쉽게 쓰인 외로운 회사 브랜딩 경험담. <그 회사의 브랜딩> 출간기
다이내믹했던 2년 간의 현업, 책 작업 병행기간을 보낸 후,
드디어 책 <그 회사의 브랜딩>이 출간됐습니다!
눈에 넣어도 안 아픈 금쪽 같은 내새끼가 탄생할 줄이야..☺️
책에는 별도 에필로그(Epilogue)를 안 넣어서 브런치로 갈무리하려 합니다.
제가 속한 스타트업 세계는 정말x100 매력적인 곳입니다. 정답이 없는 불확실성에 '될거라는 믿음' 하나로 미친듯이 속도를 내는 곳이거든요.
스타트업을 브랜딩한다는 것은 그 회사의 하나뿐인 시작을 함께하는 소중한 경험이다. 마침내 회사가 전 세계적으로 사랑받는 거물이 됐을 때 내가 조금이나마 성장에 일조했다는 뿌듯함은 이루 말할 수 없다. 내가 그들의 '처음'을 기억하는 소수 중 한 명이라는 영광도 함께. - 3장 <핸콕과 레이> 중에서
하지만..
1. 왜 서비스만 잘 되면 회사 평판은 저절로 좋아질거라고 생각할까?
2. 채용 안 된다고 매일 불평만 하고, 왜 채용을 잘하기 위한 노력을 안하지?
3. 회사 이미지가 중요하다고 말하면서, 왜 정작 여기에 쓸 리소스는 아깝다고 할까?
4. 왜 대표님들은 나한테 마케팅에 대한 질문만 할까?(나는 마케터가 아닌데)
5. 왜 대표님들은 나한테 수단(How to)에 대한 질문만 할까?(전략 Why가 아니라)
6. 왜 사람들은 홍보 업무를 기능적으로만 인식하고 있을까?
모든 회사가 그렇다고 말할 순 없지만, 회사 브랜딩/PR은 손 안 대고 코 풀기가 가능하다고 오해하는 스타트업 대표님들이 적지 않아요. (정확히 말하면 어떻게 시작해야 할지 모를 정도로 이해가 낮은 분야이기 때문.)
당연히 저도 처음부터 스타트업계에 발을 내딛었을 때는 아무 것도 모르는 애송이에 불과했는데요.
홍보담당자로 일하면서 나름 회사 안팎에서 서럽고 비상식적인 경험을 숱하게 겪다보니, 제 안에서는 오기와 자격지심이 스믈스믈 생겨나더라고요.
(젊은 여성이 회사 대표로 회사 밖에 나가서 언론, 정부, 국회 등지를 상대하고 회사 안에서는 1인 팀으로서 일하다 보면, 비상식적이거나 외로운 일들이 종종 생겨요. 이제는 든든한 경험 자산이 됐지만요!)
다행히 이 오기와 자격지심은 나쁜 길로 빠지지 않았고, '내가 직접 문제의식을 해결하고야 말겠어!'로 승화됐습니다. 창업가들의 고민을 들을 수 있음에 행복했고, 함께 변화를 만들어가는 순간순간이 설렜습니다.
스스로 위에 나열한 의문들을 풀고 싶어서 수백개의 스타트업에 도움이 되고자 했던 노력들이, 돌이켜보니 '나는 회사를 브랜딩하는 사람이구나' 한 문장으로 직업이 정리되더라고요.
기업 브랜딩은 상품이 아니라 ‘회사’를 이야기한다. 창업자의 철학, 직원들이 만드는 조직문화, 회사의 성장가치에 관심을 갖는 언론과 투자자 등등. (중략) 이들에게 회사 이야기를 일관성 있게 들려주며 입사하거나 투자하거나 응원하고 싶도록 만든다. - 1장 중에서
책 작업기간이 생각보다 길었고 시행착오가 많았던 이유는,
- 10년 동안의 내 경험들을 '기업 브랜딩'이라는 직업으로 정의하고,
- 사람들에게 왜 나의 이야기를 전달해야 하는지 이유를 찾기 위한 시간이 길었기 때문이에요.
- 얼굴을 모르는 많이 이들에게 문장만으로 영향력을 주기 위해서는, 모든 단어와 문장마다 얕은 고민과 책임감 정도로는 모자라기 때문에 반드시 해결해야 할 고민이었죠.
책을 쓰지 않았다면 나의 직업에 대해 이렇게까지 깊게 회고하는 기회가 있었을런지 모르겠습니다. 이 책이 저에게 준 선물은 '나는 왜 가치있는 사람인가?', '나는 대체 불가능한 사람인가?'라는 고민을 진지하게 할 수 있게 해주었던 고통의 시간이었습니다.
심지어 나름 스타트업 업계에서 '화제성이 많은' 회사(강남언니)에 다니고 있으니, 밤낮으로 박터지는 회사 현업을 임하면서 책은 준비하는 것도 난이도가 높았답니다.
