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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M씽크 2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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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프로시청자 Nov 12. 2019

이건 드라마야? 웹드라마야?

MBC의 새로운 도전 <연애미수>


10월 4주 차 드라마 화제성 1위는 2주 연속 MBC 수목 드라마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차지했다. 이는 단순히 수치에 불과한 것이 아니다. SNS를 하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실감할 수 있는 부분이다. 방송하는 내내 페이스북 각종 페이지에 실시간으로 드라마 장면을 캡처한 콘텐츠가 업로드되고, 방송 끝난 뒤에도 움짤이나 드라마와 메이킹 속 설레는 포인트가 정리되어 올라온다. <어하루>는 어떻게 인기를 끌 수 있었을까. 다양한 이유가 있겠지만, 웹드라마를 통해 10대에게 인지도를 쌓은 배우들의 대거 출연도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생각한다. 이것이 단순한 짐작이 아닌 이유는 시청률을 살펴보면 알 수 있다. 무려 최고 시청률 18.4%를 기록한 KBS2 <동백꽃 필 무렵>보다 최고 시청률 4.1%에 불과한 <어쩌다 발견한 하루>가 인터넷 반응이 더 뜨거운 것은 SNS에 익숙한 10대의 마음을 사로잡았기 때문이다.



이렇듯 웹드라마의 화제성과 파급력은 나날이 상승해가고 있다. 플레이리스트의 <에이틴>은 누적 조회수 3억 뷰를 기록했으며, <연애플레이리스트>는 해외에서도 뜨거운 반응이 나오고 있다. 5~10분 분량으로 시작했던 웹드라마가 시간을 20분으로 (간혹 30분까지도) 늘리면서 점차 웹과 TV의 경계가 흐릿해지고 있다. 이때 TV 방송사 중 영리하게 먼저 움직인 회사가 있었으니, 바로 MBC이다. MBC는 <전지적 짝사랑 시점>으로 웹드라마 최초 조회 수 1억 돌파에 성공한 ‘와이낫미디어’와 콜라보를 맺어 <연애미수>라는 작품을 발표했다. <연애미수>는 연애를 수없이 범하지만 늘 미수로 그치는 청춘들의 짝사랑 이야기로, 기존에 웹드라마에서 볼 수 없었던 독특한 캐릭터들이 등장한다. <연애미수> 1화 (웹드라마 2회분)을 보니 기존 드라마, 웹드라마 둘 모두와 다른 지점이 있었다. 이 글에서는 그 부분들을 파헤쳐 보고자 한다.     



자막이 없는 TV 버전

[한국 드라마는 길어서 못 본다고요?]

<연애미수>가 기존 드라마와 가장 다른 부분은 역시 분량이다. 최근 웹드라마 분량은 20분 남짓 정도고 이 작품 역시 마찬가지이다. 그 두 회차를 합친 버전이 드라마 1화 되시겠다. 즉 <연애미수>는 한 회차가 약 40분이므로, 60~70분의 드라마 한 편과는 눈에 띄게 다르다. 그러나 전혀 부족하다고 느껴지지 않는다. 분량은 적을지라도 내레이션을 활용하여 효과적이고 빠르게 이야기가 전개되기 때문이다. 또 등장인물 수가 대폭 축소된 것 역시 한몫한다. 인물이 적어지면서 주인공에게만 초점을 맞추면 되기 때문에 40분 분량도 충분하게 여겨진다. 기존 드라마 호흡이 느리다고 생각하거나 드라마는 분량이 길어서 망설였던 사람들에겐 희소식이 아닐 수 없다.     


TV와 웹 콘텐츠 영상 비율이 다른 것을 활용한 센스 있는 자막

[웹드라마는 맨날 똑같은 소재라고요?]

1화를 보자마자 확실히 스케일이 커졌다는 것을 느꼈다. 세상에, 아역이라니! 웹드라마를 몇 편 보신 분들이라면 알 것이다. 대부분 웹드라마는 주연 위주로 엑스트라도 최대한 없이 진행되기 마련이라는 사실을 말이다. 그런데 <연애미수>는 1화에 초등학생 아역이 여러 명 떼로 등장한다. MBC가 기획부터 제작까지 직접 참여했기 때문일까. 덕분에 웹드라마 중 가장 대서사시가 탄생했다. 현재 드라마 속 시간은 2008년인 걸로 보아 2019년 성인의 모습도 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짐작해본다. 그렇다면 드라마는 1998년 모습부터 보여줬으니 약 20년을 다루는 셈이다. 이는 확실히 드라마에서나 볼 수 있을 법한 구성이다. 또 온라인 채널 (네이버 TV, V LIVE, 유튜브)에선 기존 웹드라마 시청자에게 익숙한 자막이 있지만, TV에서는 자막을 없애는 등 디테일도 놓치지 않았다.




웹 콘텐츠와 TV의 경계선이 사라지고 있는 이 시점에 등장한 <연애미수> 여러모로 기대된다. 드라마가 익숙한 이들과 웹드라마가 편한 사람들에게 중간 다리 역할을 톡톡히 할 것 같은 예감이 들기 때문이다. <연애미수>가 흥행에 성공하여 다양한 분량의 드라마와 색다른 소재의 웹드라마를 앞으로도 계속 볼 수 있기를 바란다. 이렇듯 새로운 변화와 도전을 계속 시도하다 보면, MBC 드라마 명성 또한 다시금 되찾을 수 있지 않을까. 사실 먼 미래는 차치하고, 어쨌든 <연애미수>가 재밌다는 사실이 가장 중요한 포인트이다. 드라마 덕후 중 한 명으로서 볼 만한 작품이 많이 생기는 것은 언제나 쌍수 들고 환영할 일이니 말이다. <연애미수>가 보고 싶으신 분들은 금요일 밤, <나 혼자 산다>가 끝난 뒤 TV를 끄지 말고 잠시만 기다려 보자. 혹시 당장 보고 싶다면 네이버에 검색하는 방법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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