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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beyond eyes Jan 08. 2023

6년 차 기획자가 바라본 민희진에 열광하는 이유

내 멋대로 하루 밑줄 

※ '하루 밑줄 시리즈'는 제가 직접 보고 읽었던 아티클과 글을 한 번 더 곱씹어 보는 콘텐츠입니다. 

(그냥 게으른 제가 한 번 더 보려 만든 말도 안 되는 시리즈인 건 안 비밀입니다)



바쁜 분들을 위한 3줄 요약

▶ 오늘의 링크 : 비애티튜드 

1. 자기만족과 자기 검열의 사이에서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해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 

2. 분야를 막론하고 성장은 '해체'를 먹고 자라난다고 생각한다. 

3. 거창한 목표보다 호기심이 가장 큰 성장 동력이 될 수 있다. 





들어가기


신년이 되고 다니 마음의 부담이 벌써부터 커졌습니다. 

빼박 30대 중반, 6년 차 직장인이라는 이 숫자는 인간의 성숙함과 지식의 풍부, 직무의 세련됨을 갖춰야 한다는 사회적 시선과 함께 '그래서 너 뭐해먹고살래?'라는 질문으로 이어지기도 합니다.

동시에 내가 지금 것 해온 일들을 바탕으로 얼마나 더 나은 부가가치를 창출할 수 있고, 최소한의 사람들이 환호할 수 있는 나만의 작은 비즈니스 모델을 만들 수 있는지 검열을 하는 단계이기도 합니다. 


불안과 걱정으로 시작된 고민이 아닌, 손에 쥔 도구는 없지만 산출물을 만들어내는 기획자가 

시니어의 단계로 접어들었을 때의 선택지는 분명합니다. 자신의 제품을 만들고 운영하는 역할을 담당하거나, 프리랜서 기획자로써 다양한 기업의 프로덕트 산파가 되어 좋은 프로덕트의 기준과 이정표를 시대의 변화에 맞게 체계를 갖춰나가거나. 이 중 어느 것도 선택하지 못했다면 '40대 명예퇴직'이 자연스러운 요즘, 그 기획자는 후배의 기획자에 의해 쉽사리 대체되고 말 것입니다. 


본문

ADOR의 대표 민희진은 15년 만에 평사원에서 총괄이사까지 오른 전설의 직장인으로 불립니다. 

대중들이 그녀의 삶에 대해 관심을 갖는 이유는 다양합니다. 'F(X)의 핑크테이프를 만든 장본인', 'K팝의 새로운 컨셉을 정의 내리고 혁신적인 아티스트 브랜딩을 제안한 것', '소녀시대를 필두로 SM의 황금기를 연 장본인', '연봉 N억 받는 직장인' 등처럼 시각적이고 결과론적인 입장에서 많은 성과를 얻었기 때문이죠. (저 또한 민희진 대표 덕에 F(X) 성돌이었다는 건 부정하지 않을게요)


하지만 유퀴즈 출연을 계기로 그녀를 바라보는 시선이 좀 더 넓어진 것 같습니다. 

마냥 크리에이티브할 것 같은 그녀는 '책임감'의 무게를 잘 아는 사람처럼 보였습니다. 아티스트의 결과물을 만드는 수많은 고민과 대중의 복잡한 심리를 검드리는 과정에서 '정반합'이라는 자신만의 논리를 가지고 있었고, SM 내에서도 반신반의하던 사람들을 설득하는 과정까지 거쳤다고 하는 그녀. 그래서 유퀴즈 인터뷰 중에 유독 도드라지게 표현하는 단어는 바로 '자기 증명/자기 검열'이었습니다. 


없는 길을 걸어가는 그녀의 외로운 책임감, 유퀴즈 인터뷰 중에서

유퀴즈에서 나온 민희진의 모습은 신비의 포켓몬 (뮤츠)을 보는 듯한 느낌도 있었지만, 

그동안 얼마나 결과적으로 그녀를 우리가 대하고 있었는지를 반성하는 계기가 되기도 했습니다.

좀 더 많은 내용을 듣고 싶었던 찰나, 작년 4월 비애티튜드 매거진에서 나온 민희진 인터뷰 기사를 보게 되었습니다. 


여기, 

기획자들과 직장인 5년 차 이상이신 분들이 좋은 문장들을 꼽아 보았습니다. 