책을 쓴 또 하나의 이유이기도 해요. 존경할만한 브랜딩 책과 저자들은 정말 많고, 기본적으로 책에 '브랜딩' 꼬리가 붙으면 인기가 많아요. 꼭 브랜딩하는 사람만 읽어야 하는 책도 아니고, 브랜드와 연관된 일을 하는, 어찌보면 모든 창업가와 조직 구성원들이 관심을 가져요. 시중에는 다소 특정 서비스/제품에 집중된 브랜딩을 이야기하는 책이 많아서, 우리는 '브랜딩'하면 예쁜 로고나 인상적인 광고캠페인을 떠올리기가 쉽죠. (부정할 여지 없이 너무나 놀라운 세계입니다)
브랜딩은 오해가 많은 말이다. 일상어에 가깝게 자주 사용하지만 떠올리는 의미는 사람마다 천차만별이다. 브랜딩을 회사 안의 무언가를 외부에 알리는 일로 본다면 먼저 그 대상이 회사인지 상품인지 헷갈리고, 외부에 전하는 일이라는 차원에서 보면 홍보와 마케팅과 구분이 쉬이 되지 않기 때문이다. 외부에 대한 정의도 제각각이다. - 출판사 서평 중에서
다만, 저는 '우리에게 익숙한 그것만이 브랜딩이 아니야!!'를 너무나 말하고 싶었습니다.
'그 브랜드를 만드는 사람'도 미친듯이 중요하고, 이 조직 정체성과 문화도 브랜딩이다!라는 것을요.
제 얄팍한 현장에서의 경험들이 살아있는 근거이자 증거라고 말할 수 있으니, '서비스만 1등하면 저절로 회사 평판이 좋아진다'는 오해를 풀어주고 싶었어요.
책 <그 회사의 브랜딩>이 사람들에게 줄 수 있는 것이라고 묻는다면, 쉽게 쓰인 경험담이 전해주는 '공감'과 '영감'이길 기대해요. 서두에서 언급한 회사 브랜딩을 시작하기 어려워하는 창업가들을 포함해 우리가 겪는 외로움과 혼란은 일종의 성장통이라고 믿어요. 아무리 프리랜서와 크리에이터 시대라지만 직장인이 훨씬 많은 시대에서, '우리 회사'의 문화, 사람, 미래에 대해 고민하는 사람들은 정말 많아요. '단숨에 회사가 유명해지고 채용이 잘되는' 비법을 알 수만 있다면(!!!) 좋겠지만, 불행인지 다행인지 그런 방법은 끊임없이 꾸준히 우리 회사를 관찰하고 고민하는 수밖에 없을 겁니다. 하물며 퇴근 이후에도 동료와 술잔을 기울이며 '우리 회사'를 걱정하는 것도 기업 브랜딩의 일부가 될 수 있어요.
그렇다면 회사가 존재하는 모든 순간이 브랜딩 영감으로 채워져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 2장 중에서
그런 의미에서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우리 회사를 고민하는 외로운 사람들에게, 이 책은 조금 더 앞서 고민과 실천을 했던 사람이 대변하는 위로의 글이 되었으면 합니다. 어차피 저는 첫 사회생활부터 1인팀으로 맨땅에 헤딩을 굴렀기 때문에 전문지식으로 일을 배우지 않았어요. 그래서 어떤 것도 암기할 필요가 없는 저의 경험 사례들로만 꽉꽉 채울 수 있었어요.
책의 중간에는 코믹 영화 <핸콕>이 언급돼요. 윌스미스가 코믹한 히어로로 등장하는데, 저는 예상치 못하게 영화를 보고서는 온종일 눈이 퉁퉁 붓도록 오열을 했었어요. 이유인즉슨 모두가 싫어하는 핸콕을 좋은 이미지로 만들기 위해 몇 달을 고생했던 조연 '레이'라는 캐릭터 때문이었죠. 핸콕의 이미지 변신이 성공한 순간 레이가 방 안을 뛰어다니며 콩콩 뛰어다니는 순간은 영화에서 2초도 채 나오지 않는데요. 짧은 2초에 담긴 오랜 고뇌와 외로움이 제 필름 같은 경험으로 투영됐었더랬죠.
지금까지 저와 만났던 브랜딩 주인공 회사와 CEO는 그야말로 '애증'의 존재입니다. (애증이 없다면 이상한 것!ㅎㅎ) 특히 업무 스트레스와 과로가 극심했던 2021년에는 연말까지 오니 수액 주사를 꽂은 채 버티는 나날뿐이었거든요. 어떤 날에는 야근 후 원고를 썼는데, 다음 날 대표와 한바탕 회사 일로 논쟁을 하고 나면 그가 얄미워서 원고를 지워버리기 했습니다ㅎㅎ 어디까지나 '현재진행형'의 경험들은 몇 번이나 다듬기가 반복되어야만 했죠.
투자사 카카오벤처스에 다닐 적 많이 만났던 수백명의 창업가들, 저의 히어로 '우리 대표님'들 그리고 힘들어도 포기하지 않게 해주는 회사 안/밖 동료들께 진심으로 감사 드려요. 소중한 추천사를 써주신 왓챠 대표님, 배달의민족 이사님, 브랜딩 천재작가&브런치 인플루언서 박창선님께도 감사 드립니다! 무엇보다 이 책을 또 하나의 '핸콕'으로 만들기 위해 2년 동안 저를 파헤쳐 주고, 소중한 결과물로 이끌어주신 출판사 책임편집자 종오님께 무한한 존경을 드립니다.
누군가 누워서도 술술 읽히는 책이 되고, 그의 삶에 작은 영향력이 될 수 있다면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할 것 같아요. 오늘도 보이지 않는 곳에서 저마다의 '핸콕'을 고민하는 수많은 여러분들을 위하여! :-)
에필로그를 (미리)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 드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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