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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moon knight May 07. 2023

누군가 내게 왜 노조 스탭을 하냐고 물었다.

얼마 전 이런 질문을 받았다. 


"나에게 이득이 되는 것도 아닌데 왜 노조 활동 같은 걸 하는 거냐. 무슨 생각인지 궁금하다."


이 질문은 반은 맞고, 반은 틀리다.


사실은 얻는 것이 있다. 

단체협약을 통해서 좋은 복지가 생겨났고, 일 하기 더 좋은 환경이 되었다. 

임금협상을 하면 월급 몇 만 원이라도 더 손에 쥘 수 있다. 


질문을 정확하게 하면 아마도 이런 의미일 것 같다.


"너만 고생하고 성과는 다 같이 나눠갖는데, 억울하지 않니? 혹은 약 오르지 않니?"


맞다. 나도 인간이라 그런 생각을 해본다. 내가 예수님이나 부처님도 아닌데 뭐. 아무것도 안 하고 불평만 하는 사람들을 보면 아 그냥 각자도생 나도 내 일이나 할까 싶기도 하다. 그런데 솔직히 말하면 그렇게 억울하단 생각은 들지 않는다. 그보다는 나는 왜 이렇게 행동할까. 하는 근본적인 생각이 더 많이 든다. 


그래서 예를 들자면 뭐 이런 거다. 똑같이 방이 어질러져 있어도, 참았다가 한 번에 치우는 사람이 있고 그걸 못 참고 바로 치워버리는 사람이 있는 것처럼, 회사에서 불합리해 보이는 일이 생기면 잘 못 참는 사람이 나서는 거라면 적당한 예시일까. 


그리고 나는 내가 일을 하는데 걸리적거리는 것들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데 이걸 생각하는 범위가 좀 큰 것 같다. 작게는 프로세스가 불편하다거나 뭐 업무 도구가 문제가 있다거나.. 이런 것일 텐데, 크게는 회사가 욕먹거나 리더가 이상한 짓을 하는 거, 이런 것도 내가 일 하는데 방해가 된다. 그 이유를 생각해 보면 결국 좋은 동료와 함께, 위대한 목표 뭐 이런 걸 가지고 일 좀 잘해보고 싶은데 이상한 리더가 있으면 문화도 망치고, 설득보다는 명령을 하고, 능력보다는 정치가 우선시 되고 그럼 좋은 동료는 떠나고.. 이런 악순환이 생기는 것을 막고 싶은 것 같다. 그러다 보니 노조를 하는 게 어쩌면 자연스럽다고 볼 수 있다. 적어도 경영진이나 리더들이 직원들을 노예나 부하가 아니라 동료로 생각하게끔 강제 참 교육은 시킬 수 있으니까.


또 생각해 보면, 나보다 희생하는 사람들은 또 얼마나 많은가.


당장 지회장만 해도 너무 바쁘고, 답답할 정도로 착하시고.. 아주 멀리까지 보면 독립운동하던 분들도 있는데. 그분들에 비하면 뭐.. 그러니 가끔 억울한 생각이 들어도 세상은 어차피 이렇게 돌아간다 생각하면 그냥 어떤 자연 현상으로 받아들이게 된다. 가만히 있자니 열불은 나고.


이와는 별개로, 사람들이 점점 사회로부터 받는 것은 당연시하고 자신의 이익은 조금만 뺏겨도 질색하고 분노하는 게 좀 걱정되긴 한다. 좋은 사회가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 때문에. 당장 이득이냐 아니냐, 딱 이것만 따지는 1차원적인 생각을 넘어설 수는 없을까. 


어쩌면 노동조합은 우리 사회의 작은 심판대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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