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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eyes Nov 19. 2023

[에필로그] 나의 사수를 좋은 어른의 표본이라 보는이유

16년 차 파트장을 보면서 들었던 생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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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에 제가 재밌게 보는 유튜브들이 있는데요,  바로 홍진경, 장영란, 박미선의 유튜브입니다.

MZ세대들에게 폭발적인 반응과 공감을 사고 있는 유튜버들

2021년부터 카카오 TV와 공동 송출을 통해 '배움에는 나이가 없다'라는 주제로 공부왕 찐천재 컨셉을 잡았던 홍진경 (46세), 2020년 DIA TV 주관으로 개설되어 박미선의 다양한 도전을 보여주고 있는 미선 임파서블의 주인장 개그우먼 박미선 (56세), 2023년 4월에 유튜브를 시작해 앞서 언급한 사람들보다 시기가 늦지만 VJ 시절의 입담과 오은영의 금쪽 상담사 등에 출연하며 F형 모습으로 MZ세대들에게 큰 위로가 되고 있는 A급 장영란 채널의 주인장 방송인 장영란 (45세). 

이 3명의 공통점은 '도전 앞에 주저하지 않고 배움을 실행하는데 거침이 없다'는 것입니다. 새로운 분야에 도전하는 것에 주저하지 않으며, MZ세대들과 소통하는 것에 거리낌이 없습니다. 권위의식을 해제한 채 편안하지만 막대할 수는 없는 사람, 인생의 이런 멘토 한 명 있다면 삶이 꽤나 따뜻해지고 다른 결과물을 만들어낼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 만드는 묘한 영향력이 있습니다.


그리고 저희 팀에는 이런 비슷한 기질을 가지고 계신 분이 한 분 있으신데요, 

바로 저희 파트장님이십니다. 


본론 - 롱런하는 사람들은 다르다 

이전에 저희 팀장님께서 20년째 업계 최고라 평가받는 이유에 대해서 기술했던 적이 있습니다. 

고객관점의 사고를 구체화하고 프론트와 백오피스의 로직과 함께 고객 보상 정책까지 고려한 종합적인 대안과 방향성을 항상 마련해 주신다는 점에 매번 귀감이 되고 있다고 말씀드렸는데요. 

저희 파트장님도 팀장님에 못지않은 뛰어난 역량을 가지고 계시고 있지만, 유독 빛나는 부분은 바로 '배우는 것을 주저하지 않는다는 것'입니다. 


파트장님은 14년간 홈쇼핑의 보험 MD로 근무를 해오다 15년 차에 저희 팀으로 오시게 되었는데요. 

보험 상품 역시 고객센터를 관리한다는 점에서 CX 팀과의 업무 접점도가 높아 보이지만, 보험 고객센터의 경우 아웃바운드 위주의 업무와 영업 실적에 대한 도급사간 경쟁으로 인해 보험 고객센터 관리자는 사실상 해당 도급사로부터의 실적을 공유받고 이에 대한 간략한 지침을 주는 정도라고 할 수 있는데요. (회사마다 차이는 있을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일반적인 CX팀의 업무는 다소 다릅니다. 고객센터의 SLA (서비스 평가 지표)를 고도화하기 위해 CX 운영 관리자가 서비스 이용 여정과 소비자 법률 보호 규정, 프론트와 백오피스의 로직, 데이터의 적재과정, 내부 업무 프로세스 중 발생된 병목 현상들을 일일이 들여다보며 때로는 화면 설계서를, 때로는 업무 프로세스 개선안을, 때로는 고객센터 운영 효율화 방안 등의 결과물을 내야 합니다. 절대적으로 많은 양의 다양한 상황 속에서 딜레마 성 문제들을 끊임없이 풀어본 경험이 필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때문에 저희 회사에서 CX 팀의 구성원들은 잘 바뀌지 않습니다. 팀장님과 타 파트의 파트장님, 그리고 그 외 직원들 모두 평균 업력이 10년 이상이며 이 팀에서만 근무를 했던 분들이 태반입니다. 대기업 and 직무 특성 and 전통 대기업의 특성이 더 짙은 저희 회사에서 볼 수 있는 신기한 모습이라고 볼 수 있죠. 


이러한 상황에서 저희 파트장님은 바닥부터 다시 배우는 것을 선택했습니다. 

