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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Koreanerin May 20. 2020

Nr 2. "여기요~ 주문할게요."

라고 식당에서 종업원을 부를 수 없는 독일

독일에서는 식당에 가서 자리에 앉아 주문할 준비가 다 되어도 종업원을 불러 음식을 주문할 수가 없다. 


요즘은 한국도 다소 고급인(?) 레스토랑들에서는 종업원이 안내를 해줄 때까지 손님 마음 대로 착석하지 않고 기다리는 문화(?)가 생겨나고 있지만 독일에서는 거의 모든 식당에서 이렇게 하는 것이 당연하다. 


1. 식당에 들어가 종업원과 인사한다. (종업원이 바로 손님을 맞이하지 못할 경우 손님은 기다린다.)

2. 인원수를 말하면 종업원이 자리를 안내해 준다. 

3. 자리에 앉으면 메뉴판을 갖다준다. 

그런데! 한국처럼 거의 착석과 동시에 메뉴판을 받을 수 있는 확률은 100%가 아니다. 

메뉴판을 받을 때까지 5분을 기다려야 할지도 모르고 

음식을 정한 후 주문하기까지 5분에서 10분 정도가 소요될 수도 있다.

종업원에게 눈빛(!)을 보내고 종업원이 그 눈빛을 받아들이기까지 시간이 소요될 수가 있기 때문이다. 

어떠한 큰일이 나지 않는 이상 손님은 종업원을 부르는 일이 없다. 

모두 눈빛으로 소통한다. 

손님이 눈빛을 보내면 종업원이 자리로 오고 그때서야 뭔가를 말할 수 있다. 

추가 주문을 하든, 음식에 대해 칭찬을 하든, 불만을 말하든, 계산을 하든. 

4. 그리곤 음식을 주문한다. 

5. (한참 뒤에^-^;) 음식이 나온다. 

적어도 20분 이상은 걸린다. 그러나 아시아 식당을 가면 음식이 빨리 나오는 편이다.(15분 이내)

한국처럼 식당에 가서 간단히 빨리 휘딱- 먹을 수 있는 게 아니다. 

독일에서 식당이란 곳에는 시간적 여유가 많을 때 가는 게 맘이 편하다. 


음식에 머리카락이 들어있거나 음식의 퀄리티가 별로라 하더라도 한국에서처럼 사과를 받거나 친절한 서비스를 기대해서는 안 된다. 짧은 사과라도 해주면 다행이고(하지 않는 경우가 더 많다) 식사비는 무조건 내야 하며 추가적인 서비스는 없는 것이 놀라운 일이 아니며 음료라도 공짜로 주면 꽤 괜찮은 서비스를 받았다고 생각해야 한다.(적어도 내 경험에서는 그랬다.) 


6. 계산은 (여전히 한국과 다르게) 주로 식사 후에 앉은 자리에서 한다. 

복대 같은 돈주머니를 허리춤에 찬 종업원이 (독일 전역은 아니지만 아직도 베를린에서는 현금 사용의 비율이 매우 높고 다른 도시 뮌헨이나 프랑크푸르트 등 다른 도시에서는 카드 사용률이 높다고 알고 있다.) 자리로 와 Rechnung (계산서)을 주면 손님은 Trinkgeld(팁)을 포함하여 Rechnung에 쓰여진 금액보다 높은 액수를 말하며 Bargeld(현금)을 내거나 카드를 낸다(카드 결제가 가능한 식당에 한해). 


예를 들면 18.3 euro가 나온 경우 20euro 정도를 계산하면 보통 괜찮다. 

미국처럼 팁을 안 주면 시비가 걸릴 정도로 팁 문화가 당연한 것은 아니라서 18.3euro만 내도 되긴 하지만(서비스 받은 것도 없는데ㅠㅠ) 그래도 그냥 20euro를 주곤 한다. 

음식 값의 10% 정도를 주면 보통이다. 

이런 문화가 익숙해진 상태로 오랜만에 한국을 방문해서 식당에 가면 

뛰어다니면서 서빙하는 종업원들, 부르지도 않았는데 찾아와 필요한 반찬은 없는지 묻는 서비스, 말없이 빈 반찬 그릇을 채워주거나, 그냥 콜라 하나를 서비스로 주거나, 고기집에 가면 20분이고 30분이고 옆에 서서 고기를 구워주고 잘라주며 먹기 좋게 해주는 서비스를 받으면 


'이런 게 팁을 받아 마땅한 건데... '라는 생각이 든다. (물론 이런 서비스가 한국 사람들에게는 당연히 여겨지겠지만 말이다)


인간은 환경에 적응을 하는 동물이라서 또 이런 환경에 그런대로 적응을 해 간다. 

주문하기까지 10분이 넘게 걸리고 음식이 나오기까지 30분이 넘게 걸려도...

인내심만 쌓여간다... (왜 이렇게 늦냐고 불만을 표시해도 달라지는 것은 없기 때문이다...^^) 


독일에서 살려면 인내심이 제일 1순위로 필요하다. 

빨리빨리의 한국인과의 케미는 이런 부분에서는 상당히 안 맞지만 

좋게 생각하면 여유, 안 좋게 생각하면 답답해 터지겠는, 곳이 독일이다. 


이렇게 두 나라는 다르고 각자의 장단점을 지녔다. 


TMI.

독일 음식은.. 독일음식뿐만 아니라.. 독일에서 먹는 음식들은.. 대부분.. 맛이 없다..

한국처럼 맛있는 음식을 개발하기 위해 노력을 하지 않는 것 같다.... 

한국처럼 먹는 게 기쁨인 나라가 절대 아니다. 

그래서 독일에 사는 한국 사람들은 대부분이 반 쉐프이다. 

김장부터 삼계탕, 곱창, 보쌈, 스시까지 직접 안 해먹는 음식이 없을 정도다. 

맛도 별로 음식을 사먹으며 서비스도 별론데>_< 비싼 돈 주고 먹느니 

내가 해먹는 게 낫겠다. 하는 마음에서인 것 같다. 


아이쿠 오늘은 왠지 독일을 너무 적나라하게 뭉개버린 것 같은 글이지만 모든 게 내가 경험한 바 그대로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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