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리는 삶
미니멀리스트가 되기로 했다.
최근 읽은 책(아무것도 없는 방에 살고싶다)이 계기가 되었다.
오늘부터는 버리는 삶, 굳이 채우려 노력하지 않는 삶에 대해 기록하려 한다.
왜 그동안 그렇게도 무언가를 삶에 가득 채우려 했을까?
부족한 것이 어쩌면 그렇게도 많았을까?(사실은 지금도 부족한 것이 많다고 느끼고 있다. 아직 온전히 미니멀리스트의 삶을 체화하지 못 한 때문이다.)
문득 너무 꽉 찬 일상과 생활이 버겁다고 느끼던 참이었다.
마침 눈에 띈 책에선 물건을 버리라 충고했다.
그래서 버리기 시작했다.
헤어진 여자친구에게 받은 선물,
학창시절 존경하는 선생님께 받은 선물,
사놓고는 읽지 않은 - 어쩌면 읽을 마음도 없었던 - 책들,
언젠가 쓸모가 있지 않을까 생각하며 모아뒀던 각종 전자제품들,
예쁘다는 이유로 모아뒀던 온갖 잡동사니들을 버렸다.
아직도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버리기 전에 사진이라도 찍어둘 걸 그랬나?
하지만 아쉬움보다 후련함이 더 크다.
혼자 사는 작은 집에 숨구멍이 생겼다.
사실 내가 뭘 버렸는지도 기억나지 않는다.
그래서 내가 뭘 아쉬워하는지도 잘 모르겠다.
그럼에도 아쉬움이 남는다.
이건 그냥 아직 내가 덜 성숙한 탓이리라 생각하기로 했다.
이미 많이 버렸지만
아직도 버릴 것이 더 많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서 오늘부터는 기록을 남기기로 했다.
내가 뭘 버렸는지 그리고 어떤 변화가 생기는지를 남겨두기로 했다.
다른 이들은 어떤지 모르겠지만
나는 아직 물건을 버리기 전에 많이 고민한다.
정말 버려도 괜찮을까?
불편하지는 않을까?
아쉬움이 너무 크지는 않을까?
그 고민들을 여기 남겨둔다면
언젠가 나와 같은 고민을 하는 이들에게 도움이 될지도 모르겠다.
아마 이 글타래가 곧 내 실수와 시행착오와 부끄러움의 기록이 될 것 같다.
어쩌면 물건에 얽힌 추억을 고백하고 기록하는 고해소가 될지도 모를 일이다.
부디 충실한 기록으로 버려지는 물건들의 빈자리를 충만히 채울 뿌듯함이 되기를
부디 충실한 기록으로 고민을 공유하는 이들에게 작게나마 도움이 되기를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