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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erin May 19. 2020

Nr 1. 설탕으로 만든 거 아니잖아요.

비가 와도 우산을 쓰지 않는 사람들

Ich bin ja nicht aus Zucker. 


영어로 이 말은  I am not made out of sugar. 

한국어로는    나 설탕으로 만들어진 거 아니잖아. 정도가 되겠다. 

설탕은 물이 닿으면 쉽게 녹는다. (뭐 물론 소금도 그렇겠지만, 왜 굳이 설탕인지까지는 모르겠다.)

어쨌든 비가 오고 있는데 우산을 안 쓰는 베를린 사람들에게 물어보면 이런 대답을 들을 수 있다.

Ich bin ja nicht aus Zucker. 


의역을 하면 그 정도 비 맞는다고 안 녹아/안 죽어/큰일 안 나. 

그리고는 그저 옷에 달린 모자(후디)를 꺼내 쓰고는 무심하게 툭툭 걸어간다. 

비가 온다고 해서 급히 뛰어가는 모습도 보기 힘든 그곳은 독일, 베를린이다. 


그만큼 비가 자주 오고 그렇게 자주 오는 비를 맞지 않기 위해 그렇게 유난(?)을 떨려면 매일 우산을 챙겨다녀야 하고 그런 유난이 오히려 자기 인생을 더 피곤하게 만든다고 생각하는 것 같다. 

그저 비가 오면 맞고 

맞으면서 걷다 보면 

어느새 그칠 수도 있고 

안 오면 젖으면 되고 

그렇게 받아들인다. 


그리고 비와 관련해서 하나 더 이야기하자면 

비가 올 때 독일 친구에게 우산이 있냐고 물으면 "응, 있어." 또는 "아니, 없어."라는 대답을 듣기가 힘들다. 

정말 하나 같이 "나 Kapuze(카풋쩨) 있어"라고 대답한다. 

카풋쩨란 아까 위에서 말한 모자가 달린 옷 또는 그 옷에 달린 모자(후디)를 말한다. 

그럼 난 '누가 우산 있냐고 물어봤지, 카풋쩨(후디) 있냐고 물어봤어?'하는 생각이 든다. 


그만큼 비를 맞는 것, 비를 맞으며 걷는 것이 그렇게 큰일이 아닌 그곳, 독일 베를린이다. 

비가 와도 자전거를 타고 출퇴근하는 사람을 비 오는 날마다 볼 수 있으며

아기를 유모차에 태우고 가는 부모님도 아이가 비를 맞지 않도록 하는 것이 100% 당연한 일은 아니다. 


반면에 한국은 어떤가? 

우선 비가 오면 연인 관계에서는 서로가 우산이 있는지 연락을 취해 보고 없는 사람을 위해 데릴러 가기도 하고 그렇지 않으면 가족들이 우산을 갖다 주러 가기도 하고 

그것도 아니면 근처 편의점에서 3000원 내지 5000원을 내고 우산을 사서 쓰고 이동한다. 

비를 맞는 것을 대수롭지 않게 여기며 돌아다니는 사람은 정말 보기 힘들다. (적어도 내가 30년 이상을 산 서울에서는 말이다.) 


독일은 왜 이렇게 비에 대한 쿨(?)한가에 대한 이유를 오랜 시간 동안 생각해 본 결과 

1. 독일은 한국보다는 환경이 깨끗한 편이라 흙비나 산성비가 아니라 비를 맞아도 그리 큰일이 아니다. 

2. 비가 자주 오기 때문에 매일 매일 비 때문에 우산을 챙기거나 신경을 쓰는 것이 상당히 귀찮은 일이다. 

3. 한국에서 내리는 장맛비보다는 물방울이 작은 보슬비가 더 자주 내리는 편이다. 

4. 젖으면 말리면 되자나? 의 마인드셋.





유모차에 있는 커버를 씌우는 일까지는 하지만 유모차를 타지 않아도 되는 아이가 비를 맞는 것은 그들에게 그리 큰일이 아니다. 




비가 때려붓는 억수 같은 비가 아닌 이상 우산을 쓴 사람보다 안 쓴 사람을 더 많이 볼 수 있다. 

억수 같은 비가 내려도 우산을 쓰지 않은 사람을 쉽게 볼 수 있다. 




그런 생각, 그런 사람들, 그런 문화 속에서 

몇 년을 살다 보면... 

'그러게.. 비가 오면 좀 맞을 수도 있지 뭘 그렇게 유난을 떨어야 돼?'라는 생각이 들면서 토종 한국인인 나도

왠만한 보슬비에는 우산을 펼쳐들지 않게 된다. 그렇게 비에 대해 쿨(?)해진다.


그리고 정말로 독일 베를린은 비가 자주 온다. 물론 6월부터 9월까지의 4개월 동안의 날씨는 정말 환상적이지만 1년의 나머지 시간들은 비가 참 자주 온다. 


오늘은 서울도 비가 온다. 베를린에서 추적추적 내리는 비가 그리워지는 2020년 5월 19일이다. 

raining Schöneberg in Berl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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