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elf-entitled vs. deserve
자존감이 모두의 화제가 된 지금, 특히 부모로 대표되는 가정환경이 자존감에 큰 영향을 미친다는 건 이제는 기본 상식이 된 지 오래죠.
어려서 부모로부터 사랑과 관심, 인정을 충분히 받지 못한 아이는, 어른이 되어서도 스스로의 가치를 의심하고, 고통받습니다.
그리고 정반대로, 부모로부터 온갖 사랑과 인정을 넘치도록 받아온 사람들도 분명 있습니다.
부모님의 전폭적인 사랑과 지원 아래에서 곱게 자란 사람들을 우리는 “온실 속 화초” 라고 자주 부르죠.
그렇다면 이 분들은 건강한 자아인식과 넘치는 자존감으로 인생을 더 밝고 당당하게 살까요?
저는 사실 제가 이해한 자존감에 비추어 보았을 때, 당연히 그럴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더 많이 사랑받을수록, 더 높은 자존감을 기반으로 훨씬 삶을 행복하게 지낼거라고 믿었어요.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란 아이일수록, “구김살이 없다” “밝다” “편안하다” “사랑둥이다” 이런 형용사가 으레 따라붙잖아요.
그래서 이 화초들은 사회에서 일을 하던, 남들과 관계를 맺던, 그 특유의 에너지와 사랑스러움, 그리고 확고한 자존감을 바탕으로 좌절해도 금방 일어나면서 훨씬 행복하게 살아갈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런데 살다보니 제 생각과는 정반대로, 이 화초분들이 오히려 삶을 더 버거워한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특히 성인이 되었을 때요.
사실 성인이 되어 차가운 사회에 던져져서 힘들지 않은 사람이 어딨겠어요.
일부터 사랑, 인간관계까지, 어릴 때에는 크게 부딪힐 일이 없던 온갖 거지 같은 일들이 정말 많습니다.
하지만 비슷한 일을 당하거나 같은 처지에 놓인 다른 사람들이 1만큼 데미지를 입는다면, 이 분들은 10, 심할 경우 100의 데미지를 입는 느낌이었습니다.
유독 자신의 처지를 비관하는 경향이 강했고, 어려운 상황을 겪을 때 매우 심한 좌절을 느꼈고, 이렇게 좌절을 느낀 뒤 회복하는 시간이 매우 오래 걸렸으며, 의외로 견고한 관계를 유지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기도 했습니다.
한 지인 (매우 곱게 큰 화초입니다) 은 부모님이나 연인과의 관계에서 문제가 생길 때마다, 너무 힘들어서 죽어버리고 싶다고 토로하곤 했습니다.
이 화초 분들의 인생사를 들어보면, 유년기에는 집안의 왕자와 공주로써, 더할 나위 없이 행복한 시간을 지냈는데, 성인이 되고 사회에 나가 독립을 시작하면서부터, 즉 어른이 되면서부터 사는게 너무 힘들고 우울해졌다는 견해가 공통적이었어요.
그런데 저는 이게 조금, 사실 많이 혼란스러웠습니다.
일단 그분들은 개인적으로도 제가 보기에, 충분히 매력적이고 능력도 있고, 사랑과 지지를 듬뿍 받아 성취한 것도 많았으며, 자존감도 굉장히 높고, 스스로를 소중히 여겼어요.
그런데 왜 사랑을 듬뿍 받은 이 예쁘고 사랑스러운 화초들은 오히려 그렇지 못한 사람들보다 같은 일을 겪었을 때 더 흔들리고 더 아파하는 것 같지? 하고 소소한 의문을 품고 있었는데요,
그 실마리를 어느날 넷플릭스를 보다가 찾게 되었습니다.
세계적인 자기계발 멘토이자 심리학자, 그리고 베스트 셀러 작가인 토니 로빈스는 넷플릭스의 <I’m not your guru> 에서 한 여성과의 대화를 통해 그 이유를 이렇게 밝힙니다.
“사랑을 너무나 당연하게 받았기 때문” 이라고요.
여기에 더해서, 그렇게 사랑과 수용을 차고 넘치게 퍼준 부모를 이렇게 세게 표현합니다.
“Motherfucker.”
부모욕은 선을 넘었다며 토니 로빈스를 뚜까뚜까 때리기 전, 우선 토니 로빈스는 어떤 사람이고, 이 여성분은 어떤 상황에 처해있는지 이야기 해드릴게요.
