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3개월 간의 출판 여정기
책을 쓰기 시작한 건 지금으로부터 1년 3개월 전,
출판사의 어느 마케팅 팀장님의 제안으로부터 시작되었다.
그 인연의 시작은 취업 멘토링 플랫폼의 질문과 브런치의 제안하기를 통해서 이루어졌고
출판 제의 미팅과 수락, 그리고 집필까지 걸린 시간은 그리 오래 걸리지 않았다.
당초 계획되었던 6개월이란 일정보다 많이 늦어졌지만,
MBA와 직장생활을 병행하고 다른 사이드 프로젝트를 하면서 집필을 하는 것은 거의 살인적이었다.
책을 집필하지 못하지는 않을까 걱정하기도 했고 경력이 부족한 내가 책을 쓰는 것이 맞는지
수백 번을 의심하였으며 참조하여 작성한 책의 내용이 행여 표절이나 짜깁기에 지나치지 않는다는
비난을 받지는 않을지 노심초사했다. 악몽도 여러 번 꿨고 집필기간 동안 위장 장애를 달고 살았다.
성격이 원체 예민 한터라 그런 것도 있지만 집필이 끝나고 나선 위장 장애가 거짓말처럼 낫기도 했다.
그리고 9월 2일, 단독 저자로 살아가고 싶다는 평생의 소원을 이룬 나의 기념일이자
설렘과 불안, 기대와 불편 그 어디 즈음의 감정의 경계선에서 많은 사람들의 축하를 받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 이 기쁨을 만끽하지 못한 채 책 판매와 홍보라는 현실적인 환경에 부딪혀 내가 하기 위한
다양한 노력들을 수행하고 있다.
늘 그래 왔던 것처럼, 글쓰기는 나에게 불안을 달래는 창구이자 나를 반추할 수 있는 거울이기에
오늘도 끌어 오르는 밤 감수성에 이끌려 지난 1년 3개월의 집필 과정을 서술해보고자 한다.
오늘의 주제는 '그래서 어떻게 직장인이 책을 쓸 수 있었을까'라는 것에 초점이 맞춰져 있다.
'원래부터 글을 쓰는 것을 좋아했을까?'라고 누가 묻는다면 '귀찮지만 해야 하는 것이었고,
하다 보니 결국 취미가 되어버린 경우'라고 말할 수 있다.
초등학생 때는 횟수는 많진 않았으나 잘 백일장 대회에 나가 글짓기 상을 타오기도 했고 했다.
중학생 때는 글을 쓸 일은 없었다. 독후감 과제만 열심히 했고 그 과정이 좋았던 것 같지는 않다.
고등학교 때는 대입 논술과 면접에 미쳐있었다. 대학 원서와 고대 철학 지문, 비문학 지문을 활용해
글의 맥락에 깔려 있는 배경지식을 아는 것이 재미있었고 풋내기 청소년이었지만 전문가에 가까워진다는
사실이 꽤나 흥미로웠다. 기승전결의 구조를 갖춰 논술을 쓰는 것은 늘 어려웠지만, 출제자의 방향에 맞게
비문학 글 한 편을 완성한다는 게 나를 발전시키는 과정 같아 재미있었다. 그리고 논술보다는 면접을 좋아했다.
대학생 때는 공모전과 하루5분연구소 활동을 통해 원 없이 글을 썼던 것 같다. 공모전은 논리와 분석력을 요하는 기획서를, 하루5분연구소에서는 카드 뉴스 콘텐츠를 공장처럼 만들어내면서 글쓰기는 내게 '귀찮았지만 취업과 성장을 위해선 해야 하는 것'으로 생각했다.
취업 후, 글쓰기를 놓을 줄 알았다. 하지만 지난 삶을 살아온 과정을 떠올려보니 돈들이지 않고 취미로 즐기고 있는 것이 2가지 있었는데 필사와 메모였다. 기획서와 카드 뉴스에 실을 문구를 찾다 보니 책이나 잡지, 하다못해 유튜브 콘텐츠에서도 좋은 글귀나 멋진 문장을 보면 그대로 노트에 적는 연습을 했다. 그리고 생각이 복잡하거나 마음이 불안할 땐 무심한 노트 한편에 하염없이 내 생각과 감정을 써 내려갔다. 이건 군대 때부터 생긴 습관인데 '글쓰기=감정의 해우소'가 된 셈이다. 마치 싸이월드 다이어리에 손발이 오그라드는 일기를 적는 것과 같은 이치다. 글쓰기가 감정을 정리하는 수단이 되면서 평정심을 되찾고, 순간적인 몰입력이 올라가기도 했다.
그리고 2019년, 우연한 계기로 하루5분연구소라는 이름이 아닌 나의 이름으로 정보성 콘텐츠를 제작하게 되었다.
현재 커넥츠는 ST 유니타스가 운영하는 학원의 브랜드 명이 되었지만, 출시 당시 취업, 창업, 다이어트, 약학, 로스쿨 등 아이부터 어른까지 모든 영역을 아우르는 전 국민 공부 앱으로 등장하였다.
