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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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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yong Nov 12. 2019

MBC 뉴스데스크엔 ‘법이 있다’

세림이법, 김용균법 등. 이들 법에 이름이 붙은 이유가 있다. 모두 법이 보호하지 못한 이들의 이름이다. 세림이법은 2013년 3월 김세림 양이 어린이집 통합 차량에 치여 숨진 후 개정된 도로교통법이다. 김용균법은 2018년 12월 화력발전소 협력업체 비정규직 노동자 김용균 씨가 설비 점검을 하다 숨진 사고로 개정된 산업안전보건법을 말한다. 만약 사고가 나기 전에 이들 법이 있었다면 어땠을까. 어쩌면 사고를 막을 수 있었을지도 모른다. 

MBC 뉴스데스크는 지난 7월 7일 <법이 없다>란 새로운 코너를 선보였다. ‘법’을 중심 소재로 다룬 뉴스 코너다. 우리에게 필요한 법안은 무엇인지, 또 법이 통과되지 않아 피해 보는 이들은 없는지 살펴보는 게 핵심이다. 더는 누군가의 이름이 법 앞에 붙지 않으려면, 우리는 ‘법’에 귀 기울여야 한다. <법이 없다>의 탄생에 주목하는 이유다. 


법은 우리 가까이에 있다

‘법’은 일상과는 다소 멀어 보이는 개념이다. 일상에서 법의 존재를 체감하지 못하기 때문이다. 밥을 안 먹으면 배가 고프다는 즉각적인 반응이 오지만 법은 그렇지 않다. 꼭 예기치 못한 사고가 일어난 후에야 알게 된다. 법의 존재와 그 중요성을 말이다. 살펴보면 법은 늘 우리 곁에 있었다. 예컨대, 우리는 법 테두리 안에서 안전을 보장받는다. 무단횡단을 처벌토록 한 법이 있기에 무단 횡단해선 안 된다는 것을 안다. 이는 곧 보행자의 사고를 예방하는 일이다. 


아무리 법의 중요성을 말해도 직접 느끼지 않으면 모른다. 여기서 <법이 없다>가 갖는 의미를 찾을 수 있다. 누구나 볼 수 있는 뉴스를 통해 주기적으로 ‘법’을 일상 속 화두로 가져오기 때문이다. 뉴스에 나온 사건‧사고들이 화제가 되는 것처럼 ‘법이 중요하다’는 인식을 지속적으로 심어주는 것이다. 이를 통해 우리는 생각보다 법이 가까이에 있음을 깨우칠 수 있다.


법이 없어 고통받는 사람들

<법이 없다>는 법의 부재를 꼬집는다. 주목할 건 그 방법이다. 법이 없어 고통받는 이들의 이야기를 듣고 전한다. 법을 다루지만 법 그 자체를 넘어 법의 부재를 느끼는 당사자에 집중함으로써 공감 포인트를 살린다. 

7월 7일 <법이 없다>가 첫 순서로 다룬 내용은 양육비 이행법이었다. 법이 없어 피해를 보는 건 바로 ‘아이들’이었다. 리포트는 이를 직접적인 메시지로 전달한다. ‘친구들처럼 학원에 가고 싶다’, ‘치킨을 마음껏 먹고 싶다’ 언뜻 봐도 소소한 일들이지만, 양육비를 받지 못하는 한부모 가정 자녀들에겐 소원 빌 듯 바라야 하는 일이다. 리포트를 통해 아이들의 기본적인 생활을 보장하기 위해 양육비 이행법이 필요하다는 것을 알 수 있었다. 우리 사회가 보호해야 할 아이들의 편에서다. 

무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8월엔 노동자의 휴식을 보장하는 노동자 작업중지권 이슈를 다뤘다. 폭염에도 쉴 틈 없이 일해야 하는 현장 노동자의 현실을 문제 삼았다. 이미 국회엔 노동자 작업중지권을 규정한 법이 발의돼 있었지만 통과된 법은 없었다. 이 때문에 건설현장 노동자들은 폭염으로 언제 쓰러질지 모르는 현장에서 버티고 있었다. 이는 리포트에 생생한 자료 화면으로 담겼다. 직접 고통받는 이들의 모습을 비춘 것이다. 지난해 한 노동자가 폭염 속에 정신을 잃고 추락사한 사고를 근거로 들며 문제의 심각성을 말하기도 했다. 

