중력인지, 한 치의 흐트러짐 없는 눈빛으로 무언가를 적고, 이야기 해가며 열심히 진행 중이었다.
특히 늘 장난을 치며 허술한 말장난만을 늘어놓던 아저씨의 이런 모습은 꽤나 새로웠다.
아마도 오래 전, 세현의 아버지와 작업을 했었던 그 때의 모습이 아니었을 지...
이제 소설과 관련해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모두 마쳤다는 생각에 갑작스런 한가함을 맞이한 세현.
그러나 바통을 이어받아 작업을 시작한 해인과 분명 해인보다 더 신이 난 것이 틀림없는, 아저씨의 열정적 서포트 덕에 뒷전에 된 레스토랑 일은 거의 세현이 도맡아야만 했다.
아침부터 밤까지...
식사 시간도 아까워 간단하게 빵만으로 때우려는 두 사람의 작업 열정을 세현은 그저 거들 뿐이었다.
그나마 변화를 위해 주방에서 다양한 레시피의 샌드위치를 만들어 바치며 두 사람의 성실한 서포터를 자처했다.
“세현아! 잠깐 이리 와봐!!”
다른 몇명의 직원이 더 있기는 했지만, 오너, 서빙, 주방의 일을 거의 도맡다 시피 했던 며칠사이,
사무실, 작업실, 다시 사무실... 바로 붙어있는 두 공간에서 꾸준하게 이동을 반복하던 안쪽의 두 사람,
한 컷이 완성되어 원작자의 의견이 필요할 때는 언제고 세현을 불러 의도나 방향을 확인했다.
그림에 대해 잘 알지 못한 세현은 컷을 공개하는 매순간마다 놀라움을 감추지 못했지만,
아저씨의 집요한(?) 지도 아래, 냉정을 유지하며 해인은 꾸준히 작업을 진행해갔다.
자신이 쓴 소설이 이렇게도 길었었나... 이 똑같은 일정의 하루하루는 예상보다 길게 이어졌다.
무거운 공기의 예술 기운이 가득 차있는 작업실 공간.
세현으로서는 궁금증이 가득했지만, 자신의 손을 떠난 작품의 재해석이 이루어지고 공간 속, 해인에게 훼방을 놓을 생각따윈 없었다.
그저 신경쓰이지 않도록 내조해 작업에 몰두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해 주는 것.
그것만이 지금 세현이 해인에게 해줄 수 있는 전부였다.
“후우우...”
“힘드니? 업어줄까?”
"에이, 됐어...! 업긴 뭘...”
세현은 해인의 몫까지 레스토랑의 일을, 해인은 본격적으로 이어받은 바통을 결승점까지 이어가려 작업을...
반복되는 하루의 끝은 늘 귀가길의 짧은 수다였다.
“이리와... 해인아!!”
“아, 됐다니까 정말...!!”
하루종일을 그림과 씨름하던 해인이 안쓰러웠는지 무엇이라도 해주고 싶었던 세현은 해인을 강제로 등에 업혔다.
“웃차...!!”
“아, 정말...이 아저씨... 됐다니까요...!! 종일 혼자 일해 놓고선 힘들게 뭘...”
원래부터 작고 가벼워보였던 해인. 많아진 작업량과 걱정들 때문에 끼니도 대충 때우다시피 했던 근래 들어 조금더 야윈 모습이었다.
“제대로 업히긴 한거야? 왜 이렇게 가벼워...!!”
“원래부터 가벼웠어요!! 뭘...!!”
늘어선 가로등 조명으로 다시 두 사람의 무대를 만들어 주고 있는 아를의 밤거리.
울퉁불퉁한 돌들이 박혀있는 구간으로 들어서자, 세현은 혹시나 뒤에 없힌 해인이 불편할 세랴 조심조심 발자국을 내딛었다.
“후우우...”
“어이구, 해인씨, 아까부터 왠 한숨이에요...?”
세현의 목을 꼭 끌어안은 채, 고개를 푹 숙인 해인이 나지막히 입을 열었다.
“처음이지만... 이거 정말... 잘 끝낼 수 있을 지 무서워...! 선생님 덕에 쭉 진행이 되어 가기는 하는데... 언젠가 부턴 이게 지금 잘하고 있는 건가 싶은 생각이 막 들기도 하고..."
세현은 해인의 푸념에 살짝 미소를 머금으며 일부러 아무 말도 하지 않고 기다려 보았다.
무슨 말이라도 나올 줄 알고 세현의 대답을 기다리던 해인은 갑자기 불안함에 푹 숙이고 있던 고개를 들어 세현의 눈치를 보았다.
옆모습으로 슬쩍 보인 세현의 미소.