잘 모르시는 분들도 있겠지만, 토니 로빈스는 자기계발 시장의 성지라고 불리는 미국에서 가장 성공하고 유명한 스타 멘토 중 한 명입니다.
엄청나게 키가 크고 거대한 체구의 남성으로, 1960년 생, 한국나이로 치면 올해로 62세인데도 에너지가 넘쳐서 펄펄 뛰어다닙니다.
이 분이 얼마나 유명하냐면 빌 클린턴, 다이애나 황태자비, 고르바초프, 넬슨 만델라, 마더 테레사 등 우리가 이름만 들으면 아는 현대 위인들에게 조언을 했으며, 세계적인 베스트 셀러도 몇 권이나 출판했습니다.
이 분이 1년에 한 번, “date with destiny” 라는 이름의 동기부여 세미나를 여는데, 매일 12시간 씩, 6일 동안 진행되는 엄청나게 빡센 일정인데다, 1인당 참가비는 무려 4,995 달러입니다. (현 시점 기준 한화 562만 1373원)
그런데도 매년 이 세미나에 참가하려고 사람들이 미친듯이 티켓팅을 하고, 결국 티켓팅에 성공한 2500명의 사람들이 71개 나라에서 몰려듭니다.
이 세미나를 촬영한 게 바로 넷플릭스의 “I’m not your guru (멘토는 내 안에 있다)” 라는 프로그램입니다.
언제 시간 나면 한번 보세요. 저는 보면서 입이 떡 벌어졌는데, 제가 아는 자기계발 강연장의 분위기와는 매우 많이 다르더라고요. 2,500명의 사람들이 미친듯이 춤추고 소리치고 웁니다. 어떤 콘서트장보다 더 열광적인 분위기였습니다.
그 중 하이라이트인 파트가, 토니 로빈스가 즉석에서 참가자를 뽑아 그들의 문제를 듣고, 즉석에서 조언을 해주는 코너입니다.
그리고 지목된 분이 바로 앞서 등장한 여성이에요.
2500명의 사람들 속 홀로 일어나서, 그녀는 자신의 고민을 털어놓는데요, 이혼한 전 남편과 현재 사귀고 있는 남자친구와의 관계가 그 주된 고민이었습니다.
그런데 이야기를 다 들은 토니 로빈스는 바로 여자에게 이렇게 물어봅니다.
토니 : Tell me about your father.
당신 아버지 얘기를 해보세요.
여자 : My father? My father was the most amazing man in the planet. He’s loving, self-sacrificing, playful, sweet… just wonderful.
저희 아버지요? 저희 아버지는 세상에서 가장 멋진 사람이었어요. 사랑이 넘치고, 희생적이고, 장난스러우면서도 친절하고….그저 너무 멋진 사람이었어요.
토니 : He taught you you’re his little princess, didn’t he?
그 분이 당신을 작은 공주처럼 대했겠네요, 그렇죠?
여자 : (고개를 끄덕인다)
토니 : Motherfucker
X새끼네요.
그리곤 왜 그녀의 아버지가 X새끼인지, 왜 그녀가 이토록 불행한지 설명합니다.
토니 : He meant it well. But look how he fucked up.
당신 아버지는 좋은 의도로 그러신 거겠죠. 하지만 지금 그게 얼마나 망했는지 봐요.
여자 : “He set the bar so high, I don’t even know if it’s possible to reach it.”
(수긍하며) 아버지가 제 기준을 너무 높여 놔서, 이 기준에 맞는 사람을 찾는 게 가능한지도 모르겠어요.
토니 : He taught you, you didn’t have to do anything to be loved.
당신 아버지는 당신에게 이렇게 가르친 겁니다. 당신은 사랑받기 위해서 아무것도 할 필요가 없다고요.
You should have all your needs be met.
당신이 필요한 건 다 충족되어야 한다고요.
He’s a beautiful man with a big heart that fucked you up. And made you think you were entitled.
당신 아버지는 넓은 마음을 가진 착한 사람이었지만 그게 당신을 망쳤어요. 당신은 스스로 사랑을 당연히 받아야 한다고 생각한 겁니다.
And when you’re not, you’re confused why it didn’t come your way.
그리고 그렇지 않은 상황이 오면, 대체 왜 내 뜻대로 되지 않는지 당황하죠.
Made it so that you could take love away if you didn’t get it.
