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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황조은 Jan 04. 2022

현실판 워너비 커리어우먼의 초상

요즘 송혜교가 나오는 드라마 <지금 헤어지는 중입니다>를 즐겨보고 있어요. (주변에 보는 사람이 저밖에 없는 것 같아서 조용히 티 안내고 보고 있었어요)


극 중에서 송혜교가 맡은 캐릭터는 '커리어우먼'입니다. 한강이 내려다보이는 집에 살면서 매일 화려한 옷과 높은 하이힐을 착용한 채 차로 출퇴근을 하고, 대형 패션기업의 디자인 팀장으로서 멋진 팀 리더십과 성공적인 업무 퍼포먼스를 보여줍니다. 갑질하는 거래처에게 제대로 할 말도 다 합니다. 분명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워너비 커리어우먼'의 상이죠.



구글에서 '커리어우먼' 이미지 검색



얼마 전 대학 특강에 다녀왔는데요. 특강을 마친 후 어느 학생 A가 저에게 던진 말에 순간 '띠용~’했더랬죠.

"20대 여성들이 꿈꾸는 커리어우먼의 삶을 사시는 것 같아요"

민망한지라 '지금 저 자취방에 야근하러 가는데요'라고 했더니, 그것마저 '커리어우먼' 같다고 해요. 허허.


아무래도 저는 그들에게 '강연자'였기에, 그러니까 이들이 본 제 모습은 이게 다였으니까 더 그랬을 겁니다. A 대학생이 말한 '커리어우먼' 또한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이미지에 가까울거고요. 저 역시 대학생 시절만 해도 이미지의 환상이 제대로 짙었었습니다.


공교롭게도 송혜교 기사와 A 대학생 말을 접한 시기가 비슷해서인지, 이 단어에 대한 의구심이 들더라고요. 인터넷 사전을 보니 '커리어우먼'이란 단어는 말 그대로 '직업을 가진 여성'인데, 주로 일에 대한 자신감과 능력을 강조하기 위해 쓰인다고 합니다.


오늘 이야기에서 '성별'은 중요하지 않고요. '직업을 가꾸어가는 사람'으로서의 현실판은 미디어 속 이미지와는 정반대편에 서있을지도 모르겠습니다. 자만하다가 실패하고, 남과 비교하며 자존감도 낮아져보고, 지나가는 말에 상처받고, 직접 증명해내기 전까지는 다 허세일 뿐이고 등등 다들 한번씩 겪어보잖아요. 한없이 찌질하고 쿨하지 않게 자신을 단련한 후에야  과정에서 조금씩 한발짝만큼만 더 내딛는 사람들이 현실적이고 인간미 있죠. 결코 드라마에서는 보여주지 않는 찌질한 과정이 없다면 개인의 유니크함도 공허할 뿐이고요. 미디어에서 만들어낸 커리어우먼의 환상과 자신을 비교하게 되면 오히려 상대적 박탈감만  겁니다. 미디어  이미지는 '결과'이고, 현실판 우리들은 '살아있는 과정'이예요. 달라요.


나아가 다행인 건, 지금 시대는 우리가 진짜 멋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 즉 '커리어를 가꾸어가는 사람'으로서의 진정한 커리어우먼과 커리어맨이 과거 또는 오늘날에 어떤 지독한 고민과 몰입을 헤쳐가고 있는지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루트가 많습니다. 작게는 SNS부터 유튜브, 북클럽, 책 등으로요. 더 다행인 건, 그들로 인해 '현재 나의 찌질한 고민과 실패는 정상이다'라는 위로도 받을 수 있어요. 상사와의 소통 방법이 고민이라면 이것에 도가 튼 온라인 멘토를 찾고, 번아웃이 고민이라면 이것에 도가 튼 온라인 멘토를 찾고… 위로 받고 멘토 삼을 수 있는 사람들 또한 정말 많고 제한이 없어요.


뭐 그렇다고 저에게 '커리어우먼'이라는 낯선 단어를 던져준 A 대학생의 환상을 굳이 빨리 깨게 하고 싶진 않습니다. 그들이 기말고사 끝난 날 친구들끼리 소주를 마시며 회포를 푸는 것처럼, 이번 주 내내 누군가와 논쟁하고 잘 안 풀리는 일에 매달리며 자괴감 들었지만 금요일 저녁이니까 잠시 잊고 소주로 회포를 푸는 걸로 달래는 '현실판 워너비 커리어우먼'의 초상을요.ㅎㅎ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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