인터뷰의 밑줄 1 

질문 1)  K팝 성공 공식에서 자주 말하는 시각적인 강점에서 희진 님이 차지하는 지분은 굉장히 크다고 느낍니다. 주류 K팝 디자인에도 어떤 흐름이라는 게 생겼고요. 스스로 생각할 때 K팝 산업에 기여한 바는 무엇이라고 분석하시나요?

답변) 동 시대성 측면과 가시성의 관점에서 여전히 주요하기 때문에 이러한 시각 요소가 진정한 강점으로 발현되기 위해서는 사실 시각 외의 영역에 대한 이해와 지능적인 융합이 필수라는 사실을 인지해야 해요. 시각적인 부분만 따로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거죠. 업의 근본에 대한 이해를 바탕으로,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과 결합을 기반한 새로운 시도만이 오히려 새로운 시각 문화의 지평을 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어요.
[나의 밑줄]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과 결합을 기반한 새로운 시도만이 오히려
새로운 시각 문화의 지평을 열 수 있는 단초가 될 수 있어요.


[나의 생각]

기업에 소속되어 끊임없이 프로덕트를 개선해 나가건, 자신만의 프로덕트를 새롭게 꾸려나가든 간에 결국 '주류'가 되기 위해선 비즈니스 모델의 확장을 고려해야 한다는 것을 다시 한번 곱씹어 봅니다. 어떤 형태의 기획을 하던지 간에 비즈니스 기획이 첫 번째가 되는 이유는 바로 이 때문인데요. 아무리 좋고 예쁘고 멋진 기획이라 할지라도 상업 기획을 하는 사람이라면 대중의 선택을 받느냐에 영향을 받기 때문입니다. 


그런 점에서 민희진은 기획이 가진 힘을 넘어 자신만의 가진 예술관, 그러니까 나의 가설을 절대 편협한 시각으로 바라보지 않기 위해 항상 '본질'을 생각하는 사람처럼 보인 것 같습니다. 






인터뷰의 밑줄 2 

질문 2) 대화에 앞서 아트 디렉터, 크리에이티브 디렉터, CBO, 레이블 대표에 대한 용어 정리가 필요하지 않을까요? 저희가 알고 있는 것과 희진 님이 생각하는 간극을 줄이고 싶어서요.

대답) 제겐 직함이나 타이틀이 중요해지지 않은지 꽤 됐어요. 조직 내에서 역할이라는 개념은 분명 중요해요. 하지만 자발적이라는 전제하에 업무 수행 영역이 애초에 주어진 역할 이상의 것이 되는 순간, 타이틀은 이미 의미를 상실하고 오히려 걸리적거리는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어요.

명확한 목표나 목적을 성취하려면 본연의 업무 이상의 것들이 필요해지기 때문에 역할의 확장은 자연발생적으로 생겨나기 마련이고, 오히려 억지로 만들어내기 어려운 개념이라고 생각해요.
타이틀은 조직 내 업무를 수행하는 과정에서 효율성을 위해 필요할 수 있지만, 그렇다고 그 자체에 연연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해요. 중요한 건 개인의 의식 수준이겠죠.
[나의 밑줄]
 타이틀은 이미 의미를 상실하고 오히려 걸리적거리는 방해 요소가 될 수 있어요.(중략)
중요한 건 개인의 의식 수준이겠죠.


[나의 생각]

PM/PO/서비스 기획자 등 지금은 그나마 덜하지만 서비스 기획 직군에서 용어 논란은 한동안 계속되었습니다. 회사마다 다르고, 글로벌 기준과 국내 기준이 다르기에 최근에는 서비스 기획을 가르치는 교육기관이나 부트캠프에서도 '참고'정도만 알아두라고 하는 정도인데요. 


직장인이건 창업을 하건, 코파운더가 되어 스타트업의 초기 멤버가 되던지 간에 반드시 숙지해야 할 태도가 아닐까 싶습니다. 타이틀에 얽매이고, 업무 R&R에 얽매여서 자신의 성장의 한계를 빠르게 매듭짓는 것. 그것만큼 성장을 방해하는 경계가 또 어디 있을까 싶기 때문입니다. 

곧 죽어도 자신의 워라밸과 자신만 생각하는 일부 이상한 MZ를 비꼰 SNL의 <MZ 오피스>

분야를 막론하고 성장은 '해체'를 먹고 자라난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이 하고 있던 업의 본질을 분해해 다시금 조립해 보고, 본질을 찾아가는 과정에서 차이를 발견하며, 그 차이의 이상향은 어디인지 목표라는 것을 잡아본 다음에, 그 격차를 실행하기 위해 필요한 일련의 계획들을 하나씩 수립해 가죠. 때문에 이 해체는 조직의 규모와 직군을 막론하고 어디서든 이뤄진다고 봅니다. 