해인은 멋적어하며 세현의 목을 감고 있던 손으로 세현의 머리채를 강하게 끄집어 당겼다.
“아아악...!!"
“뭐야!? 왜 물어봐 놓고 혼자 실실 쪼개고 있냐!? 또 뭐 놀릴려고 기회 엿보고 있는 거지!?”
“아니...아니...!! 그게 아니고...이거 놓으면 얘기할게...!!”
“쳇…!!”
그제서야 머리채를 잡아당기던 손을 놓아준 해인.
세현은 아무렇지도 않게 이야기를 시작했다.
“매일 매일... 컷 완성될 때마다 나 보여주잖아? 그럼 그 때마다 내 반응 어땠어?”
“어떻긴 뭐가 어때!! 막 오바하면서 놀라고 그러지...!! 그러지 좀 마라 좀!! 그린 사람 민망하게 시리...!!”
“해인이 지금 그리고 있는 소설 원작자 누구니?”
“원작...자? 뭐야, 누군 누구야? 당신이지...!! 뭐 베낀 건 아닐 거 아냐?!”
“정답...! 그럼 얘기 끝 아냐? 아니, 원작자가 볼 때마다 만족스러운 그림을 척척 그려내면서... 뭐가 걱정이라는 거지...?!”
뭔가 잠시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으로 다른 곳을 응시하던 해인은 갸우뚱하며 다시 세현의 머리채를 잡아 챘다.
“아아...!! 왜 또...!?”
“공은 공이고, 사는 사야...!! 틀린 거 아닌 거 있으면 제대로 얘기를 해줘야 고칠 거 아냐...!! 맨날 뭐야, 그림만 보면 우와...! 이러고...”
“알았어, 스톱, 스톱...! 이거 놓으면 다음 답변...”
“훗, 이거 편하네...!! 고삐네 고삐야...!”
다시 세현의 머리채를 놓으며 헝클어진 머리를 재정리 해주는 해인.
“그래, 내가 그림은 잘 모른다 쳐...! 그럼... 이것저것 같이 계획짜서 검토받고 불러서 검사받을 때 아저씨가 뭐라 그러시디?”
“선생님...? 뭐, 별 말 없으시잖아...!”
“오케이...! 그거...! 선생님이 별 말 없으면 패스인거지, 뭐가 걱정이래?”
“아...? 음..."
참 길게 말로 이어지면 이 남자를 이길 수가 없는지.
시덥지 않은 이야기로 시작해 뭔가 깨달음마저 전달해 주는 이 남자한텐 앞으로 말싸움은 안 거는 게 좋겠다...
해인을 업고 있지만 그다지 쳐지지 않는 속도로 집앞에 도착한 두 사람. 세현은 해인이 편히 내릴 수 있도록 상체를 천천히 숙여주었다.
“웃차...! 다 왔습니다. 공주마마...!!”
“어이쿠, 수고했네...! 원작자 양반...!”
해인이 등에서 내리자마자, 갑작스레 뒤로 돌아 해인을 꽉 안아주는 세현.
해인 역시도 가볍게 세현의 허리를 감싸 안았다.
“내가 얼마나 해인이 믿고 의지하는 지 알지? 고생많은 거 알고... 좀 안쓰럽기도 하지만 이제 조금이야...”
“뭘, 몰라도 한참 몰라요, 좌우지간...”
“응?”
“지금이...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제일 즐거운 때야, 이 바보야...!!”
가볍게 해인의 흘러내려온 머리를 귓전으로 쓸어주며 큰 손으로 해인의 작은 볼을 어루만지는 세현.
해인 역시 말똥말똥한 눈으로 코앞까지 다가온 세현의 눈을 바라보았다.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천천히 다가가 살며시 입술을 포개는 두 사람.
깊은 속내를 모두 드러내놓듯, 여운이 남지않을 긴 키스를 나누었다.
유난히 까맣던 아를의 밤.
좀처럼 모습을 드러내지 않던 아를의 별들이 이 날따라 유난히 이곳저곳에서 폭죽처럼 터져주는 듯 했다.
아를의 상징, 고흐의 그림 속 [ 별이 빛나는 밤 ]처럼...
*** 작가의 말 ***
독자여러분
연재 1년여간 ... 함께 해주신 분들께 진심으로 감사드립니다. [우연히, 그곳에서...]는 이제 다음 회차 109화 (3월30일 업로드 예정)를 끝으로 막을 내립니다. 에필로그가 포함된 마지막 회가 될 예정이오니 마지막까지 이들의 여정과 함께 해주시기를 부탁드리겠습니다. 감사합니다.
http://m.novel.naver.com/challenge/list.nhn?novelId=628943&page=1#volume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