umweltfreundlich 환경친화적인 / 친환경의
라는 독일어 단어이다.
'환경 문제'는 독일어 능력 시험에서도 단골로 출현하고 실제 뉴스에서나 길거리 시위 등으로 자주 접하는 주제이다.
한국 사람으로서 독일에서 살아 보면 환경에 대해 많은 생각을 하게 된다.
우선 한국에서는 가장 중요한 게 "편리함"이다. 내가 이 제품을 사용할 때 얼마나 간편한지가 소비의 결정에 굉장히 큰 역할을 한다.
인간이라면 누구나 편리한 것, 손이 덜 가는 것을 본능적으로 찾기 마련이다.
하지만 독일에서는 자기 신체의 편리함보다 환경을 우선시하는 것 같다.(아닌 사람도 물론 있겠지만 전반적인 경향을 말하고자 한다.)
우선
환경 보호 재활용 플라스틱과 비닐봉지 적게 사용
이 세 가지 개념이 한국 사람들보다 훨씬 머릿 속에 기본 장착이 잘 되어 있다.
내가 살면서 직접 보고 놀랐던 것들을 말해 보면...
1. 슈퍼에서 장 볼 때 비닐 봉지 사용 자제 또는 종이 봉투 사용
슈퍼마켓 차원: 슈퍼에서 비닐 봉지를 아예 제공하지 않음
판매자 차원: 채소나 과일 판매자가 플라스틱 박스나 스티로폼, 비닐랩으로 포장한 채로 판매하지 않음.
구매자 차원: 슈퍼에 놓인 감자, 아보카도, 사과 등을 알알이 개수대로 고르고 무게에 따라 계산한다. 슈퍼에 놓여 있는 종이 쇼핑백을 이용하거나 과일이나 채소를 담는 용도의 얇고 작은 천주머니를 개인이 들고 다닌다. 양파 3개를 그 천주머니에 담아 카운터에 내밀어 계산하며 바나나, 사과 같은 껍질이 있는 과일들은 굳이 비닐 봉지(있지도 않음)나 종이 봉투에 담지 않고 계산 후에 그냥 장바구니에 넣거나 핸드백 또는 백팩 등 자기 가방에 그냥 담아서 집에 간다.
2. 아마존에서 받은 택배 박스와 포장 테이프는 비닐 테이프가 아니다!
지금 검색해보니 한국에서는 '아주 물테이프'란 곳에서 완전히 동일한 제품은 아니지만 친환경 테이프 사업을 하고 계시네요.
비닐 테이프를 사용하는 대신에 종이 테이프 안에 치실과 같이 쉽게 끊어지지 않는 가느다란 실이 들어 있어서 내구성을 높여주며 종이 테이프로 접착과 마감을 합니다.
독일 내 모든 곳은 아니지만 아마존에서 받은 택배가 이 테이프를 사용한 것이었어요.
환경에 대해 의식을 가지가 있는 기업들은 이렇게 상품 개발, 생산, 유통 과정 중에 어떻게 하면 환경을 덜 괴롭힐 수 있을까를 고민해서 적용합니다.
3. 여성용 생리 용품인 탐폰(질내 삽입 생리대)의 플라스틱 사용 절제
한국의 탐폰은 모두 위와 같이 생겼다. 위에 있는 굵은 통 안에 있는 솜을 위해서 굵은 튜브, 얇은 튜브를 모두 플라스틱으로 만든다. 저 아래 위 두 개의 플라스틱 통은 탐폰을 몸 안에 간편하게 삽입하기 위한 용도 외에는 다른 쓸모가 없다. 생리혈을 흡수하는 것은 플라스틱 통 안에 든 솜이기 때문이다.
독일의 탐폰은 다르다.
쓸모가 매우 적은 저 두 개의 아래 위 플라스틱 통이 아예 없다. 정말 저 솜만 있다.
어플리케이터(플라스틱 부분)이 따로 없는 탐폰을 사용하는 경우 사용자가 초보라면 매우 아파서 사용에 실패할 수도 있다. 하지만 서너번 시도하고 실패하고 시도하다 보면 성공(?)하게 된다.
처음에는 다소 불편하거나 아플 수도 있지만 환경을 위해 플라스틱 사용을 줄이는 데에는 매우 큰 일조를 한 것이다.
4. 플라스틱 PET병을 슈퍼에 반납 시 현금으로 교환이 가능한 쿠폰 제공
PET병을 독일어로 Pfand(판트)라고 한다. 주로는 돈으로 교환이 가능한 PET병을 판트라고 하는데,
제 앞으로 3-4명의 사람들이 판트를 바꾸기 위해서 줄을 서 있는 모습이에요. 저도 많지는 않지만 판트를 챙겨 왔습니다 !
동그란 구멍 안에 캔이나 PET병을 넣으면 병에 부착된 바코드를 인식하여 돈을 계산해요. 동그란 곳에 빈병이나 빈캔을 넣으면 기계가 판트에 붙은 상표와 바코드를 읽고 계산한다.
PET병은 크기 상관 없이 0.25 유로(=25Cent=330원 정도 )
유리 맥주병은 0.8유로(=8Cent=100원 정도) 로 쳐준다.