당신 아버지의 가르침은 당신이 원하는 사랑을 얻지 못하면 그 상대로부터 즉시 사랑을 회수하도록 만들었어요.
‘cause you had no fear of losing it ‘cause he always gave it to you.
왜냐면 당신은 사랑을 잃는 것에 대해 두려움이 없었거든요. 당신 아버지가 늘 당신에게 그 사랑을 줬으니까.
So, your husband never stood a chance.
그러니, 당신의 전 남편은 애초에 (당신을 만족시키고, 당신과 좋은 관계를 쌓을) 기회조차 없었던 겁니다.
위 대화를 보면서 느꼈듯, 토니 로빈스는 말을 굉장히 세게 하는 인물입니다.
특히 일부러 충격적인 단어를 선택하고, 일부러 불편한 상황에 처하게 해 타인이 자신의 문제점을 돌아보고 변화하도록 자극하는 데 능합니다.
실제로 토니는 이렇게 말했습니다.
In every culture, there are taboo words.
모든 문화권에는 금기어가 있죠.
And when you use them, you’re able to interrupt the noise in people’s heads.
그리고 바로 이 금기어를 사용하면 사람들 머리속의 소음을 끊어낼 수 있어요.
I want to provoke people back into reality of this moment.
저는 사람들을 자극시켜 지금 이 순간의 현실로 돌아오게 하고자 합니다.
That’s how they change.
그렇게 해야 변하거든요
저는 이런 충격적인 화법을 사실 마냥 긍정적으로 보지만은 않습니다만, 토니 로빈스가 이 여성분에게 한 말에, 왜 사랑만 받은 화초들이 어른이 되면서 유달리 고통받는지, 그 의문의 실마리를 풀 수 있었습니다.
그 가장 큰 이유는 앞에서 토니 로빈스가 말한 한 영어 단어에 있습니다. 바로 “entitled” 죠.
앞서 여성분은 어려서부터 아버지로부터 무조건적이고 절대적인 사랑을 듬뿍 받아왔기 때문에, 사랑받기 위해서 내가 따로 뭔가를 해야 한다는 생각이 없었습니다.
그리고 토니가 지적했듯, 이런 생각을 하게 되죠.
“나는 당연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는 사람이구나. I am entitled for love.” 라고요.
Entitle for 은 “~할 자격이 있다” 라는 뜻의 단어로, “~할 만하다” 라는 뜻의 영단어, deserve 와도 자주 혼용됩니다.
I deserve to be loved, 와 I am entitled for love 는 모두 우리말로 “나는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는 뜻이지만, 그 늬앙스를 샅샅이 파헤치면 결정적으로 다른 점이 있습니다.
바로 조건입니다.
#Deserve
Deserve 는 어떤 조건을 충족했기에, “그럴 자격이 있다, 그럴 만 하다”는 의미가 있습니다.
이 조건은 내가 죽도록 한 노력일 수도 있고, 타고 태어난 미모일수도 있고, 유머감각일수도 있고, 매력일 수도 있고, 인맥일 수도 있겠죠.
그게 무엇이든, 어떤 조건을 충족했기에, 뭔가를 누릴 자격이 있다는 뜻입니다.
승진한 동료를 축하할 때, “Congratulations, you deserve it!” 이라고 표현하면, 그만큼 능력있고 똑똑한 너니까 승진할 만 해! 라는 뜻이겠죠.
그래서 우울한 친구를 북돋을 때 ‘you deserve to be loved” 라고 하면, 너는 그냥 무조건 당연히 사랑받아야 해, 라는 뜻이라기 보단, 이렇게 사랑스럽고 매력있고 의리 있는 너는, 충분히 사랑받을 자격이 있다. 그러니 자신감을 가지고 스스로를 사랑해줘.” 라는 뜻입니다.
#Entitled
그런데 Entitled 는 이런 조건을 충족시키지 않아도, 당연하게 주어진 권리라는 뜻이 강합니다.
I am entitled for love 라고 말하면, “나는 사랑스럽기에 (조건) 사랑을 받아야 해 (결과),” 라는 뜻보다는
“사랑받는 건 내게 주어지고, 내가 당연히 행사할 수 있는 내 권리야” 라는 뜻에 가깝습니다.
토니 로빈스가 지적한 점은 바로 이런 “entitlement” 죠.
사랑받는다는 자각은 정말 중요합니다.
그런데 그 어떤 조건을 충족하지 않고도, 당연히 사랑받아야 한다고 믿는 건 정말 위험합니다.