그래서 나이가 들고 연차가 찰수록 내 위치, 나 정도면, 내 정도 경력이면 이란 생각을 버려야 합니다. 

그리고 이걸 버리는 가장 쉬운 방법은 학습이기도 하죠. 






인터뷰의 밑줄 3

질문 3) K팝의 스테레오타입은 분명 존재한다고 생각해요. 이런 스테레오타입을 넘기 위해 희진 님은 이런 문제를 어떻게 해결하려고 노력하시나요?

답변) 결국, 새롭다(낯설다)라는 개념에 천착할 것이 아니라 새로움을 갈구하는 이유, 궁극적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는 거죠.
[나의 밑줄]
새로움을 갈구하는 이유, 궁극적 본질에 주목해야 한다는 거죠.

기업들의 사정이 어려워지다 보니 '조급함'이 만연해졌다는 소식이 여럿 지인에게 들려옵니다. 

시장의 한계로 발생한 문제임에도 불구하고 매출 부진 실적 사유를 매주마다 요청하는 임원, 개선되지 않는 고질적인 지표를 가지고 새로운 아이디어를 가지고 오라는 마케팅 담당 디렉터, 이미 충분한 최적화 과정을 통해 서비스를 개편했음에도 불구하고 얼마 되지 않아 더 나은 UI 결과물을 가져오라는 디자인 헤드 등. 


이럴 때일수록 '왜 새로워져야 하는 가'에 대한 의문을 한 번 던져 모두가 숨 고르기를 하는 것이 필요할 것 같습니다. 새로움을 경계하자는 것이 아닌, 새로운 것이 그냥 좋다고 하니까 무의식을 지배해 무조건적으로 옳다고 믿는 일종의 '종교'가 된 것 같은 작금의 상황을 의심해볼 시간도 가져봐야 한다는 것이죠. 



인터뷰 밑줄 4

질문 4) 희진 님은 비즈니스적으로 많은 사람이 소비하는 작업이, 작업자에게도 결과물의 성공을 판단하는 기준이 된다고 생각하시나요?

답변) 작업의 밀도나 완성도와 무관하게 인기나 명성으로 인해 흥행으로 이어진 케이스 또한 허상으로 이어질 수 있기 때문에 결국 성공의 척도는 자기 검열로 이어질 수밖에 없을 것 같아요.
성공이라는 것에 연연하기보다, 자기만족과 자기 검열의 사이에서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해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어요.
그 ‘다음’ 스텝이라는 것도 결국 모두에게 해당될 수 없는 나만을 위한 스텝이거든요. 그냥 인생이 그런 거 같아요. 끊임없이 자기만의 다음 스텝을 찾아가는 과정 같아요. 
[나의 밑줄]
자기만족과 자기 검열의 사이에서
스스로 행복을 만들어가는 해법을 찾아나가는 것이 중요하다는 사실이었어요.

이 대목을 보면서 저는 '민희진이란 사람은 영리함을 넘어 지속 가능을 추구할 줄 아는 사람이다'라는 생각을 했습니다. 자기 검열은 꽤나 좋은 자기 계발의 도구이자 자기 확신으로부터 오는 오류를 방지할 수 있는 인간 최고의 발명품이라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이게 과해지면 자기학대로 이어지고 게으른 완벽주의, 자학, 번아웃 등으로 이어지기도 십상입니다. 여기에 타인의 시선까지 함께 고려해야 한다면 문제의 악화 속도는 가속도가 붙기 시작하기도 하죠. 


모두들 밸런스를 '워크와 라이프'를 외치지만 진짜 밸런스를 맞춰야 할 것은 민희진이 말한 자기만족과 자기 검열 사이의 밸런스이지 아닐까 싶습니다. 어차피 자기 검열을 할 줄 아는 사람은 자신을 객관화해서 바라볼 줄 안다는 것이고, 부족함을 알기 때문에 끊임없이 채찍질할 준비가 되어 있습니다. 만족이란 것이 있을까, 행복이란 것을 꿈꿔본 적은 있을까 등 가끔은 채찍질을 하다가 목적지를 잃어버린 채 그저 채찍질만 하고 있는 자신을 바라보기도 하죠. 따라서 자기 검열을 잘하고 있는 사람은 자기만족을 할 줄 아는 연습을 반드시 해봐야 합니다. 억지로라도 말이죠. 그래야 다음을 꿈꿀 수 있습니다. 자기 검열 '만' 있는 사람은 아마 검게 타버릴 것이니까요. 