11년 후배지만, 이 팀에서 5년간 일한 저에게 궁금한 사항을 직접 정리하여 하나씩 메모하고 스스로 학습하셨고 그래도 이해가 가지 않는 부분은 직접 고객센터로 찾아가 상담사들의 업무 처리 프로세스를 견학하기도 했습니다. 급기야 신입 상담사 교육 수강을 자처하며 제휴몰 연동과 같은 복잡한 정채 구조의 경우에는 현업을 담당하는 상담사/관리자들과의 인터뷰를 통해서 배움은 물론 AS-IS와 TO-BE의 방향성을 스스로 수립해 나가기도 했습니다. 


그리고 그 속도는 가히 놀라웠습니다. 타고난 머리가 좋은 사람은 이래서 다른 걸까 싶을 정도로, SKY 출신의 파트장님은 제가 N개월, N 년에 걸쳐 이해하던 문제의 본질을 짧은 시간 안에 파악해 버리셨고 내부에서 진행되던 업무 프로세스의 불합리한 부분과 일부 문서위주의 업무로 돌아가던 보고 체계를 단순화하여 고객센터 관리자들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기도 하였습니다. 


이 가운데 제가 가장 놀랐던 것은 커뮤니케이션 스타일이었습니다.

일부 직원들의 텃새에도 불구하고 본인의 자세를 낮추고 경청하며 '그러니까 조금 더 알려주세요, 제가 아직은 많이 부족한데 더 노력할게요'라는 톤 앤 매너를 갖춰 까탈스럽기 그지없던 사람들조차 무장해제를 시켰습니다. 또한 타 부서와의 의견 대립이 심하거나 충분히 강력한 어조를 통해 저희 팀의 입장을 대변해야 하는 시점에서도, 격양된 반응 하나 없이 '충분히 해당 팀의 입장을 이해합니다. 그래도 다음부터는 저희 팀에 사전 안내는 한 번 해주시면 정말 큰 도움이 될 것 같아요'라는 식의 배려와 요구를 적절히 섞는 화법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먼저 피드백이 일상화되어 있습니다. 애자일, 회고, 이터레이션과 같이 거창하고 대단한 단어를 굳이 붙이지 않고서, 무언가 분위기를 잡고 힘을 들이는 것이 아니라 편안한 일상 대화 속에 상대를 위한 피드백이 녹아져 있습니다. 


이를테면 이렇게 말이죠. 


CASE 1) 업무 공지가 2년간 늦은 팀과의 미팅 후 

1. 특정 영업팀이 사전 공지를 매번 해주지 않아 고객센터의 응대 처리가 매번 늦어짐

2. 2년이 넘는 기간 동안 반복되어 온 상황에 지친 필자, 이 때문에 해당 팀과 업무를 할 때면 반응이 격양되는 경우가 종종 있음

3. 이러한 상황에서 파트장님이 동석한 회의가 열렸고 해당 팀의 팀장님이 다양한 이야기를 늘어놓았지만 필자에겐 다소 궤변처럼 들렸음 

4. 이런 상황에서 파트장님의 피드백은? 

"00 선임 오늘 회의는 어땠어요?" "확실히 00선임이 있으니까 똑 부러지게 우리 팀의 입장을 잘 대변해 줘서 너무 좋은 것 같아요" "다만, 대화를 할 때 끝까지 듣는 모습을 보여줘야 우리가 나중에 더 할 말이 있을 것 같아요. 말을 중간에 끊어서 하는 것은 아무리 우리가 억울한 입장이라 하더라도 괜히 다른 부분 때문에 책잡힐 수도 있으니까요." 


CASE 2) 중간관리자로 성장하기 위해 필요한 요소를 전달하는 시간

1. 필자 뒤로 후배들이 제법 늘었는데, 팀장님 입장에서는 후배들을 잘 못 챙기는 것처럼 보였던 것 같음

2. 필자 입장에선 잘 경청해 주고, 부족한 부분에 대해 도와주고, 길라잡이를 해야 한다는 생각에 갇혀 다소 딱딱하게 대했던 것이 팀장님의 입장에선 '후배들과 사적으로 친해지는데 어려움을 겪는구나'라고 생각하셨을 수도 있음 

3. 업무 외적인 부분이기 때문에 잘못 피드백을 전달하면 뉘앙스가 이상해질 수 있었음

4. 이런 상황에서 파트장님의 피드백은? 

