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anciful Stage

욕망의 위험을 통제하다

by astroboy

내 몸 전체가 하나의 성기가 된 것 같다.
내 몸의 피부가 다 벗겨진 것처럼 작은 자극에도 견딜 수 없다.

나에게 성(性)은 혀로 자꾸 건드리게 되는 입천장의 상처와 같은 것이다.

자꾸 그 자리를 채우는 커다란 여드름처럼 흉측하면서도 나의 것이며

욕망을 충동질하는 그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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Fanciful Stage

박슬기



Oil on canvas, 90.9*65.1(cm), 2016
/ 절대안정



성(性) 금기에 대한 나의 태도는 성적으로 굴복해야만 했던 유년시절의 기억에서 비롯되었다.
성 금기에 대한 엄청난 공포는 동시에 그것을 위반함으로써 얻게 되는 어떤 만족들 속으로 빠져들게 만들
었다.
성 이미지의 재현으로 공포와 쾌락을 동시에 느끼면서 과거의 피해자가 가해자가 되는 순간에, 고통을 쾌
락으로 경험하는 순간에, 역설적으로 나는 지난 날의 무력감을 극복한 듯한 착각에 빠진다.
고통으로부터의 자유, 파괴적 관계 안에 도사린 허구의 욕망들이 내 안에 피학적 역동(고통을 느낌으로써
오히려 쾌감을 경험하려는 심리적 욕구)으로 남는다.
그러나 금기를 범한다는 것은 사회가 요구하는 일반적인 것들과는 상반되기 마련이다. 게다가 그것을 현
실 속에서 계속하기에는 아찔하고 외로운 외줄타기처럼 너무도 큰 쾌락과 죄책감에 자아를 잃을 것만 같
은 불안에 휩싸인다.
성 금기의 위반이미지로 구현되는 일련의 작업들 속에서 나는 주체(기획자)이면서 동시에 타자(연기자)로
존재한다. 비현실을 인지하는 연극적 연출 속에서, 상징적 메타포로, 익명성을 가진 연기자로서 나타난다.




Oil on canvas, 90.9*65.1(cm), 2016
/ 위장된 신체


Fanciful Stage


테오도르 라이크(Thedore Reik)의 마조히즘에 따르면, 주체는 제재가 따르는 어떤 쾌락에 매력을 느끼나
여기에는 필연적으로 처벌의 위험이 뒤따른다. 처벌은 쾌락을 향한 분명하고도 필수적인 과정이며, 결국
주체의 마음 속에서 처벌과 쾌락은 서로 밀접하게 연결된다. 라이크는 마조히즘의 유희를 처벌이미지에
대한 생각-시연으로 보았다.



Oil on canvas, 65.1*90.9(cm), 2016
/ 편도여행



나는 이 무대에서 펼쳐지는 연극으로, 제재가 다르는 쾌락을 갈망하면서 필연적으로 따르는 처벌의 위험
을 앞당긴다. 성의 범주를 조종하여 나 자신이 완전히 통제할 수 있는 상황을 계획해서 그 자체로는 구체
화될 수 없는 처벌과 쾌락을 ‘극장’ 속에서 시연함으로써 무력감을 해소한다.
즉, 나의 연극은 현실에서의 욕망(성적 욕망-금기와 그것을 위반하는 일)의 위험을 통제하려는 시도이다.



박슬기 작가의 작업노트입니다.

작품은 Astudio 3252의 2월 전시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http://astudio3252.blogspot.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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