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9년 5월 30일 오전 4시 (헝가리 현지 시간 29일 21시) 경 헝가리 부다페스트 다뉴브 강에서 한국인 관광객을 태운 유람선이 침몰했다.
남편은 6시에 출발하는 출근 버스를 타기 위해 5시 30분으로 맞춰놓은 알람소리를 듣고 일어나 씻고
출근 준비를 하고 5시 55분쯤 집을 나선다. 5시 55분쯤 준비를 마친 남편이 신발을 신고 “자기, 나 가~” 하는 소리가 들리면, 벌떡 일어나 눈도 뜨지 않은 채 문 앞에서 ‘잘 가~’ 하곤 인사를 한다. 띠리릭- 하는 현관문이 닫히는 소리와 함께 냉장고에서 물병을 꺼내 물 한 모금을 마시고 다시 침대에 누워 잠을 자는 패턴인데 바로 잠이 드는 것이 아니라 10분 정도 핸드폰을 만지작 거리게 된다. 내내 미세먼지가 안 좋았던 때에는 미세먼지 수치를 보는 어플을 켜 오늘은 또 얼마나 안 좋으려나, 오늘은 좀 괜찮으려나 체크를 하기도 하고 춥거나 더울 때는 기온을 확인하고 뭘 입을지 생각하다 잠이 든다.
때로는 네이버 어플을 켜 실시간 검색 순위를 보는데, 그날은,
‘다뉴브 강’
익숙한 듯 낯선 단어가 실시간 검색 1위에 올라 있었고, 기억을 더듬어 보니 헝가리 부다페스트에 있는 야경이 멋진 강.
그래, 거기였다.
반쯤 뜬 눈으로 ‘다뉴브 강’을 클릭했고, 그러자 믿을 수 없는 뉴스들이 주르륵 펼쳐졌다.
‘헝가리 다뉴브강에서 34명 태운 유람선 전복, 침몰’
‘헝가리 유람선 침몰로 3명 숨지고 16명 실종… 대부분 아시아계’
‘외교부, 침몰한 헝가리 유람선에 한국인 다수 탑승’
‘침몰 헝가리 유람선 韓 탑승객 7명 사망, 19명 실종’
‘헝가리 언론, 침몰 보트에 한국인 32명 탑승’
‘[속보] 부다페스트 유람선 침몰, 외교부 한국인 33명 탑승’
‘침몰한 헝가리 유람선 승객 32명 전원 한국인 관광객'
...
아… 반쯤 뜬 눈으로 꿈인지 현실인지 헷갈리는 상태에서 빠르게 뉴스의 제목들을 훑어보니 말도 안되게 야경이 예쁘다는 그 강에서, 야경을 보기 위해 탔던 그 유람선이 맥없이 침몰하여 32명의 사람들이 죽거나 실종됐다는 뉴스였다.
도저히 잠을 잘 수 없어 뜬 눈으로 2시간 여가 지나고 나서야 출근 준비를 하고, 출근길에서도 계속 뉴스에서 눈을 뗄 수 없었다. 대부분이 5,60대이며 발칸반도부터 3개의 동유럽 국가를 6일 동안 도는 패키지 여행객들이었다. 수 많은 사건, 사고 뉴스들이 있었지만 이 뉴스만큼은 어쩐지 마음이 찌릿했다.
실종되었다는 여행객들 대부분과 같은 5,60대에 서 있는 엄마, 아빠가 제일 먼저 떠올라서였다.
미국으로, 유럽으로, 동유럽으로 더 멀리 더 넓은 곳을 보러 여행을 떠날 때마다 엄마랑, 아빠랑 왔으면 참 좋았겠다…라는 생각을 하곤 했다. 하다못해 내가 모시고 갈 수 없다면 자식도 다 키우고 한층 여유로워진 지금 두 분이서 편안하게 패키지 여행을 보내드리려고도 했고, 오래된 동창들과 떠나는 여행도 응원하고 싶었다.
그런 엄마, 아빠같아서 였을까.
실제로 희생자 대부분이 두 부부가 처음으로 해외여행을 간 것이라거나 동창 셋이서 마음을 맞춰 처음으로 함께 떠난 여행이라던가 맞벌이하는 자식들 때문에 손녀를 봐주는 부모님이 고마워 함께 떠난 여행에서 3대 가족이 모두 실종상태이거나…
2019년 6월 5일, 침몰한지 6일이 지났지만 여전히 실종자 6명만 찾았고 그마저도 사고 현장에서 100KM 이상 떨어진 곳에서도 발견했다고 하니 언제쯤, 어디서 발견할 수 있는지도 모르는 상황인 것이다. 정말이지 상상하고 싶지도 않은 상황이다.
누군가의 기억 속에서, 혹은 아름다운 기억을 만들기 위해 찾는 부다페스트의 다뉴브 강은 이제 슬픔으로 기억될 것 같다.
그 뒤로 몇 개월이 지나니 모두의 기억 속에서 흐려졌고 나 또한 이 기록을 쓴지 벌써 1년이 다되가는 시점에 열어 보곤 검색창에 ‘다뉴브 강 유람선’을 검색했다.
(정작 그 당시엔 도저히 기록을 남기기가 어려웠다...)
2019년 11월 29일 뉴스가 가장 최근 뉴스로 검색되었고, 헝가리 검찰이 가해 선박 선장을 과실치사 등의 혐의로 기소했다는 소식이 가장 최근 소식으로 남아 있었다.
2020051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