여기서 나는 회사 동기의 계기로 '취업'과 '창업(3번의 창업 시도 경험 덕분)'에 대한 멘토로 활동하게 되었고,
월 8건 이상의 콘텐츠를 공급해야 하는 역할을 맡아 여러 글들을 썼다. 소정의 건당 원고료를 받을 수 있다는 사실과 함께 평소 남에게 좋은 정보를 제공하고 도움을 주고 싶은 '오지라퍼'였던 나에겐 아주 좋은 기회였다.
그렇게 약 8개월이 넘는 활동을 하면서 꽤나 많은 콘텐츠를 발행하게 되었고, 서비스가 쇄락의 길을 걷게 되면서 어렵게 발행했던 나의 콘텐츠들도 함께 사장되고 말았다.
그로부터 몇 개월 뒤, 문득 이런 생각을 했다.
'몇 년 전에 브런치를 개설해둔 게 있는데 기존에 발행했던 글들을 한 번 옮겨볼까?'
커넥츠에 발행했던 글들을 브런치에 옮겨야겠다고 생각한 당시엔 별다른 생각이 없었다.
그저 내 콘텐츠가 좀 더 많은 사람들에게 확산될 수 있는 방법은 없는지,
내가 취준생일 때, 사회 초년생일 때 현직 선배들을 보며 받았던 도움을 누군가에게 돌려주고 싶었던 생각이 컸다. 그렇게 하나둘씩 공유를 해나가기 시작했다.
동시에 취업 멘토링 플랫폼에서도 온라인 멘토링 활동을 계속해서 이어나갔다.
2018년부터 꾸준히 해온 멘토링은 온라인 멘토링에서 온라인 강의로 이어졌고,
연간 15회가 넘는 강의를 하는 동시에 잇다에서도 취준생에게 도움이 될만한 정보를 따로 추려
에세이를 작성하기 시작했다.
2020년 1월에는 입사 3년 차에 나의 본 업무인 CS/CX 기획에 대한 글을 작성하기 시작했다.
앞서 언급했던 여러 글쓰기 활동과 멘토링 경험을 바탕으로 취업 준비생뿐만 아니라 같은 직무로 일하는
사람들을 위한 콘텐츠를 만들고 싶었다. 업무에서 배운 것들을 정리하기 위한 목적도 있었지만,
무엇보다 당시 미개척 영역이었던 CX 분야에서 사람들이 조금이라도 덜 헤매길 바라는 마음이 더 컸다.
그리고 2020년 11월,
나의 인생을 뒤바꿔놓은 제안을 한 가지 받게 된다.
2020년 11월, '모티노'라는 한 유튜브 제작 연합 동아리의 출연 제의를 받게 된다.
모티노는 현업에서 다양한 진로를 선택해 저마다의 길을 걷고 있는 현업자들을 인터뷰해 취준생과 사회초년생들에게 방향성을 제안하는 영상을 만드는 곳이었다.
채널의 구독자 수는 1천 명 남짓하였고, 내가 출연하기 전까지의 영상들을 보면 잘해봐야 조회수가 1천 내외였다. 처음으로 받아본 유튜브 출연 제의에 설레기도 했지만 주변인들의 반응은 그리 긍정적이진 않았다.
'구독자도 적은 곳에 출연해서 뭐하러 시간 낭비해?' '어차피 사람들이 관심도 없을 텐데 출연한다고 너에게 득 될 게 있어?' '출연료는 받니?' 등 경제적으로 보나 의미로 보나 출연하지 않는 것이 낫다는 것이었다.
하지만 나는 결국 출연을 선택했다. 이유는 단 한 가지. 그냥 내가 가진 얄팍한 지식과 경험이라도
누군가에게 도움이 된다고 한다면 그것 자체만으로 좋았다. 출연료도 없었고, 선물도 없었지만 대학생들끼리 모여 좋은 영향력을 끼치기 위한 영상을 만든다는 그 도전과 시도 자체를 내 방식대로 응원하고 싶었다.
그런데 놀라운 결과가 펼쳐졌다.
'서비스 기획'이라는 단어를 유튜브 검색 창에 입력하면 내 영상에 가장 상단에 먼저 뜬다.
조회수는 1만을 훌쩍 넘겨 현재 기준 조회수 3만이 넘는다.
모티노는 2021년 3월 이후 더 이상의 영상을 올리진 않지만, 아직까지 나의 영상은 남아 있다.
이렇게 만들어진 영상은 나에게 무수히 많은 기회를 가져다주었다.
취업 멘토링 시 이 영상을 보고 온라인 클래스를 신청하게 되었다는 멘티,
각종 강연 제안 시 이 영상을 보았기 때문에 강의를 진행하는데 무리가 없을 것이라는 신뢰,
그리고 출간 제의라는 좋은 기회를 바로 이 영상 덕에 얻을 수 있었다.
이 영상이 업로드된지도 벌써 2년이 다되어 가지만, 여전히 사람들은 이 영상을 나의 대표 영상으로 봐준다.
영상을 찍고 난 이후에도 나는 브런치를 손에 놓지 않았다.