10월 14일 리포트에선 스쿨존 사고를 막을 법에 대해 말했다. 스쿨존 내 과속 단속 카메라 설치, 신호등 설치 등 스쿨존의 안전을 강화한 법이 마련돼야 한다는 내용이었다. 이 법이 있어야 아이들의 안전도 지킬 수 있다는 메시지를 전했다. 이를 뒷받침하는 건 스쿨존 사고로 목숨을 잃은 김민식 군 아버지의 목소리였다. 이처럼 <법이 없다>는 고통받는 이들 편에서 법의 필요성을 말하는 데 집중한다. 


대안을 말하는 뉴스의 시작

<법이 없다>는 기존 뉴스의 문법을 넘어선다는 점에서도 주목할 만하다. 지금까지 뉴스는 줄곧 ‘문제’를 말해왔다. 사건‧사고 발생을 육하원칙으로 보도하고, 정치권에서 여야 논쟁이 벌어지는 현실을 다루는 식이다. 반면, ‘문제를 어떻게 해결할 것인가’에 대해선 주목하지 않았다. MBC 뉴스데스크 <법이 없다>는 우리 사회에 필요한 법을 짚으며 문제를 풀어나갈 방법을 강조한다. 그간 언론이 크게 다루지 않았던 ‘대안’을 말하는 뉴스인 셈이다. 


대안 없는 뉴스의 반복은 시청자를 무기력하게 만들 뿐이다. 그런 점에서 <법이 없다>가 갖는 의미는 법의 필요성을 말하는 것 이상이다. 해법을 직접 제시하며 문제 해결을 촉구하고, 시청자가 더 나은 미래를 그릴 수 있도록 한다는 점에서다. 


법이 있는 사회로 한 걸음 더

<법이 없다>가 꼬집는 법의 부재를 해결하려면 어떻게 해야 할까. <법이 없다>가 법이라는 대안을 말하는 것을 넘어 살펴봐야 할 부분이다. 지금까지 매 리포트에선 ‘왜 법이 통과되지 않는지’ 그 이면을 살펴봤다. 문제의 근원은 국회였다. 이미 법이 발의돼 있어도 국회에서 논의가 미진하거나 논의 자체가 이뤄지지 않았다. 법안 하나 통과되기가 그토록 어려운 일이었음을 확인하는 한편 궁금해졌다. 지금까진 어떻게 법이 통과됐는지 말이다.

7월 7일 첫 리포트에 나온 국회에 계류된 법안 수

선례를 살펴보는 일은 중요하다. 우리는 선례를 통해 향후 법안을 통과시킬 방법까지 고민해볼 수 있다. 법안 통과가 시기와 상황이 맞아떨어진 아주 드문 우연의 결과라면 지금처럼 ‘법이 없다’는 외침은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뿐이다. <법이 없다>가 대안 말하기를 넘어 대안 실현까지 그 내용을 확장해갔으면 하는 이유다. 이는 해법을 말하는 솔루션 저널리즘이 추구하는 방향과도 맞닿아 있다. 물론 이를 위해선 <법이 없다>가 더 큰 호응을 얻고, 그만한 시청자의 관심이 뒤따라야 할 것이다. 그래서 <법이 없다>가 계속해서 힘을 내주길 바란다. 법의 중요성을 아는 시청자들이 더 많아질 때까지 말이다. 


‘법’이 가까이 있음을 인지하고 살아가는 사람들은 드물다. 그러나 모르는 체 살기에 법은 너무나 중요하다. ‘법’을 놓치는 사이 애꿎은 피해자들만 늘어난다. 법을 만들고, 통과시키는 건 국회가 할 일이지만 제 역할을 못 한다면 이들을 움직일 방법을 고민해야 한다. <법이 없다>에 공감하는 시청자들이 많아질수록 국회도 바빠질 것이다. 일상 속에서 그 중요성을 잊고 지내는 ‘법’이 적지 않다. 법이 없어 고통받는 이들이 사라질 때까지 <법이 없다>가 흥하길 응원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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