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BC <공부가 머니?>가 정규 편성되었다. <공부가 머니?>는 사교육비를 줄이고, 1급 비밀 공부 노하우를 공개한다는 콘셉트의 프로그램이다. 사실, 파일럿 방송 당시 논란도 있었다. 34개의 사교육을 하는 연예인 자녀의 모습을 보면서 슬퍼서 눈물을 흘린 이도 있단다. 공짜로 교육 정보를 준다고 해서 챙겨봤는데, 문제집 정보 하나 없이 대치동에서는 사교육을 어떻게 하는지에 대한 모습만 보며 자괴감을 느꼈다고.
정규 편성된 <공부가 머니?>는 연예인의 자녀를 놓고 문제를 논의했던 파일럿과 달리, 교육문제로 고민하는 일반 가정과, 교육 사각지대에 놓인 친구들에게 공부 방법을 알려주는 것으로 콘셉트를 달리 한다. 교육계의 BTS로 BTS 팬클럽인 아미를 본뜬 애미 군단이 생길 정도로 인정받는 교육전문가를 모시고 공부 방법을 논의한다고 한다. 정시와 수시로 나뉘었던 우리 세대와 달리, 정말 복잡하다는 요새 입시가 과연 어떤지, 그리고 이번에는 정말 돈 아끼는 교육 꿀팁을 제공받을 수 있을지 궁금해 첫 방송을 시청해 보았다.
첫 방송 사연의 주인공은 고1 수험생의 아들을 둔 배우 최정원 씨. 아들이 이제 고1이라 입시에 신경 쓰게 되었는데, 너무 난해하고 어려운 입시 전형에 혼란스러운 상황이 고민이라고 한다. 엄마가 해줄 수 있는 이야기라곤, 숙제하라는 말뿐.
최정원 씨는 최근 고등학교 학부모 입시 동아리에서 공부를 한다고 한다.(입시 동아리가 있다니?!) 학종, 교과 등 어려운 용어들을 전문가의 말에 따르면, 입시는 복잡한 게 맞다. 대학교가 200개 되는데 대학마다 5개 10개 정도의 세분화되어 입시전형만 해도 약 2천 개가 넘게 있다고 한다.
특히 입시의 전형요소는 수능이라고 불리는 정시, 대학 논술 수시, 고등 학생부 수시라는 3가지로 나뉜다. 정시인 수능은 말 그대로 수능 점수로 평가받는 것이라 성적 향상의 기회가 항상 열려있다는 장점이 있다. 하지만, 단점으로 수능만 준비하는 재수생이 유리하며, SKY 합격생의 52%가 특정지역 학생들로 지역별 학력 격차가 합격률로 그대로 이어지는 경우가 많다. 수시는 3년 동안의 내신 성적으로 '저축형'의 입시 제도다. 생활기록부와 성적 종합으로 평가하므로 기회가 많지만, 특정 과목이 약하거나 어려운 경우 대비하기 어려운 것이 수시다.
입시는 올림픽하고 비슷하다. 수영을 잘하는 박태환이 모든 수영 종목에 출전해 기회가 많아지면 메달을 더 딸까? 집중이 분산돼 버려 자유형에만 출전할 때보다 메달을 딸 확률은 낮아진다. 따라서 3가지 입시 제도 중 본인에게 맞는 제도를 선택하고 집중할 결단의 시기가 필요하다. 전문가들은 그 시기를 고2 1학기로 보고 있다. 고1부터 수시전형과 연관되는 내신이 시작되며, 고1의 성적이 수시에 40%가 반영되기 때문이다. 즉 나의 내신 점수와 정시 준비를 비교하여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최정원 씨의 아들 희원이를 대상으로 웩슬러 지능검사를 실시했다. 지능 발달 수준을 파악하는 웩슬러 검사는 지난 파일럿 방송 때도 전문가들이 아이를 대상으로 실시해, 많은 엄마들이 검사하는 곳을 찾아다니는 등 유명세를 탄 지능검사다. 이 검사에서 상위 4프로의 IQ를 기록하고 집중력에서 탁월한 점을 보인 희원이. 하지만, 결과와 달리 30분 정도 공부하다 휴대폰을 보며 이내 집중력을 잃어버리는 희원이의 모습은 예상 밖이었다.