빈 캔도 0.25 인 것으로 기억한다. 그래서 PET병과 빈캔이 가볍고 돈이 되고 맥주병은 무겁고 돈이 안 돼서 사람들이 길거리에 많이 세워놓으면 다른 사람들이 주워 가기도 한다.
Pfandbon 이라는 부분을 누르면 영수증이 나와요. 판트 교환한 돈이 3유로 15센트! 4000원이 넘네요! 그래서 판트를 주우러 다니는 사람들이 많습니다. 또는 노숙자와 같은 분들이 돈 대신 판트를 달라고 하기도 합니다. 빈병은 즉 돈이기 때문에 반납을 자발적으로 유도하고 있고 잘 이루어지고 있다. "Pfand zurück geben (빈병 반납)"은 독일에서 이미 문화로 자리를 잡았기 때문에 더 이상은 홍보를 할 필요도 수거만을 위해 인력을 쓸 필요도 없다.
Post Corona가 아닌 With Corona를 살고 있는 요즘이다.
코로나 때문에 사람들이 1회용품 사용을 더욱더 활발하게.../죄책감 없이 일삼고(!) 있다. 종이 빨대 사용에 앞장 서 있던 스타벅스마저도 지금은 음료를 스타벅스 종이컵에만 제공을 하고 있다. 감염 확산 방지를 위한 것은 이해하지만 한편으로는 그 많은 종이컵들은 이 지구가 어떻게 감당해야 할까... 하는 생각이 다른 한 켠에 들면서 마음이 무거워진다. 배달 업체는 나날이 늘어가고 그 수많은 비닐봉지, 포장재, 아이스팩들.. 새 상품으로 박스에 담긴 채 우리네 집에 도착하여 바로 버려진다.
어제는 식당에서 식사하는 게 조금 번거로워진 요즘, 아버지는 주 2회 정도는 도시락을 싸서 다니시는 것 같았다. 그런데 "젓가락 어딨지?"하는 소리.
'응????????? 하루도 아니고 평균 주 2회는 도시락을 싸다니시면서 매번 젓가락으로 식사를 했단 말이야????' 라는 생각이 들어 나도 모르게 소리를 질러 버렸다..
"아니 무슨 소풍 가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도시락 먹으면서 젓가락을 왜 써!!!!!!!!!"
"먹고 화장실 가면서 수저 씻어 놓고 다음날 또 쓰면 되잖아!"
아빠한테 직접적으론 말 못하고 큰 혼잣말로 계속 했다..............
그런데도 아빠가 바뀔 거라고는 기대하지 않았다. 사실. 아빠도 한국 사람으로 60년을 넘게 살아 왔고 "몸의 편안함"이 1순위일 거고 환경보호에 대해 딱히 관심이 없으시기 때문이다.
독일에서의 생활 이후로 나는 좀 더 환경문제에 대해 적극적으로 목소리를 내려고 한다. 한국 사람들이 '환경을 괴롭혀야지!'하는 못됐거나 나빠서가 아니라 아직 환경을 생각해야 한다는 교육을 받지 못했기 때문에 그냥 모르고 있을 뿐이다. 배운 적이 없고 그 문제에 관해 진지하게 고민을 해보거나 의견을 나눠본 적이 없기 때문이다. 환경 오염, 기후위기에 대해 조금만 더 배우고 의식을 가지고 자신의 행동을 선택한다면 분명히 변화가 있을 거라고 본다.
한국인들은 한다면 하는 민족이기 때문에.
물론 최우선으로 여겨온 가치인 "편의"와 최근에 배운 가치인 "환경보호" 중에 하나를 선택해야 하는 상황에서 스스로 갈등을 겪게 되겠지만 그런 내적 갈등을 겪는 것만으로도 굉장한 발전이라고 생각한다.
왜냐하면 현재는 어떠한 거리낌도 없이 "편의성"만을 선택하고 있기 때문이다.
예전에는 나 혼자 비닐봉지 한 개 덜 쓴다고 지구를 지킬 수 있나.. 하는 자포자기 마음으로 살았는데 지금은 나 스스로 그렇게 행동하지 않으며 그렇게 행동하지 않기 때문에 그것이 나의 가치관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그것이 내 중요한 가치관이니 주변 사람들에게 친절하게 내 의견(내 가치관)을 전달하게 되며 주변 사람들은 그로 인해 자기와는 다른 시각과 가치관에 대해서 알게 된 것이다. 그것이 그들에게 생각할거리로 던져질 수도 있고 그들의 가치관에 영향을 미칠 수도 있다.
그래서 나는 앞으로 계속 현재의 기후위기에 대해, 환경을 덜 괴롭히는 방법에 대해서 내 주변 사람들부터라도 계몽하고 싶다. 알려주고 싶다.
지금처럼 그렇게 제 몸 편한 것만 생각하면서 쓰다가는 우리의 자녀들이 우리의 손자들은 어떠한 환경에서 살아갈 것 같은지 생각해 본 적이 있느냐고, 아직 없다면 한번 생각을 해보라고 질문을 던져주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