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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토끼 Jun 27. 2019

국제학부 영어분투기_1편

영어로 쓰인 글이 날아와 자기 어떠냐며 내 머리를 때렸다...사랑이었다.

대학에 입학한지 7년이 다 되어가는 지금도, 처음 대학생활을 시작할 때의 설레임은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는 전 학교를 다니다 반수를 해서 제가 졸업한 모교에 들어가게 되었는데, 열심히 수능을 준비하던 중 ‘에이 설마 되겠어. 넣어나 보자’ 하고 던진 수시에 덜컥 합격하게 되어, 기쁘긴 한데 허무한 기분이었던 것도 기억납니다. 이럴거면 왜 수학공부 열심히 했지 나….

그렇게 저는 국제학부로 입학하게 되었습니다. 

이전 글에서도 밝혔듯이, 저는 영어 때문에 머리를 썩혀 본 적이 많이 없었습니다. 

그렇기에, 국제학부의 특성상 해외에서 유학한 친구들이나 외고 출신 친구들, 외국인들도 많겠지만 ‘수업을어느 정도 따라는 갈 수 있을 테니, 큰 문제는 없겠지.’ 가 제 생각이었습니다. 

그런데 입학하자마자 제게 큰 충격을 준 사건이 일어났으니, 바로 모든 1학년들의 필수 수강 과목, 글쓰기강좌였습니다. 

처음 야심차게 낸 과제는 가슴 아픈 알파벳 C+ 가 크게 쓰여져 제게 돌아왔습니다.

큰 충격을 받은 저는 용기를 내어 교수님께 여쭤보러 갔습니다. 

그 교수님께서는 매우 친절한 분이셨는데, 제가 왜 C+ 냐고 여쭤보니 굉장히 놀란 듯한 눈치셨습니다. 

교수님께서는 두 눈을 크게 뜨고 말씀하셨습니다.

“어머, 난 엄청 잘 준거라고 생각했는데..”

따흐흑 

두 번 상처 받은 저는, 쓰린 C를 부여잡고 교수님께 혹 어떤 부분들이 잘못되었는지 여쭤보았고, 교수님은 신들린 듯이 빨간 펜으로 하나하나 점수가 깎인 부분을 표시해 주셨습니다. 

관사의 누락, 인칭에 따른 동사 변화와 같은 기본적인 문법 실수는 물론이고, 장황하고 어색한 문장 표현, 뜻이 모호한 단어….

역시 교수님은 옳았습니다. 

영어 시험을 볼 때, 객관식으로 틀린 걸 고르라고 할 때는 명확히 보이던 오류들이, 막상 제가 직접 영어로글을 써 보니, 군데군데에 묻어 있었습니다. 

인생은 객관식이 아닌 게야…. 

뼈저린 교훈과 부끄러운 점수를 안고 저는 이 C+를 아픈 손가락으로 받아들이기로 했습니다. 

상황을 받아들이고 나니 든 생각은, ‘그럼 어떻게 하면 영어로 표현을 잘 하는 사람이 되지?’ 였습니다. 

주위를 둘러보니, 영어가 한국어보다 더 편한 친구들 천지였고, 이에 저는 얘네는 뭘 얼마나 다르게 표현하는지를 유심히 관찰했습니다. 

수업 시간에 토론하거나 발표하는 기회도 많아, 관찰하기에는 최적의 환경이었지요. 

그러다가 부제에 쓴 것처럼, 제 뇌를 때리는 표현을 듣게 됩니다. 

한 학생이 수업 시간에 자신이 써온 과제를 앞에서 발표하는 자리였습니다. 

정확한 주제가 뭐였는지, 어떻게 표현했는지는 사실 기억이 안 납니다. 

하지만 하나는 기억나는데, 과제의 낭독을 들으면서, “이게 영어로 표현한다는 거구나” 라고 느꼈다는 점입니다. 

딱히 감동적인 내용도 아니고 (과제니까요) 흥미롭고 쉬운 주제도 아니었는데 (과제니까요), 무슨 말을 하려는지를 넘어서, 어떤 전제를 했는 지, 어떤 태도이며, 말하는 학생이 어떤 성격일지조차 나름대로의 그림이 그려지는 표현이었습니다. 

어려운 단어를 쓴 것도 아니고, 잔뜩 허세를 부려 비비 꼰 문장도 아니었는데 말이죠. 

사실 그 친구 자체는 남자였는지, 여자였는지 기억도 잘 안 납니다. 

중요한 교훈은 똑같은 영어라는 자원을 가지고도 누군가는 예술을 만들어 내고, 누군가는 그대로 썩힐 수도 있단 걸 온 몸으로 체감했다는 점입니다. 


ART 를 거꾸로 하면 TRA... TRASH를 연상시킵니다


그 날 집에 오면서 저는 처음으로 “내가 잘하고 싶은 영어”의 구체적인 모습을 그리게 됩니다. 

원래부터 성격이 내향적인 편에다, 책도 좋아했기에 저는 늘 표현의 수단으로 말보다는 글을 더 선호했습니다. 

글은 말과 달리, 몇 번이고 내 안에서 정제를 거친 표현이어서, 말하고자 하는 바를 보다 정확하게 표현할 수 있었고, 

말과 달리 기록으로 남아 몇 번이고 글을 읽은 타인에게 영향을 줄 수 있었지요. 

제게 있어서, 글은 나라는 인간을 고민하여 압축시킨 정성 어린 표현 수단이었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영어로 멋진 문장을 쓸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을 제가 영어를 공부하는 1순위 목표로 두기로 했습니다. 

(학교에서 내주는 대다수의 과제와 작업물이 영어 작문이라는 실용적인 판단도 사실 한몫 했습니다.) 


그리곤 이 목표를 다음과 같이 더욱 잘게 쪼갰습니다.  

첫번째로 우선 기본적인 문법 실수를 줄이고, 단어의 선택을 다듬어 기본기를 갖추고, 

두번째로 내가 잘 아는 내용을 영어로 표현하는 연습을 통해 나만의 문체를 형성하고, 

세번째로 다른 잘 쓴 글과 표현을 보면서 배우고 싶은 점을 적용해 보며, 더욱 표현을 계발한다. 


목표를 정하고 계획을 짜면서 신이 나는 성향의 저는 (계획변태) 이제 패기를 가지고 이 목표를 실현할 수 밖에 없는 환경에 자신을 집어넣기로 합니다. 

그러던 제 눈 앞에 누군가 나타나는데…. 


- 2편에 계속 - 


https://brunch.co.kr/@micamica199/7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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