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를 제일 부끄럽게 하는 일이 있다면 그저 그런 글을 쓰는 일이다. 자율성보다는 강제성에 움직이는 나를 알기 때문에 글쓰기 챌린지를 시작했다. 시작을 했으니, 뭐라도 써야 하는데 그게 참 마음처럼 쉽지 않았다. 조금이라도 좋은 글, 공감되는 글을 써서 공유하고 싶었으나 이상하리만큼 써지지 않았다. 3줄을 쓰다 말고, 5줄을 쓰다 덮고, 10줄을 쓰다 지워버린 적이 너무 많았다. 하고 싶은 말은 있었지만 글로 잘 풀어지지 않아서 답답하고 속상했다. 그렇게 그저 그런 글을 쓰며 한 달이 지나버렸다.
이렇게 글 앞에서 막힐 때마다 한숨이 깊어지고, 부끄러움이 몰려온다. 내가 얼마나 썼다고, 얼마나 안다고 이런 슬럼프 비슷한 것에 빠지는지. 글을 쓴다고 말이나 하고 다닐 수 있을지. 매번 비슷한 글을 쓰는 것도 같고, 너무 감정에 휘감긴 글인 것도 같고, 사유가 얕은 것도 같고, 뻔한 글인 것도 같아서 글 쓰는 내가 점점 작아지는 것이 느껴진다.
사실 글이라는 게 자기가 쓰고 싶은 대로 쓰고, 자기가 만족하면 누가 뭐라고 하든지 그만이다. 그런데 나는 자기만족에 그치고 싶지 않고, 많은 공감과 사랑받을 수 있는 글을 쓰고 싶다. 그래서 더 많이 읽고, 쓰고, 배우자고 조용히 다짐한다.
그래도 한 달이라는 시간 동안 포기하지 않고 또다시 챌린지를 마칠 수 있었던 동력은 역시 사람일 것이다. 내 글을 읽어주고, 공감해 주는 사람들이 있었기에 끝까지 힘을 짜낼 수 있었다. 매기수마다 고마웠는데 또 이렇게 고마운 마음만 남았다. (꾸준한 공감을 보내준 브런치 작가님들께도 늘 감사하다.)
아주 잠깐 부담감을 내려놓고 많이 읽고, 깊이 써보는 시간을 가지려 한다. 강제성에서 벗어나 자유 속에서 또 어떤 글을 쓰게 될지 걱정도 되지만 기대도 된다. 아주 멀리 떠날 것 같이 적었으나, 사실 매일 기웃거리며 지낼 것이다. 앞으로 남기게 될 나의 발자국들을 기대해 주는 얼굴이 더 많아졌으면 하는 바람으로 이 글을 마쳐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