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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stay Feb 25. 2024

과거의 선택을 의심하지 않는 삶

나가자 미래로!


다가오는 주가 벌써 3월이다. '아니 벌써!'라는 빤한 리액션을 하고 싶진 않지만, 이번 겨울은 정말 어떻게 흘러갔는지 모를 만큼 정신없다. 겨울을 온전히 느끼지 못한 채 헐레벌떡 봄을 맞이하는 기분. 그간 많은 일이 있었다.


어쩌면 내 인생에 있어서 이렇게 스펙타클한 계절이 있었을까 싶을 정도로 많은 일들이 내게 왔었다.

그것은 슬픈 기운이 바탕으로 된 에피소드였지만 그로 인해 남편 순과의 관계, 그리고 가족과 나의 관계가 더욱 돈독해졌다. 세상에 일어날 수 있는 모든 일들은 사랑으로 극복이 된다는 걸 배웠다.


사랑 사랑 사랑. 유일하게 그것만으로 치유가 가능하다. 결혼하지 않았더라면 어땠을까. 나는 아마 아직도 어두운 현실의 동굴 속에 파묻혀 편안한 인간 코스프레를 하고 있을 것이다. 생각만으로도 으스스하다.


남편 순과 함께 살면서 터득한 여러 인생의 요령 중, 최근 배운 것 하나는 '과거에 대한 후회는 하등 쓸모없는 일'이라는 사실이다. (이는 아마도 2024 득도 리스트에 하나로 꼽힐 것이다) 누구나 선택하고, 또 후회한다. 33년간 후회하는 일에 도가 튼 나를 향해 순은 넌지시 말했다. "과거의 선택을 의심하지 마"하고.


처음엔 '빤한 소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다시 곱씹어보니 조금 이상해져 질문했다. 나는 되물었다.

"의심? 후회가 아니고?"

과거의 선택을 후회하지 말라는 말이라면 끄덕이고 말 것이지만 '의심'이라는 단어는 조금 의아했다.

순은 다시 한번 답했다.

"과거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너는 똑같은 선택을 할 거야. 과거의 선택은 그 순간에 할 수 있는 확신이야."


아! 전래동화 속 산신령을 마주한 기분. 맞다, 맞아. 내가 했던 수많은 과거의 선택은 애초에 의심할 필요가 없는 것이었다. 그 말은 즉, 후회할 필요도 없는 셈. 6개월 전, 1년 전, 3년 전 그 순간으로 돌아간다고 하더라도 나는 똑같은 선택을 했을 것이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좋았을 텐데', '다시 돌아간다면 그러지 않을 텐데'라는 말은 사실상 논리적으로도 감정적으로도 전혀 맞지 않다. 과거의 나는 내가 믿는 가장 멋진 답안을 고른 것이기에 의심할 여지가 없다. 나를 완전히 포기하지 않(았)다면 말이다.


이 사실을 깨닫게 된 이후로 마음이 한결 가벼워졌다. 내 인생에 있어 과거란 소중한 것들을 회상하고 감사해하는 정도로만 존재하면 된다니! 이토록 가볍고 또 여유로운 것이 있을까. 과거엔 아무런 답도, 또 무언가를 바꿀 대단한 힘도 없다고. 오직 미래만이 생명력을 더해줄 것이라고.


그날 저녁 우리는 미래를 향해 가기로 합의했다. 서로 조금씩 울고 다시 웃었던 어떤 날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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