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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마 Feb 24. 2019

발리 6일 차. 고민하고 요가하고

여기는 우붓이다

(2월23일에 썼다. 이번에도 여행 정보는 없다.)


1.   우붓에 머물고 있다. 지난 일기에 적었던 '확신'에 대해 며칠간 더 고민했다. 확신이라는 것이 어떤 목적을 더욱 수월하게 달성하게 만들기 위한 도구인지, 아니면 그 자체로 삶을 더욱 단단하게 살찌우는 역할을 하는 것인지, 잘 모르겠다고 생각했다. 우리는 부적절한 순간 확신에 의해 잠식당해버리는 사람들을 종종 만난다. 그럴 때 확신은 우리에게 가장 경계해야 할 감정이 된다. 하지만 확신 없는 생이란, 그것을 염두에조차 두지 않는 생이란 얼마나 가느다란가. 아마 이 여행을 마치기 전까지 가장 자주 떠올릴 화두는 '확신'이 될 것이다.


2.   첫 일기를 쓰고 난 뒤 내가 고백적인 글을 쓰거나 읽는 일을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생각했다. 새삼스러운 고민이었다. 꽤 오래도록 나는 공개된(가끔은 특정 대상에게만) 일기글을 통해 나의 이야기들을 적는 일을 좋아했다. 아무도 궁금해하지 않을 나의 속내에 대한 이야기, 굳이 하지 않는 편이 나을 것 같은 이야기, 내가 자란 환경에 대한 이야기, 그 안에서 얻은 경험치 같은 것들을 적곤 했다. 적는 것보다 더 좋아하는 것은 읽는 일이다. 늘 속이 궁금했던 사람이 아니더라도, 그 글을 읽기 전까지 단 한 번도 그의 일상에 대해 궁금한 적이 없었다 해도, 내밀한 고백을 담은 글을 볼 때면 그것을 쓴 사람이 얼마간 궁금해진다.


3.   그런 글로 나의 마음을 훔친 사람들은 대개 성찰적인(때로는 지나치게) 인간이었다. 물론 가끔 고민의 파편이 널브러져 있거나 분노가 섞인 글은 피로하게 읽힌다. 그럴 때 우리의 머릿속에서는 언젠가부터 아주 익숙하게(거의 반지성주의적으로까지 느껴진다) 쓰이는 표현, '자기애가 강하다'는 말이 소환된다. 정신분석학과 심리학 지식이 전무한 나는 성찰적인 인간과 자기애가 강한 인간 사이의 필요충분 관계를 생각했다. 건강한 성찰을 위해선 자기애가 필요하지만, 자기애가 강한 인간이 모두 성찰적이지는 않다는 생각에 이렀다.


4.   어제는 우붓의 유명 요가 센터 요가반(Yogabarn)에서 첫 요가를 했다. 여기서의 첫 요가이기 전에 내 인생 첫 요가였다. 필라테스를 했으니 하타 초보자 레벨은 쉽게 따라갈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비슷한 듯 조금 다른 동작들에서 한 번도 느껴본 적 없는 자극을 경험하며 간신히 버텼다. 수업은 차분한 음악 속에서 진행됐다. 울림소리를 이용해 호흡을 길게 내뱉는 몇 번의 순간 사람들의 호흡 끝 소리가 음악과 무척 근사하게 어우러졌다. 무엇이 음악인지 무엇이 날숨의 소리인지 잘 구분이 되지 않을 정도였다. 잘 조성된 환경에서의 운동은 꽤 색다르고 좋은 에너지를 안겨줬다. 오늘은 별다른 행동을 하지 않으며 아주 많은 시간을 잤고, 샌드위치와 초콜릿과 브라우니를 시원한 플랫화이트와 먹었다. 내일은 빈야사 수업에 갈 계획이다.


요가반 내부. 곳곳이 근사하게 꾸며져있다.
수업을 기다리며 주스를 사 먹었다. 맛이 있는 것도 같은데 또 오묘하기도 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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