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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탐구토끼 Dec 17. 2019

결국, 이성보다 감정이 강하다.

비판보다 공감이 결국 강하듯. 


Humans are creatures of prejudice and emotion, not of logic


매 달 첫번째와 세번째 화요일마다 만나게 되는, 화요일 1반의 멤버 분들은, "예의바르게 수용적"이라는 복잡한 형용사로 표현할 수 있었습니다.


반짝이는 눈빛과 조용한 미소, 상냥한 맞대꾸로 이야기를 들어주시고, 웃으며 질문을 주시는 모습이 인상적인 이 모임은, 허물 없이 성큼 다가가겠다는 느낌이라기 보단, 상대의 선을 적극적으로 존중해주겠다는 우아함이 느껴졌어요.


모나리자 스마일로 유명한 줄리아 로버츠 같은....?

으음, 화요일 1반 분들이 보시면 "대체 무슨 소리죠 그만해욧" 라고 하시겠네요.

저도 쓰고 나니 뭔 소린가 싶어요.


한 마디로, 늘 부드럽지만 절대 만만하지 않은, 잘 다듬어진 지성인이란 느낌이었어요.


그렇기에 첫 만남부터 이 분들의 조금 더 깊은 성격은 어떤 모습일까, 궁금했습니다.

우연인건지, 이를 살짝 엿볼 수 있는 기회를, 두 번째 모임에서 함께 스터디한 파트 중 아래 문단이 제공해 주었습니다.


톡 쏘는 비판은 지워지지 않는 상처를 남길뿐. 결국 감정이 이성보다 강합니다.


카네기 쓰앵님께서 저번 시즌 교재로 삼았던 #인간관계론 에서 주구장창 강조하는 건 사실 심플합니다.


"제발 다른 사람 입장에서 생각해. 비판 그만하고, 다른 사람한테 인정이랑 사랑을 줘. 그럼 사람들이 너한테 대하는 태도가 당연히 달라진다구."


너무 맞는 말인데 말이에요,

그렇기에 너무 뻔해서, 그 이유조차 생각하지 않았어요.

그래서 위 문단에서 카네기 쓰앵님이 딱 그 이유를 집어 줄 때, 저는 문득 읽는 걸 멈추고 곰곰히 사색에 빠지곤 했습니다.


"We are dealing with creatures of emotion, creatures bristling with prejudices and motivated by pride and vanity."

우리는 (사람을 대할 때,) 감정적이며, 편견으로 가득차 있고, 자존심과 허영심으로 움직이는 존재를 대하고 있는 것이다."


(번역으로 치면 굉장히 질이 안 좋은 번역이지만, 가급적 원문을 직독직해하기 편하도록 불가피하게 위처럼 풀어봤습니다.)


이 파트를 읽을 때, "사람은 결국 이성이 아니라 감정으로 움직인다" 는 이 메시지가 특히 가슴을 때렸습니다.


한국 사회는 감정에 휘둘리는 행태를 매우 한심하고 생각하고, 삼가고 억눌러야 할 것으로 자주 봅니다.

사실 저도 그런 경향이 있습니다. 뭔가 결정을 내릴 때, 감정에 의존해서 질러버린다는 건 상상할 수 없는 일입니다.'비록 우울하지만, 화가 나지만, 너무 기쁘지만, 그래도이렇게 행동하는 게 최적이지', 가 스스로에게 가장 자주 하는 말입니다.


가끔 친구나 동생이 상담을 해오면, 적절한 솔루션을 주려고 합니다. 얼마나 힘든지 푸념하면, "그래서, 이제 어떻게 할거야?" 라고 제 딴에는 객관적인 충고를 쏘았습니다. 비판이기도 하죠.


함께 힘들어해봤자, 상대방에겐 아무 도움이 되지 않으니 내가 답을 찾게 도와줘야 한다고 생각하면서요.



그런데 이 파트에서 저도 모르게 "아..." 하고 침음을 삼켰습니다.

사실 그들이 정말 원하는 건, 솔루션이 아니라, 감정의 커뮤니케이션이었을 거에요.


저도 깊은 우물 바닥에 쳐박힌 것처럼 비참하고 우울한 날, 그 우물에서 기어나올 수 있게 해줬던 힘은 클라이밍 하는 법을 가르쳐준 사람들이 아니라, 함께 우울의 노래를 불러주고 응원해준 사람들로부터 받았었어요.


이성이 아니라, 감정을 먼저 충족시켜 주는 것.

그건 쓸모 없는 게 아니라, 사실 그거야말로 존중이라고 불리는 쓸모 있는 거였다는 걸 겨우 다시 일깨웠습니다.



이야기를 털어놓자, 화요일 모임 분들도 모나리자 스마일을 띈 채, 끄덕이시더라요.


조금 낮은 톤의 목소리가 매력적이신 H님은, 특히 공감하셨습니다. 늘 이성적인 충고를 해주시는 어른스러운 H님도, 친구의 푸념을 듣고 솔루션을 내려주는데, 가끔 친구가 삐졌다고.... ㅎ


문득 궁금해져서 멤버 분들의 MBTI 성향을 여쭤봤습니다.

흥미롭게도 화요일 멤버 분들은 MBTI 검사 결과, 결정을 내릴 때 Thinking 에 의존하는 분이 반, Feeling 에 의존하는 분이 반이셨어요.

당연하게 모두 Thinking 에 의존할 거라고 지레짐작했던 저였지만, 본문처럼, 저도 "bristling with prejudice", 편견에 가득차 있던 걸 안 즐거운 충격이었습니다.


앞서 격한 공감을 하신 H님은, Thinking 타입. 놀랍지 않죠. ㅎ


사슴같이 큰 눈이 매력적인 J님은, 이성을 중시하지만, 이를 십분 활용해서 상대가 "왜" 그런 감정 상태인지를 짚어주고 상담해주신다고 하니, Thinkng 타입이라고 해서 감정을 먼저 존중하는 짓은 못해, 란 건 순 변명이란 걸 일깨워주셨습니다.


간호사를 꿈꾸며 막학기를 달리고 계시던 M님은 타인의 아픔에 잘 공감하는 Feeling 타입이지만, 사실 간호사로서 정말 어울리는 성격은 냉정하고 빠른 판단을 하기 위한 Thinking 타입일거라며 미소지었습니다.


몸이 불편하신 분들을 위해 기여하는 일을 하시는 K님은 높은 공감능력이 있었기에 열정을 가지고 언젠가 국제 사회를 위해 기여하겠다는 꿈을 품고 도전해 나가실 수 있었고요.


모임을 마치고 집에 가며, 오늘 아침 입술을 쭉 빼고 징징거리던 동생이 생각났습니다.

공부가 지겹다, 친구가 날 짜증나게 한다, 누가 날 무시한다....

지겨워도 공부는 하고! 짜증나면 그 친구를 멀리하고! 무시하는 인간은 너도 똑같이 무시해주거나, 걔가 널 무시하든 말든 그 사실 자체에 관심을 주지 마, 가치없어!

라고 저는 도사처럼 답을 내놓았고요.

근데 그게 아니었나봐요. (맞는 말이긴 하지만요. 공부는 좀 그냥 해라...)


동생이 원하는 건 "그랬구나" 한 마디였다는 걸,

동생도 그렇고 저도 그렇듯, 우리는 모두 "creatures of emotion, not of logic" 이란 걸 되새기며, 저녁에는 다른 대답을 줄 수 있는 누나가 되기로 결심하며 귀가한 하루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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