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stay Jan 29. 2023

여러분 너무 보고 싶었어~~~

태양 보고 초심 떠오른 후기

https://youtu.be/O3CTRFqO9KQ


2000년대에 질풍노도의 중/고교 시절을 보낸 내게 빅뱅의 노래는 빠질 수 없다. 난 VIP는 아니었지만 그 누구보다 열정적으로 빅뱅 노래를 따라부르는 학생이었다. 원더걸스와 빅뱅의 콜라보 무대를 보며 열광하고, 이효리와 빅뱅의 콜라보 무대를 보며 두근거리는 시절을 지나 내 기억 속에 빅뱅은 저 멀리 사라졌었다. 우여곡절이 많은 팀인 만큼 그 소식을 잘 알 수가 없었는데 최근 유튜브에 반가운 얼굴이 나타났다!

한 번도 태양을 좋아하거나 덕질을 해본 적 없는 나였지만, 이 영상을 보고 희한한 감정이 들었다. 건실한 청년의 성숙한 태도를 바라보는 내 마음은 한없이 푸근해지고 뿌듯해졌달까. 아니 이 기분은 다 무엇이람. 아니나 다를까 댓글창엔 나와 같은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많았다. 긴 시간 동안 겸손함을 잊지 않고 꾸준히 노력하는 자세, 팬들에게 감사할 줄 아는 마음, 성실하고 건강하게 쌓아 올린 실력 등.. 아아. 늦덕에 빠질 이유가 충분하다.

사회생활을 하다 보니, 초심을 잃지 않는다는 것이 얼마나 어렵고도 또 무서운 일인지를 알아간다. 첫 사회생활을 하며 알게 된 선배 한 명은 나에게 '초심'만 잃지 않는다면 모든 것이 다 가능할 거라고 말했다. 그땐 누구나 할 수 있는 소리라 생각했었는데, 지금 돌이켜보니 그것을 빼고는 사회생활이 어려울 정도로 딱 맞는 말이 되었다. 누구에게나 처음 시작은 다 씩씩하고 겸손하다. 일단은 사회 구성원이 되어야 하니까, 다수의 눈(특히 인사팀 직원 등)에 잘 보이려 몹시 애를 쓴다. 나 역시 멋진 인간 코스프레를 하느라 안간힘을 써왔다. 사회생활 1막에서의 성과는 꽤 성공적이었다. 그런데 그 몇 년 후가 참 중요했다.

혼을 바쳐 일하겠다는 순수했던 마음은 점점 옅어지고, 불만과 불신이 가득해졌다. 무언가 잘 풀리지 않는 이유를 내가 아닌 타인에게 찾으며 마음을 구기는 일이 잦아지곤 했었다. 반대로 조금이라도 잘 되는 이유는 내 덕이라며 으스대기도 했던 나날들. 물론 몹시 소심한 나는 이 모든 감정들을 말로 표현하거나 상대방에게 티 내진 않았지만, 내 속마음은 조금씩 뾰족하고 멋없게 변해갔다.

가끔 이렇게 겸손 없는 패턴에 익숙해지다 보면, '여러분 너무 보고 싶었어'라고 말하는 그의 흥얼거림에 깜짝 놀랄 수밖에 없다. 이 정글 같은 사회에서 살아남을 유일한 자는 성실하게 실력을 갈고닦으며, 겸손하게 살아온 사람이라고 말해주는 것만 같았기 때문이다. 팬들은 오랜 시간이 지난 후에도 태양을 기억하고 반겨준다. 그리고 변하지 않는 그의 초심과 겸손함에 환호했다. 이보다 더 멋진 어른이 또 있을까. 그의 인터뷰를 보고 또 본다. 자신의 밈(ex.'여러분 너무 보고 싶었어')에도 함께 손뼉 치며 웃을 줄 아는 저 여유! 반짝하고 사라진 한 아이돌이 아닌, 오래오래 기억될 성숙한 뮤지션이 되어버린 그를 보며 나는 오늘 밤 다시 초심을 떠올린다.



매거진의 이전글 동생을 생각했던 (드문) 날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