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 쪽 팔걸이를 모두 내리고 팔꿈치를 댄 채로 팔짱을 끼고 혼자 보는 영화가 익숙하다. 음악을 들으며 교보문고에 들러 책을 뒤적거리다 핫 트랙스에 들러 필기구를 구경하는 게 일상이 됐다. 간간히 혼자 사는 집에 필요한 소품을 사러 이케아에 들러 한 시간 정도 구경하는 일에서 사소한 행복을 느낀다.
외롭다는 감정도 때때로 든다. 콜라 하나에 팝콘 하나 먹고 싶은데 커플 콤보 메뉴만 가득한 씨지비 매점 앞에서, 침대 맡에서 히가시노 게이고의 연애의 행방을 한 장 한 장 읽어 넘길 때마다, 이케아의 침대 섹션에 나란히 누워있는 커플을 보면서. 슴슴한 외로움이 마음에 스민다.
하지만 간헐적 외로움이 결국 '연애를 하고 싶다.'라는 마음에까지 이르지는 못한다. 발 뒤꿈치의 굳은살처럼 외로움도 그저 내 마음 한켠에 늘 존재하는 잔잔한 감정 중에 하나로 치부한 지 꽤 오랜 시간이 흘렀다. 종종 한 달에 두세 번 이런저런 여자 사람들과 술자리를 갖기도 하지만 '이 사람 괜찮네.' 정도의 생각만 들뿐 이런 사람과 연애하고 싶다는 생각까지 이르게 하는 사람은 없다. 결혼한 친구들은 다들 제발 연애 좀 하라고 나보다 더 안달을 내는데, 난들 어쩌랴. 연애하고 싶은 마음이 들질 않는 걸. 팔걸이를 올리고 영화를 보는 상상만으로도 벌써 팔꿈치가 저리는 기분인데. 한여름 무더위에 소금물을 마시듯 다소 찜찜한 기분으로 외로움을 견디는 게 차라리 지금의 나에게는 낫다.
언제쯤 혼자라는 것이 낯설어질까. 연애가 하고 싶어 질까. 보고 싶어 미칠듯한 사람이 생길까. 나는 알 수가 없다. 다만 지금을 극복하려고, 탈피하려고, 외로움을 외면하려고 애쓰고 싶지는 않다. as time goes by 자연스럽게 모든 것이 변하기를 잔잔히 바랄 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