물론 글을 오랜 시간 안 쓴 적도 있지만 아예 멈추지는 않았다.
글 쓰는 습관이 중요해 남들은 1일 1회, 주 1회 등 주기를 정하는 것이 좋다고 말했지만
나의 성격상 하고 싶은 말이 없으면 나조차도 읽기 싫은 글이 나오기 때문에 글감이 생기면 브런치를 켰다.
이렇게 하나둘씩 쌓인 글들은 전자책 출간 제의와 오디오북, VOD 클래스 론칭 제안으로도 이어졌다.
▼ 수도권대 출신으로 7회의 인턴 경험이 가능했던 노하우 전자책
▼ 유통사 서비스 기획자가 되기 위한 취업 정보 오디오 북
▼ 다양한 기업 경험을 통해 주니어가 스스로 성장할 수 있는 방법을 담은 VOD 클래스
그리고 2022년 9월, 나의 이름으로 된 책까지 만들 수 있었다.
4년간의 멘토링 경험과 CX 기획자로써 서비스 기획을 공부하고 연구했던 나의 5년 동안의 직장생활의
업무 노하우를 담은 책을 감히 발행하게 된 것이다.
4년간의 장황한 지난 삶을 회고하면서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그렇다고 요즘 사람들이 환호하는 기업에 소속되어 있지 않은 내가 어떻게 책을 출판했을까를 정리해보면
다음과 같이 정리해볼 수 있다.
하나, 모든 활동은 타인에게 도움을 제공하기 위한 목적이 우선시된다.
글쓰기를 취미로 가지게 된 것은 나를 되돌아보고 감정을 추스르며 평정심을 유지하기 위한 목적이었지만,
특정 플랫폼에 글을 쓰기로 결심한 이후 나의 방향은 늘 '타인에게 좀 더 도움이 되자'는 것이었다.
읽어본 적은 없지만, 최근 유튜브에서 화제가 되고 있는 책 <기브 앤 테이크>에도 언급되었던 '기버'로써의
삶을 최대한 추구하려고 한 것 같다.
둘, 어떤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아주 작은 사소한 행동부터 하면 된다.
단독저자로의 출판은 나의 숙원 사업이자 평생의 소원이었다. 내가 생각했던 것보다 훨씬 더 빨리 책을 출판하게 되어 무척이나 부끄럽지만, 언제 가는 꼭 출판하겠다는 마음을 먹으며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생각했다.
그중 나는 글쓰기를 선택했고 테마를 정해 독자층이 많지 않더라도 시장에서 해결되지 않는 고민들을
콘텐츠로 공급하는 역학을 자처하겠다고 다짐했다.
셋, 목표를 이루고 싶다면 최대한 잘게 쪼개야 한다.
1년 3개월의 출판 기간 동안 우여곡절이 많았고 앞서 언급한 것처럼 회사 일정과 MBA 과정을 병행하는 상황에서 책을 쓰는 것은 높이가 가늠되지 않는 산을 올라가는 느낌이었다. 이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시간과 목표를 매우 쪼갰다. '출근 전 30분만 원고 쓰고 나가자', '회식 후 집에 돌아와 힘들더라도 30분은 퇴고하자' 등과 같이 나 스스로에게 아주 작은 세부 목표들을 부여했다. 그리고 이렇게 잘게 쪼갠 목표는 심리적인 부담을 최소화하고 게으른 완벽주의자들로 하여금 패배감을 최소화하는데 아주 효율적이기도 하다.
일전에 관련된 글을 작성한 적이 있는데 상세 방법은 아래의 글을 참조해주길 바란다.
주니어 기획자 또는 예비 기획자를 꿈꾸는 이직자/취준생들을 위한 책이다.
CX 기획자이지만, 서비스 기획과 관련된 프로젝트를 담당하며 터득한 업무 노하우와 필요 지식들을
간추려 정리해두었고 기획자가 되기 위해 꼭 보면 좋은 책과 각종 사이트 (북마크) 정보들을 담은 책이다.
어찌 보면 뻔한 내용이지만, 서비스 기획 직무 시장이 각자 도생해야 하는 터라 '쉽게 써진 입문서'를
찾는 취준생/주니어 기획자들을 보면서 답답한 마음에 책을 출판하게 되었다.
책 서문에 나오는 머리말은 실제 우리 팀에 입사한 1년 차 막내를 생각하며 쓴 내용이기도 하다.
▼ 책 링크는 다음과 같다.
예스 24 : https://bit.ly/1000gs_53_yes
교보문고 : https://bit.ly/1000gs_53_kb
알라딘 : https://bit.ly/1000gs_53_al
말이 길었지만, 나 같은 별 것 없는 사람도 책을 쓴다고 했을 때 이 글을 읽는 누군가 또한
꾸준함과 타깃 독자에게 적합한 키워드만 도출할 수 있다면 아마 어렵지 않게 책을 집필할 수 있을 것이라고 본다.
전국에 있는 예비 저자들, 출판이란 단어를 가슴 한 켠의 버킷리스트로 두지 말고
움직이는 계획으로 만드는데 이 글이 도움이 되길 간절히 바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