Deserve 와 entitled 를 혼동하면 안된다는 이야기에요.
사랑에 조건을 따지다니, “당신은 그 자체로 사랑스러워요” 라는 말이 있잖아요? 하고 반문하실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이 말이 이렇게 인기인건, 사실 역설적으로 현실이 그렇지 않다는 걸 반증하고 있는 것 같기도 해요.
정말 사랑은 상대방에게 무조건적으로 줄 수 있는 건가요?
한번 입장을 바꿔 잘 생각해보면, 나는 누군가에게 조건 없는 사랑을 줄 수 있나요?
친구가 나한테 사기를 치고 내 험담을 하고 남들 앞에서 나를 깔봐도 그 친구를 사랑할 수 있나요?
믿었던 연인이나 가족이 나를 크게 배신하고, 내 가치를 폄훼하고 나를 해하려고 해도 여전히 사랑할 수 있나요?
아마 굉장히 어려울 거에요.
내가 주는 사랑에는, 나도 모르게 생략된 조건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내 사랑을 받으려면, 받는 상대는 나를 배신하지 않고, 내 의사와 기분을 존중해주며, 함부로 깔보지 않아야 한다는 조건은 너무 당연하기에 조용히 생략되어 있었을 뿐, 생각해보면 당연히 딸려오는 조건이겠죠.
사실 사랑에 늘 조건은 있습니다.
그리고 깊은 사랑일 수록, 더욱 높은 조건들을 충족해오며 견고해집니다.
그렇기에 사랑은 쉽게 얻을 수 없고, 그렇기에 사랑은 귀하고 소중히 해야 하는 것이에요.
그렇기에 사랑을 함부로 아무에게나 줘서도 안되고, 우리에게 사랑을 준 사람을 함부로 대해서도 안됩니다.
그래서 부모님이나 가족이 많은 사람들에게 유독 특별한 존재인가 봅니다.
무조건적인 사랑을 주는 정말 드문 존재니까요.
타인으로부터 좋은 감정을 받기 위해서는 채워야 하는 조건이 있어요.
사랑뿐만 아니라, 신뢰, 우정, 호의 등 다른 긍정적인 감정 또한 조건을 채워야 하는 건 마찬가지입니다.
타인으로부터 이런 긍정적인 감정을 얻어내기 위해 필요한 조건들을 지키는 일을, 대다수의 사람들은 살면서 사실 꽤 많이 경험합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신뢰, 우정, 사랑, 호의 같은 인간 관계에서의 귀중한 가치를 얻기 위해선, 내가 그만큼 타인의 조건을 충족해 줘야 한다는 걸 뼈저리게 배웁니다.
그런데 이런 경험이 너무나도 부족한 경우가, 바로 온실 속 화초의 경우입니다.
사랑과 인정을 받기 위해서, 내가 어떤 조건을 충족해야 한다는 생각이 옅고, 있어도 그 기준이 굉장히 낮다보니, (이 정도 해줬으면 됐지!) 잘못된 인식이 생깁니다. “나는 나 자체만으로, 어디서든 누구에게든 수용되고 사랑받아야만 하는 사람이구나.” 라는, entitlement 의식이요.
문제는 사람들은, 특히 어른이 되어 만나는 직장에 일을 하러 온 사람들은, 행복한 나의 온실 속에 있던 부모님이나 연인, 친구와는 다르다는 점입니다.
나를 전혀 사랑하지 않고 크게 관심도 없는 사람들로 가득하고, 내가 실수를 하면 짜증을 내고, 모두가 지키는 규칙을 어기면 혼내는 이 보통의 현실에 던져졌을 때, 이 분들은 엄청난 충격과 고통을 겪습니다.
당연히 행사해야 하는 내 사랑받을 권리가, 철저하게 무시당하거든요.
거기에 더해 사회에서는 얄짤 없이 화초 분들에게 있어 매우 수치스러운 일을 요구합니다.
타인에게 사랑, 존중, 신뢰를 받기 위해 “노력을 하라” 고 요구합니다.
일을 해보신 분들은 아시겠지만, 내 맡은 일을 잘하고, 남이 맡은 일에 피해 안주는 것만 잘해도 기본은 갑니다. 그런데 여기에 더해 이 조직에서 더 신뢰와 사랑을 받아내고 싶다면, 우리는 더 노력을 해야 하죠.
