트렌드 팔로우는 MBC에서 – 예능 드라마 라디오
인플루언서로 떠오른 장성규를 예능에, 그리고 라디오에 처음 데려온 MBC 칭찬해~ <워크맨> 구독자 입장에서 장성규는 취준생인 나를 이해하는 젊은 세대 아이콘이며, 동시에 내 처절한 마음을 속 시원히 뚫어주는 아나운서다. 거의 이 정도면 대변인이다. 그래서인지 지상파 보통(?)의 프로그램에 장성규가 얼굴을 비춘다는 건 남모를 승리감이 든다. (공감능력이 뛰어난 편)
그 일을 MBC가 해냈다. 이제 매일 아침 7시, 인상 찌푸리며 일어나지 않아도 되고 헛웃음 지으며 잠을 깨울 수 있게 되었다. 적당히 선 지키며 살라는 말만 들은 나로서는 장성규의 선 넘을 듯 넘지 않기 스킬이 오히려 통쾌한데, 라디오 DJ로 활동하면 날마다 아슬아슬한 농담을 해야 하고 자연히 실수할 일도 많아질 테니 위태롭지 않을까 걱정한 적이 있다. 그러나 몇 주 라디오를 듣다 보니 생각보다 이 사람 괜찮다. 성공적인 장성규 캐스팅 응원한다.
내가 삐뚤어진 마음으로 장성규를 응원했다면, 오히려 선한 마음으로 자꾸만 응원하게 되는 캐릭터가 있다. 펭-하! 세상 맑고 밝은 아이인데 또 하는 말을 분석하다 보면 깊이가 있다. 참 10살짜리 애한테 이런 감동을 다 받고 나도 나이 들었나 싶다. EBS 연습생 펭수가 인기를 얻기 시작한 지도 어언 몇 달. 지상파 연습생이라 지상파 진출이 어렵지 않을 거라 생각했다면 오산. 어렵게 첫 발을 내디딘 곳이 바로 MBC다.
펭수 때문에 애인과 싸웠다는 분이 <여성시대 양희은, 서경석입니다>에 직접 출연해 자리를 빛내주기도 했고, 초통령으로 불리는 유튜버 도티와 라이브 방송을 했는데 오히려 2030 세대가 더 많이 봤다는 댓글도 있었다. 아니 대체 펭수의 인기는 어디까지? (정답: 지구 밖 우주) 과감한 시도로 다양한 크리에이터를 백분 활용하고 있는 MBC 콘텐츠에 감탄할 따름이다. 앞으로도 ‘아니 왜 저런 걸 하냐곸ㅋㅋ’ 싶은 기획은 얼마든지 환영이다.
MBC의 변화는 어디까지인가. 잠시 틀어두었다가 다 보고야 말았던 <침착한 주말>이 시즌 2로 돌아왔다. 바로 <주X말의 영화>라는 프로그램인데 유튜버이자 웹툰 작가인 주호민과 이말년이 영화를 제작하는 과정을 담은 웹 예능이라고 한다. 웹 예능인데 왜 MBC가 나오냐고? 나도 그게 의문이다. (?) MBC는 최근 금요일과 토요일 밤 12시대에 ‘스튜디오 D’라는 슬롯을 편성했다. 디지털 제작사와 협업하는 시스템인데, 젊은 시청자에게 사랑받고 있는 크리에이터들의 콘텐츠를 특화 편성해 금토 밤 시간대를 살린다는 취지다.
더 기대되는 건 <연애미수>다. 와이낫미디어과 함께 제작한 웹 드라마 <연애미수>도 MBC 스튜디오 D 편성을 따냈다. 웹 드라마 퀄리티가 날로 높아지고 있는데 화질 좋고 화면 넓은 TV로 시청할 웹 드라마가 궁금하다. 일종의 ‘세련된 청춘 단막극’ 느낌이 아닐까. 개인적으로는 ‘웹 드라마’의 탈을 썼으니 조금 더 과감해져 보는 것도 추천한다. (이미 다 만들어진 작품에 피드백 더하기) 젊은 시청자들 사이에서 특히나 호응도가 엄청났던 <콜 미 바이 유어 네임(Call Me by Your Name, 2017)>이나 한국을 강타했던 Troye Sivan의 ‘Youth’ 뮤직비디오처럼 퀴어 코드, 아주 좋아요.
MBC 콘텐츠가 거의 저세상 스피드로 아이템을 선정하거나 캐스팅하고 있는 것 같다. 요즘 유행하는 건 MBC 보면 알 수 있다고 말해도 될 정도. 어찌 되었든 시도나 도전은 좋다. 그래서 응원한다. 물론 내용도 결과도 좋으면 더 완벽하겠지.
방송은 협업이다. 모든 사람의 이야기가 모여 거대한 하나의 흐름을 만든다. 그 흐름이 이후 트렌드라 불린다. 나이, 성별, 직업, 인종 그 어떤 차이도 마다하는 현재의 ‘다양성’ 트렌드는 MBC라는 지상파에서 가장 눈여겨봐야 할 트렌드다. 정상의 범주를 파괴하는 멘트로 장성규가 사랑받고, 비인간 펭수가 인기를 얻고, 디지털 콘텐츠가 TV로 넘어온 이때에 MBC는 어떤 브랜딩을 해야 할까? 내가 생각하는 답은 ‘다 같이(All Together)’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