"저는 00 선임님의 업무 실력에 대해서는 더 이상의 피드백이 없을 것 같아요. 어떤 선후배가 와도 스스로 일을 하는 것에 무리가 없으니까요. 다만 제가 걱정하는 건 00 선임님이 중간관리자, 팀장으로 갔을 때에도 좋은 리더라는 평을 받을 수 있는지, 그리고 이런 부분에 대해서도 생각을 해보았는지가 궁금해요. 회사생활을 언제까지 할지는 모르지만 회사 내 중역 관리자가 되던 내 회사의 대표가 되던, 결국 리더십은 같이 함께 하는 동료들의 지지로부터 나오기 마련이니까요. 그리고 그런 지지는 반드시 개인이 일을 잘한다고만 해서 채워지는 것이 아니고 친화력이 함께 수반되어야 채워진다는 것이 저의 지난 경험이었어요. 승훈 선임이 이런 부분을 함께 고려해 주면 아마 더 좋은 관리자가 되지 않을까 싶어요" 


그리고 상대방의 의견을 끝까지 들어줍니다. 일하다 보면, 자신의 의견을 먼저 주지 시키기 위해 애쓰는 관리자 분들을 많이 보게 되는데요. 저희 팀장님과 파트장님 모두, 자신의 입장과 전혀 다른 의견이라는 것을 이미 감지하셨음에도 불구하고 일하는 6년 동안 단 한 번도 말을 중간에 끊으신 경우를 본 적이 없습니다. 그리고 자신과 반대의 논지를 펼칠 때는 무조건 반박에 대한 합리적인 근거를 마련해 두고 추후 의사 결정에 도움이 될 수 있는 단서를 제공해 주십니다. 


파트장님의 친화력 또한 눈여겨볼 커뮤니케이션 역량 중 하나입니다. 상대의 매력을 잘 끄집어내서 회식 때나 점심 식사, 티타임 때 '이런 부분이 강점인 것 같다'라는 칭찬을 스스럼없이 한다거나 현재 자신이 가지고 있는 개인적인 고민을 토로해 빠른 시간 안에 라포를 형성하는 것도 꽤나 주목해 볼 만한 부분이었습니다. 일한 연차만 놓고 보면 충분히 세대차이나 거리감이 느껴질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친척 누나, 원래 알고 지내던 친근한 이모, 엄마나 아빠에게 혼나고 오면 다정하게 다독여주며 다음에 내가 어떻게 하는 것이 옳은지 알려주는 '멘토이자 코치' 같다는 생각을 들게 하곤 합니다. 


마지막으로 직원의 경력개발을 지원하며 성과에 대해 함께 생각해 줍니다. 파트장 (사수)과 팀원의 관계로 있었던 지난 2년간, 개인적으로 커리어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시점이었습니다. 슬럼프라고 할 만큼 CX 분야에 대한 업의 고민, 나아가 제 삶의 방향을 어떤 쪽으로 드라이빙하며 원동력을 끌고 나가야 할지 등 힘든 순간들이 몇 번 있었는데요. 그때마다 저희 파트장님은 이렇게 말해주었습니다. 

(상황 1 ) 특정 회사 N곳을 합격한 것을 파트장님께만 먼저 털어놓음. 해당 회사의 직무는 백오피스 기획 직무
(답변) 제가 00 선임님이라면 갈 것 같아요. 아니, 내 동생이었다면 한 번 부딪혀보라고 말하고 싶어요. 인생을 길게 산 것은 아니지만, 저는 항상 가슴 한편에 이런 후회가 있어요. '왜 젊은 날에 더 도전해보지 않았을까, 왜 그때 좀 더 변화를 일으켜볼 만한 시도들을 해보지 않았을까'라고 말이죠. 그래서 저는 00 선임님이 부러워요. 그런 도전을 이어나갈 수 있고, 그런 도전을 즐겨하고, 선택의 고민이 행복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부분이요. 그리고 항상 이점을 생각하면 좋을 것 같아요. '내가 회사에서 배운 것들을 가지고 회사라는 명함을 지운채 홀로서기를 할 수 있느냐, 사업을 할 수 있을까'라는 부분이요. 

