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매거진 M씽크 2기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박벨라 Oct 23. 2019

<어하루> 캐스팅 너무 완벽한 거 아닙니까

<어쩌다 발견한 하루> 백경 사약길 걷는 중인 사람?

드디어 MBC 하이틴 드라마가 돌아왔다. 10대 때 즐겨보던 통통 튀고 발칙한 하이틴 드라마가 TV에서 사라진 몇 년이었다. 기억나는 최근작은 <땐뽀걸즈>, <학교 2017> 정도다. 이마저도 제대로 10대를 사로잡거나 표현했다고 보긴 힘드니, 햇수로 세려면 손가락 세 개는 필요하겠다. 뜸했던 TV 하이틴 드라마로 인해 해당 감수성을 충실히 반영한 웹드라마 시장은 그야말로 ‘대박’이 났고, (모르는 이도 있겠지만) 10대들 사이에서는 수많은 라이징 스타가 탄생했다. 이 시점에 <어쩌다 발견한 하루(이후 어하루’)>가 나타났다.



캐스팅이 약하다?

캐스팅에 대한 걱정을 들은 적이 있다. “아직은 이름과 얼굴을 매칭하기 힘든” 신인이라는 이유였다. 의아했다. 적어도 <어하루타깃인 1020에게는 그다지 낯선 인물들이 아니었다. 우선 주인공 단오는 <SKY 캐슬>로 눈도장을 쾅 찍은 김혜윤이 맡았고, <선다방>으로 비주얼 인증한 로운이 하루 역을 맡았으며, 앓다 죽을 백경은 <검색어를 입력하세요 WWW(검블유)>에서 주연 커플보다 사랑받은 설지환 역의 이재욱이 맡았다. <순풍산부인과> 귀염둥이 정배가 진미채로 돌아온 건 또 어떻고. 이태리의 정체도 매우 궁금하다.

 

게다가 웹드라마 좀 봤다 하는 분이라면 눈에 익을 배우가 한둘이 아니다<이런 꽃 같은 엔딩> 정건주, <에이틴> 나은, <연애플레이리스트> 배현성, <한입만> 김지인, <좀 예민해도 괜찮아> 김영대, <통통한 연애> 한채경, <단지 너무 지루해서> 김현목까지. 다 읊기가 민망할 정도다. 물론 도전적인 캐스팅이었을 수 있다. 그러나 웹드라마를 비롯해 단막극, 영화 등 다수의 작품에서 연기력을 키워왔고 이미 SNS에서는 팔로워 수십만을 거느린 인플루언서들이다. 이 정도면 빵빵한 캐스팅이라고 생각한다더불어 TV 드라마로 보기에 신선한 조합이어서 좋았다. 플레이리스트 와이낫미디어 X CJENM X 딩고 합작을 보는 것 같달까. 진정한 비주얼 맛집은 여기로구나.



<동백꽃>을 어떻게 이기냐?

수목드라마라 가장 잘나가는 KBS <동백꽃 필 무렵(이후 ‘동백꽃’)>과의 비교가 끊이지 않는다. 하지만 비교 대상이 틀린 것 같다. 비슷한 시간대의 드라마를 서로 비교하는 이유는 시청률 때문이라고 예상된다. 더 많은 시청자를 끌어올 수 있느냐 하는 문제가 여전히 걱정거리라는 말은올드하다. 2019년, 한 명의 시청자는 <동백꽃>을 보면서 동시에 <어하루>를 볼 수 있다. 그리고 이 시대의 시청률은 실질적인 화제성을 담아내지 못하기 때문에 실질적인 광고효과를 따지기에 허술한 개념이기도 하다. 드라마 시장을 돌아가게 만드는 ‘돈’ 측면에서 따져보건대 <어하루>의 주 시청층과 <동백꽃>의 타깃층은 다르다. 이들끼리의 비교는 무의미하다.


그렇다면 비교 대상은 무엇이 되어야 할까. 개인적으로는 팬층을 공고히 해온 여러 웹드라마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제까지의 하이틴 드라마와는 무엇이 다르고, 웹드라마에 비해 어떤 점이 발전했느냐 그게 관건이다. 내 대답은 긍정적이다. 우선 캐릭터에 차별성이 있다. 흔히 말하는 개인화 파편화 흐름에 알맞은 단오 캐릭터가 눈에 들어온다. ‘외로워도 슬퍼도 나는 안 울던’ 캔디와 달리, 엉엉 울어버리는 단오는 자꾸만 응원하고 싶다. 게다가 누가 봐도 주인공인 여주다 옆에서, 엑스트라로 살지 않겠다고 박박 우겨대는 모습 역시 공감 100%이다. 내 인생은 내가 바꾼다는 당찬 포부, 젊은이라 불리는 우리가 가지고 있는 마지막 희망의 끈 아닌가.



20대도 다 지나간 나에게는 ‘우산 신’도 마음에 쏙 든다. #온라인 탑골공원이 떠오르는 연출이었다. 언니가 소싯적에는 말이야, <늑대의 유혹>이라는 영화가 있었어그리고 <꽃보다 남자>라는 드라마도 있었지기시감 살짝 드는 장면에서 오글거림을 웃음으로 승화시키는 연출은 나를 사로잡기에 충분했다. 아마 인소(인터넷 소설) 시절을 거친 이들이라면 누구나 공감할 듯하다. ‘뻔해서 싫어!’라 외치던 시청자에게 ‘뻔한 거 여기!’하고 오히려 한 방 먹이는 대사는 또 어떤가. “내 전용 셔틀, 너다.”라는 대사에 웃음 짓게 만드는 원작 <어쩌다 발견한 7설정은 곱씹어 생각해 보아도 쌈박하다.



어서 수요일로 (사각)

월화가 참 눈치가 없네. 얼른 비켜 수목드라마 봐야 하니까. 애청자로서 간곡히 부탁드릴 게 한 가지 생겼다. <비밀책 저도 갖고 싶습니다팔아주세요! 이런 게 바로 시청자와 제작진의 아름다운 소통 아닌가 합니다만. 현기증 나기 전에 <비밀>이 블루레이·DVD와 함께 판매되기를 바란다. 사버리려니까. 원작 <어쩌다 발견한 7>은 결말이 슬프다고 하던데 드라마는 다르겠죠사실 난 백경파라 1화부터 꾸준히 사약길(서브 남주를 사랑하게 되었을 때 시청자가 느끼는 쓰디쓴 맛이 사약과 같다 하여 남은 시청 시간을 사약 마시는 쓴 길에 비유한 말)을 걷고 있다. 앞으로 백경이 어떻게 변하는지, 하루에게는 어떤 과거가 있는지 밝혀지지 않은 ‘비밀’이 더 알고 싶다. 남은 비밀도 궁금해하며 수요일을 기다려본다.

매거진의 이전글 이상함과 특이함 사이의 줄타기 <어하루>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