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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knight Mar 25. 2023

끼리끼리 모이는 이유에 대한 고찰

얼마 전 새로운 곳으로 이사를 했다.

돈이 생기기도 했고, 전에 살던 곳에서 상당한 스트레스를 받았기 때문이기도 하다.


왜 스트레스를 받았을까. 생각해 보면.

일단, 집에는 빛도 잘 들지 않았다. 주차장 내려가는 길은 좁아서 차도 몇 번 긁어먹었다.


한 1-2년 전부터였나. 건물들이 조금 오래되어서인지 사방이 공사판이었다.

이렇게 동시 다발적으로 공사를 허락해도 되는 건지 의구심까지 들었다.

안 그래도 집으로 들어가는 골목이 좁은데 수시로 레미콘이 가로막았고, 아침부터 공사하는 소리 때문에 잠을 잘 수가 없었다. 건물 앞에는 항상 담배꽁초와 침이 보였고. 길담배 피우는 사람도 무척이나 많았다. 쓰레기를 아무 데나 버리는 모습도 수시로 목격했다.


세입자들은 또 어땠더라. 새벽 1시에 세탁기를 돌리는가 하면, 방음이 되지도 않는 곳에서 꾸역꾸역 애완견을 길렀다. 내 계약서를 보니 애완동물 사육은 금지였는데.. 새벽에 크게 음악을 틀어놓는가 하면, 소리 질러 노래를 부르기까지.


적어놓고 생각해 보니 어떻게 그런 집에서 4년을 버텼을까.


새로 이사 온 곳은 환경이 전혀 다르다. 위에 적은 스트레스 유발 요인이 없거나 적다.

이래서 사람들이 더 나은, 그리고 대체로 더 비싼 동네로 가고 싶어 하는 걸까. 

물론, 부동산을 재테크 수단으로 보는 사람도 있지만, 나처럼 스트레스받는 요인을 최소화하고 싶어서 찾아가는 사람도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이쯤에서 한 가지 드는 생각이 있다.

사람들을 행동양식에 따라 구분 지을 때, 소득(또는 부)이 그 기준이 될 수 있는가?

내 경험상으로는 어느 정도 인과 관계가 있어 보인다.


이사를 통해 느끼기도 했지만, 

한창 호캉스를 다닐 때도 5성급 호텔에서는 불쾌한 일을 마주하는 경험이 거의 없었다.

하지만, 상대적으로 저렴한 곳일수록 좋지 않은 경험을 하는 횟수가 늘어난다. 

그게 서비스든, 함께 이용하는 사람들 때문이든.


소득에 따라 사람을 구분하고 색안경을 끼자는 이야기가 아니다.

나는 최소한의 어떤 선을 왜 모든 사람들이 지킬 수는 없을까? 궁금한 것이다.


왜 누군가는 아무 데나 쓰레기를 버리고, 누군가는 그렇지 않을까. 

왜 누군가는 남에게 피해를 주는 행동을 서슴지 않고, 누군가는 배려를 할까.

그것이 소득이든, 학력이든, 독서량이든, 가정교육이든, 뭔가 원인은 있을 텐데.

그런데 생각해 보니 사람들이 좋다는 동네에 그렇게 가려는 이유가, 행동양식이 자신들과 동일하거나 추구하는 것과 비슷해서는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든 것이다. 그리고 그런 동네는 대체로 비싸다. 즉, 소득이 어느 정도 이상이거나 재산이 많아야 한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소득이나 부와도 연관이 있는 것은 아닐까. 뭐 이런 생각이 든다는 말이다. 씁쓸하지만.


이런 이야기를 형과 나누다 보면 형은 나에게 이야기한다.

"공자도 몇 천 년 전에 모든 사람들이 군자가 되는 나라를 생각했다. 그런데 공자가 죽은 지 몇 천년이 지났는데도 아직 그런 세상은 한 번도 온 적이 없다."


그리고 앞으로도 없을 것인지, 나는 궁금해진다.

이상주의자인 나는 그런 세상이 오면 좋겠다고 생각한다. 

모든 사람들이 군자(?)가 되는 세상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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