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메르시 Oct 30. 2024

이번 기도는 꼭 들어주세요 하나님

내가 고등학생때

아빠는 피토를 하면서 쓰러지셨다.

술로 인한 간경화 였고

며칠 남지 않았다고 의사선생님은 

말씀해 주셨다.


고3때.. 독서실이 새벽 1시에 끝나면

집으로 가는길 혹시나 상이 나지 않았을까...

매일 창밖을 보며 들어갔다.

사람이 죽으면 호롱불이 베란다에 달릴줄 알았고

핸드폰이 없던 나였기에 연락방법이 없어 집에 와야 소식을 알것이라 생각했다.


알콜중독으로 인한 간경화

아빠는 술을 끊기 위해 애쓰셨다.

몸과 마음이 약해지면서 교회도 나가기 시작하셨고

구원의 확신도 갖게 되셨다고 나중에 들었다.


아빠는 끊으려고 노력했지만

금단증상으로 

눈에 자꾸 헛것이 보여서 

전기줄을 자르러 다니시고..

속옷차림으로 갑자기 밖으로 뛰쳐나가면..

엄마는 새벽에 아빠를 잡으러 가셔야 했던 상황이었다.


아빠도 괴롭고 가족도 괴로웠다.

술을 끊으려고 하셨지만 금단증상은 더 심해져서

정신병원도 다녀오고 했지만 나아지지 않았다.


언니는 그때 새벽예배를 계속 다녔다.

하나님께 기도드렸다. 아빠 알콜중독 없어지게 해달라고

특새 기간이었고... 목사님께서 안수기도를 해주신다기에 언니는

출근전 새벽4시에 일어나 한시간 거리 교회를 지하철을 타고 뛰어가서

매일같이 새벽예배들 두타임 드리고... 안수기도 제목을 말씀드렸다.


"아빠 알콜중독 나아지게 해주세요"


그때 돌아온 목사님의 대답은 이랬다.

"알콜중독은 기도해도 못고쳐"


난 충격이었다.

아.. 하나님 못고치는게 있구나..


그렇게 아빠는 고쳐지지 못하고..

내가 20살때 돌아가셨다.


살아계시는 동안 아빠와 가족이 모두 고통스러웠기에..

아빠가 돌아가신후.. 나는 죄송하게도 홀가분했다.



조카는 소아암으로 투병중이다.

요즘 소아 백혈병은 완치율이 80~90%로 매우 높다.


그건 저 위험군 기준이다.

내가 다녔던 사장님의 아들도 완치 판정을 받고 잘 다녔고

투병기간중 응급실을 한번도 간적이 없을정도로 치료과정은 수월했다.


조카는 달랐다.

치료 시작부터 쉽지 않았고

응급실은 한달에 몇번을 수시로 갔다.


초고위험군이고

초고위험군 중에서도 치료가 어려운 세포를 가지고 있다.


그 세포를 가지고 있는 아이들은

재재발을 하거나 혹은 이 세상에 지금 없는 아이들 소식밖에 접하지 못했다.


난 조카가 재발후 이식한다음에..

이식후 부작용 생길까봐 너무 무섭고..

이식후 잘살면 기적이라 생각하며 살았다.

조카는 정말 기적처럼 잘 살았다.

내년 학교를 2년만에 복학을 어찌할까? 고민할 정도로 아이는 건강했다.


하지만.. 갑자기 생긴 통증으로 내원했더니

의사선생님은 골수검사를 앞당기자고 하셨다.

전반적인 피검사 수치가 좋지 않아보였고

혹시 몰라.. 골수검사로 진단을 내리고자 하신것이다.


언니는 조카가 소아암 발병후..

유치원생인 둘째 아이를 데리고 새벽예배를 다녔다.

메달릴 수 있는게 하나님 밖에 없었기 때문이다.


형부는 신앙을 결혼하면서 갖기 시작했지만..

조카가 항암치료로 너무 고통스러워서 축쳐져 있을때..

휠체어를 병동에서 밀며.. 붙잡을게 없어서 

하나님께 대화하며 기도하며 붙들었다고 한다...

붙들게 그들에겐 하나님 밖에 없었다.


그런데 나는 하나님이 또 그렇게 대답할까봐 무섭다


"그 유전자는 내가 못고쳐.. 그게 내 계획이야.. 이 상황가운데 이뜻 가운데 네가 복이 있을거야"


라고 할까봐 무섭다.


하나님은 예수님을 십자가에 못박히게 하면서 고통스러워 하셨을것이다.. 

그게 가장 크나큰 고통인것을 아실것이고

아브라함에게 이삭을 달라고 했던건 

가장큰 믿음의 사람이기에 가장큰 시험인 아들을 달라고 하신 하나님이다..


왜 하나님은 언니에게 아들을 달라고 하시는지 모르겠다.



아빠 투병때 고스란히 모든걸 감내해야 했던 20살의 어린언니..

아들 투병때 고스란히 모든걸 감내해야 하는 40살의 언니..


왜 그에게 너무나 큰 고통을 주시는지 모르겠다.

그도 추적 관찰을 계속하고 있는 암환자인데 왜.. 그에게 그리 잔인함을 주시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나는 뻔한 대답을 듣지 않기 위해..

뻔한 결론을 그리며.. 기도하지 않게 된다.


작가의 이전글 문득 심리상담 센터에 가봐야 할까 고민이 되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