(상황 2) 특정 회사 N곳을 합격했으나 동일한 CX 직무에 해당.
(답변) N개 회사 모두 많은 사람들이 너무나 가고 싶어 하는 곳들이지만, 일전에 말했던 것을 한 번 더 고민해 보면 좋을 것 같아요. 00 선임님이 CX를 통해서 평생의 머니 파이프를 구축할 수 있을 특정 스킬을 채울 수 있다고 한다면 GO, 그게 아니라면 저는 좀 더 다양한 분야의 도전을 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아요. 지금 시점에서 저 회사들로 가게 되면, 아마 00선임은 꽤나 오랫동안 CX직무만 해야 할 거예요. 그래도 괜찮아요? 

자신의 경험을 빗대어 지난날의 후회되는 점을 명확하게 회고하고 계셨던 파트장님의 조언은 그 어느 때보다 빛과 소금 같았습니다. 어쩌면 모든 사람들은 자신의 삶과 미래, 그리고 커리어에 대한 자기만의 공식과 답을 가지고 있을 테지만, 그런 고민을 토로하는 이유는 '확신'을 받고 싶어서라고 봅니다. 그리고 그런 지점을 파트장님은 누구보다 가장 잘 알고 있는 것처럼 보였죠.


결론 - 궁금해지는 파트장님의 목표

이쯤 되면 파트장님의 커리어나 인생의 최종 목표가 궁금해질 수 있는데요. 현재 파트장님의 목표는 '-ing'라고 합니다. 

제가 00 선임님을 보면서 부러운 것은 자신이 무엇을 좋아하고, 하고 싶은 것이 있고, 그리고 그것을 구체화하기 위해 끊임없이 노력한다는 점이에요. 저는 결혼도 했고, 두 아이의 엄마이기에 어쨌든 직장생활을 이어나가고 있지만 제가 정말로 무엇을 잘하는 사람인지는 여전히 고민 중이랍니다. 또한 회사 생활을 얼마나 오래 할 수 있을까도 한 편으로 고민하는 시점이에요. 10년 넘게 해온 MD를 등지고 새로 온 이 팀에서 여전히 배울 것들이 산적해 있는데 무엇을 통해 나 자신을 증명해 낼 수 있을까 하고 말이죠. 그렇다고 팀장이 되기엔 그 왕관의 무게가 너무나 무거워 보이고, 팀장이 되지 못한다고 하니 뭔가 후져 보이는 것은 싫고.
이런 양가의 감정을 가진 상태랍니다. 

어렵게 꺼낸 파트장님의 고민을 듣고 한 편으론 감사하단 생각을 했습니다. 

후배 사원에게 하기 어려운 말임에도 불구하고 앞서 말씀드린 '부드럽고 편안한 커뮤니케이션 스타일' 덕에 이런 사적 고민까지 들을 수 있었다는 것, 그리고 저 실력과 연차와 역량을 가지신 분들도 때에 맞는 고민을 하고 계시는구나라는 생각을 할 수 있게 되어 알 수 없는 편안함을 느끼기도 했습니다. 


제 코가 석자지만, 조심스럽게 파트장님의 미래를 예상해 본다면 '결국 답을 찾을 것'이라고 봅니다. 

어느 순간부터 저도 특정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산다라는 마음을 저버린 상태입니다. 삶을 살아가는 데 있어 큰 방향성을 설정해 두고, 제 앞에 주어지는 하루하루에 충실하며 새롭게 접하게 되는 기회를 거절하지 않으며 그러한 기회를 만들어 내기 위해 재밌어하는 분야와 싫지만 해야 하는 분야들을 미리 공부해 두는 훈련을 통해 이전에 겪어보지 못한 새로운 차원의 경험들이 제 눈앞에서 펼쳐지고 있는 요즘입니다. 


그리고 저 보다 더 뛰어난 리더십과 좋은 어른이 갖춰야 할 조건들을 두루 갖춘 파트장님이라면 그리 멀지 않은 시간 안에 자신에게 딱 맞는 답을 찾지 않을까 싶습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저희 파트장님의 1년, 2년 후가 더 궁금해지기도 하네요. 


팀장님과 파트장님에 대한 글을 정리하고 보니, 제가 회사생활을 참 축복과 은혜 속에서 해왔다는 생각이 드는 밤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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