인터뷰 밑줄 5

질문 5) 희진 님이 가장 중시하는 ‘일의 철학’은 무엇인가요? 이렇게까지 일할 수 있는 원동력도 궁금합니다.

답변) 사실 저는 제 인생에 크게 바라는 게 없었던 것 같아요. 좀 하루살이처럼 사는 것 같기도 해요.
(중략)  ‘와, 이걸 달성하면 그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라고요. 호기심이 동력 같아요. 그래서 가끔은 인생으로 일종의 행위 예술을 하는 것 같은 기분이기도 하고요. 제 인생을 재료로, 해보고 싶은 테스트를 해보는 느낌?
[나의 밑줄]
'와, 이걸 달성하면 그땐 어떻게 달라져 있을까?’라고요. 호기심이 동력 같아요


목표가 없으면 나쁜 것일까? 

뚜렷한 나의 미래 청사진이 그려져 있지 않으면 잘못 살고 있는 걸까?


언제부터인가 저는 저 질문을 내심 던지면서 거창한 목표를 세우지 않고 있습니다. 자기 계발 유튜버와 재테크 유튜버들이 보면 경기를 일으킬 생각이지만, 내가 추구하는 삶의 철학과 해야 할 일에 집중할 수 있는 몰입력만 있다면 시도 때도 없이 변화하는 상황에서 어떻게 모든 것들을 컨트롤할 수 있을까란 생각을 하곤 합니다. 


지난 몇 년 간의 제 선택을 보면 하나도 계획한 것이 없습니다. 

브런치를 한 것, 앱 서비스를 만들기 위해 시도해본 것 (출시는 못했지만), 부동산을 매입한 것, 책을 집필해본 것, MBA를 수료한 것 등. '뭔가 대단한 것을 해봐야지!'라기보다는 '이걸 하면 꽤나 재밌겠다' '이걸 하면 또 어떤 역경을 가져서 경험치 만렙이 될까?'라는 변태적인 기대감으로 살고 있기 때문이죠. 


직장인이라면 더더욱 자신의 삶을 테스트 베드 삼아 끊임없이 실험 무대로 만드는 것이 필요하지 않을까 싶습니다. 무엇이 되어야지라고 강한 목표를 세운다면 자칫 이것을 이루지 못했을 때 오는 상실감이 더 클 수 있습니다. 대신, 무엇을 위해 살고 있다는 나만의 동기를 잘 수립하고 회사 안과 밖의 기회를 호시탐탐 노려 '호기심과 재미'로 점철된 삶을 사는 게 어쩌면 나를 사랑하고 좋은 결과물을 만나는 유일한 방법은 아닐까 싶습니다. 






맺으며

민희진의 생각이 정답은 아닙니다. 

디자인 전공, SM이라는 엔터계의 대기업 입사, 수많은 성과를 일궈냈음에도 불구하고 일각에서는 엇갈리는 평가 등 시대적 흐름을 잘 타고 난 그녀만이 가진 특수한 상황을 모든 사람에게 대입하기란 절대 불가능하겠죠. 


하지만 제가 민희진의 인터뷰를 보고 그녀의 필모를 보면서 생각한 것은 

결국 기획자 내지는 직장인이 '업'으로 성공하기 위해선 '장인의 자세'가 필요하다는 것입니다. 우리는 그녀를 직장인이라 부르지 않고 '디렉터'라고 부릅니다. 그리고 이 디렉터는 남들이 가지 않아 본 길을 걸어가는 '전인미답'을 개척하는 사람이라는 것인데요. 고독 속에서 누군가를 설득해야 하고, 자기학대가 심한 상황 속에서 중용을 찾아 헤매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한 영역에서 비즈니스로 확대될 수 있는 방법을 알아가는 모습이 우리가 배워야 할 점이 아닐까 싶습니다. 


그리고 이게 지금 시대의 '장인'이 아닐까 싶습니다. 


여러분은 장인이신가요? 

아니면 장인을 향해 달려가고 계신가요? 

그리고 왜 장인이 되어야 하는가요? 


지금까지 비욘드 아이즈였습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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