전문가들은 집중력보다는 주의력이 더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집중력이란 좋아하는 것에 몰입하는 것이라면, 주의력은 좋아하지 않는 것에서도 집중할 수 있는 능력을 의미한다. 공부보다는 패션과 사진을 좋아하는 희원이의 입장에서는 주의력을 키우는 연습이 필요한 것.
이에 전문가는 두 가지 해결방안을 제시했다. 첫째, 방안에 너무 많은 전자기기를 줄일 것. 둘째, 필기하는 습관을 가질 것. 전자기기에 익숙하다 보니 필기를 하지 않고 눈으로만 책을 훑는 희원이. 필기는 눈과 손 둘 다를 집중시켜 주의력을 높여주는 좋은 방법 중 하나다. 주의력 향상을 위해 필기를 집중적으로 하며, 주변 환경을 깨끗하게 한다면 더욱 공부 효과를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집중력이 좋다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아니다'. '입시 방향을 고2에 설정하라'는 조언은 유용한 팁이었지만, 방송 시청 이후 왠지 모르게 허전한 느낌이 들었던 것은 나뿐만은 아니었을 것이다. 학부모의 입장에서 진짜로 필요한 것은 피부에 와 닿는 명확하고 구체적인 조언일 것이다. 방송에서 현실적인 이야기들을 듣기란 역시 무리인가는 아쉬움이 남는 첫방이었다.
일례로 우리 아이가 학교 과목을 잘 따라가지 못하는, 소위 교과과정 학습결손이 생길 때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에 대해 질문이 있었다. 전문가들은 사교육 논란을 의식한 듯 학원이 무조건 답은 아니라고 했다. 학원은 주로 상위권 위주로 수업이 흘러가기에 안 맞을 수 있단다. 따라서 학교 선생님, 과외 등을 통한 원포인트 레슨이 필요하고 그 이후에 자기 주도 학습을 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사실 이와 같은 조언은 학부모가 "우리 아이 수학을 잘 못하는 데 어떻게 해야 해요?"라고 질문할 때, "과외받거나 학교 선생님한테 물어보고, 스스로 공부하게 하세요"라는 답이랑 비슷하지 않을까? 내가 학부모라도 사교육비 줄이는 진짜 알짜 정보를 기대했을 프로그램에 실망스러울 것 같다. 파일럿 방송 이후, 학부모들이 가장 원했던 것은 대치동 아이가 푸는 문제집 이름을 알려달라는 것이었다. 그만큼 절실하게 방송을 기대하고 시청한다는 소리다. 방송이기에 문제집 상표를 공개하거나, 특정 사람에게 맞춤 설계는 불가할지라도, 이보다는 깊고 현실적인 조언들이 필요하다.
특히, 프로그램에서 시청자가 가장 기대하는 파트는 사연 영상보다 전문가의 솔루션일 텐데 사연 영상의 분량이 너무 길다. 전 서울대 입학사정관 전문가 이야기를 듣기 위해 끝까지 시청했는데 몇 분 안 나오더라는 불만도 많다. 사연에 나온 아이를 기준으로 구체적인 입시 설계, 학습 계획표, 추천 학습 교과 과정 등에 대한 전문가의 명확한 조언이 궁금하다. 특정 아이를 기준으로 설계하더라도, 학부모들에게는 내 아이 교육에 적용할 만한 좋은 힌트를 얻을 수 기회가 될 것이다. <스카이캐슬>과 같이 아이를 담당하는 1:1 입시 코디를 모시기 힘든 일반 학부모들이 프로그램에 진정으로 기대하는 것은 전문가의 깊이 있는 사이다 조언이다.
좋은 학교에 가고 공부를 잘하는 것이 인생의 성공을 보장하는 것은 절대 아니다. 그 사실을 누구보다 잘 알지만, 막상 내 아이를 학교에서 뒤처지게 만들거나 방치하고 싶은 학부모는 별로 없다. 그래서 동창 모임, 맘 카페 등 모이면 늘 아이 교육 이야기다. 관심도가 높은 주제이기에 <공부가 머니?>는 논란거리가 많고, 파급력이 클 수밖에 없다. 이제 시작이다. 앞으로 <공부가 머니?>는 입시생뿐 아니라, 초등학생 등 다양한 교육과 진로에 대한 사례들을 다룰 예정이라고 한다. 프로그램의 취지처럼 사교육비 줄일 수 있는 진정한 꿀팁을 선사하기를 바란다. 모두가 누릴 수 있는 입시 코디로 유익함을 더해가기를 기대하며 지켜볼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