배우 김지훈 씨가 인스타그램에 올린 클럽하우스에 대한 글을 봤다. 원문은 핫한 클럽하우스 현상에 대한 감상과 의견 정도인데, '클럽하우스 착각 조장'이라는 다소 자극적인 제목 때문에 클릭하게 됐다.
처음 이 글을 보고는 '앗, 나도 클럽하우스하는데?'라고 뜨끔했다. 두 번째 생각하니 다행히 내 주변의 스타트업 씬에는 순기능으로 활용하는 사례가 많은 것 같았다. 세 번째 생각하니 신생 플랫폼을 대하는 시선과 태도를 떠올렸다.
먼저 클럽하우스를 '하는 사람'과 '안 하는 사람'을 구분하는 풍조를 경계해야 한다. 플랫폼은 유저의 선택일 뿐 맹목적인 트렌드로 강요하는 식이면 일종의 폭력이자 침해다. 김지훈 씨가 말한대로 초대권으로 호기심을 자극하는 플랫폼 가입 설계는 화제를 끌기에 충분하지만, 유저들마저 '가입해야 자존감을 회복하는' 우월감과 박탈감을 교류해선 안 된다.
나 역시 지인들이 초대권을 나눠줄 때 관심과 흥미가 없었다. 세계적 열풍에 덜컥 탑승하기에는 심적인 여력이 없었다. 그러다가 회사 동료들끼리 설 연휴 직후에 강남언니 문화를 소개하는 오픈 클럽을 진행하면 어떨까라는 아이데이션이 나왔다. 뒤늦게 가입했다. 설날 하루 동안 클럽하우스를 기웃거렸다. PR에 관한 고민상담 클럽도 열었다. 무심한듯 즐기는 척을 하려고 침대에 누워서 했는데, 세 시간 동안 꽤나 진땀을 뺐다. 이후 원래 예정된 연휴를 즐기느라 간간히 앱을 접속할 뿐 사용하지는 않았다.
다행히 부정적이던 마음은 하루이틀 기웃거리니 절반의 호감으로 바뀌었다. 제일의 순기능은 예전보다 선배와 전문가에게 닿는 접근성이 훨씬 좋아졌다는거다. 막상 입성해보니 소문과 달리 VIP 세상이 아니라 평범한 업계 사람들이 거진 모여있었다. 상대적 우월성을 느끼게 한다는 클럽 이름도 존재했지만, 클럽하우스에서 갑자기 새로 나타난 현상은 아니니 어느 정도 예상했던 터였다. 덕분에 별다른 거부감을 느끼지는 않았다.
첫 스타트업에 입문했을 때 내가 선배들에게 다가간 방법은 효과적이었지만 고루했다. 만나고 싶은 사람이 있으면 메일이건 페이스북 메신저건 지인 소개건 무조건 쫓아다녔다. 클럽하우스는 그 접근의 범위와 효율을 증폭시켰다. 인생 선배와 전문가에게 닿는 길이 조금 더 짧아졌다. 권도균 프라이머 대표님의 철학과 인사이트를 듣고, 실시간으로 방구석에서 손을 들고 질문할 수 있게 된 세상이다.
대학생 때까지 라디오 PD와 아나운서를 준비했기에 라디오 매체를 정말 사랑한다. 라디오의 매력은 쌍방 소통의 틈 사이에 음악과 일상이 있어서 아름답다. 과장을 더해 클럽하우스를 들으며 사양산업이 되어가는 라디오의 구세주가 또 하나 나타났다는 긍정적인 신호를 엿보기도 했다.
결국 새로운 소통과 접점을 찾는 플랫폼이다. 적어도 이 플랫폼에 참여 의사가 있는 사람들은 새로운 소통 방식을 원하고 있다. 권도균 대표님은 이 플랫폼을 잘 활용해서 어떻게 하면 창업자들과 잘 소통할 수 있을지 고민한댔다. 이 분은 클럽을 운영하기 위해 구글 설문지까지 만들었다. 이렇게 소통 플랫폼의 순기능은 주로 듣는 자보다 말하는 자들의 영향력으로 계속 가속화되면 좋겠다. 청취하고 반응하는 역할도 중요하지만, 소수의 발언권을 가진 역할은 영향력이 훨씬 크다.
조금 더 내 조직과 연결하자면, 성형 정보 플랫폼이 성형을 조장한다는 논란이 꽤 있다. 애초에 성형을 나쁜 것으로 규정짓기도 한다. 플랫폼이 가지는 문제의식과 미션을 듣고나서 고개를 끄덕이는 분들이 많아지는 건 참으로 다행이다. 세상의 편견을 깨고 바꾸려면 오랜 설득과 인내가 필요하다는 걸 느끼는 요즘이다. 소수의 책임감이 긍정적인 사회적 영향력으로 발산되고, 이 경험을 한 팔로워가 다음의 팔로워를 위해 또 다시 영향력을 전파하는 플랫폼이 많아졌으면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