좋은 인상을 남기고 싶은 상사나 동료, 거래처 직원에게, 어떻게 도움을 주고 호의를 표해서 친해질지 궁리하고, 인맥도 쌓고, 일도 열심히 해서 성과도 내보고, 최선을 다해 타인의 신뢰와 존중, 호의를 얻기 위해 노력합니다.
연인 관계에서도 마찬가지에요. 마음에 드는 이성이 있으면 그 이성이 어떤 사람을 좋아할지 궁리해보고, 어떻게 다가갈지 생각해보고, 사귀고 나서도 약속을 잘 지키고, 서로의 기분과 자존심을 배려해주고, 힘들 때 힘이 되어주는 등 연인의 신뢰와 사랑, 존중을 얻기 위해 노력하죠.
그런데 내가 사랑을 당연히 받아야 하는 권리가 있다고 생각하는 화초 분들은, 내가 그런 노력을 해야 된다는 사실이 너무 수치스럽습니다.
만약 이메일 양식을 잘못 보낸 걸로 선배에게 뭐라고 지적을 받으면, 남들에겐 “아, 이메일 양식에도 신경써야겠구나” 하고 말 일이, 이들에게는 크게 당황하고, 분노할 만한 일입니다.
“이런 사소한 걸로도 나를 수용하지 못하다니…!” 하고 큰 모욕감을 느낍니다.
그리곤 아까의 여성분처럼, 자신이 생각하는 가장 강력한 대처를 합니다. 바로 그 상대방으로부터 바로 사랑을 거두는 거죠.
“여기 사람들 다 이상해. 나는 강하게 나갈거야. 이메일 양식으로 또 뭐라고 하면 ‘뭐 어쩌라구요’ 라고 받아칠거라고!”
여기서 두 번째 문제가 생겨요.
내가 사랑을 거둔다고 해서, 그 사람들이 다르게 행동하지 않는 겁니다.
심지어 그 사실을 신경쓰는 것 같지도 않습니다.
나를 왕자나 공주처럼 대해주던 우리 가족들은 내가 이렇게 불편하고 화난 기색을 내비치면, 결국 나한테 져줬는데, 사회에서 만난 사람들은 별로 그래주지 않습니다.
뿐만 아니라 오히려 내게 주던 약간의 호의마저도 거둬가는 경우가 생깁니다.
그렇게 되면 화초 분들은 더 큰 상처를 받고, 이제 내가 뭘 더 할 수 없다는 극단적인 생각에 빠지고 절망과 우울에 사로잡히게 됩니다.
사실 정도의 차이는 있겠지만, 많은 사람들은 화초를 지켜보면서 “이거 뭐 이렇게 약해…?” 하고 속으로 궁시렁거리던 주변인의 심정에 공감하다가도, 또 어떨 때는 화초의 심정에 공감하기도 했을 거에요.
저도 그렇습니다.
사회에 처음 나갔을 때, 집에서는 귀한 자식이지만 밖에서는 딱히 안 귀한 사원이 되는 과정에서 먼지나게 털리고, 작은 질책 하나하나에도 수없이 흔들리고, 혼자 소심하게 상처받고, 미숙한 실수도 많이 저질렀고, 지금도 엄청 저지르며, 하루하루 살아가고 있습니다.
문제는 갑자기 하루 아침에 내가 온실 속 화초에서 멘탈 만렙을 찍은 천년나무로 레벨업 할 수는 없다는 거죠.
내 안에 나도 모르는 Entitlement 의식이 있다는 걸 알지만, 뭘 더 어떻게 할 수 있을까요?
이 질문에 답해주는 멋진 어구를 찾았습니다.
심리학 교수이자 작가, 브레네 브라운은 넷플릭스에 멋진 강의 영상을 올린, 인기 있는 강연자이기도 한데요, 브레네는 이렇게 말합니다.
“What separates privilege from entitlement is gratitude.”
– brene brown
해석해보면 “특권(privilege)과 권리의식 (entitlement)의 차이는 감사(gratitude)에 있다.” 라는 뜻입니다.
아주 멋드러진 문장인데, 심오한 진리를 담고 있기도 합니다.
우선 privilege 는 사전 뜻 그대로, 특권, 특혜라는 뜻입니다.
누구나 누리는 권리나 혜택이 아닌, 특별한 형태의 권리나 혜택을 말하죠.
그래서 I’m privileged! 라고 하면 나는 특혜를 받았어! 라는 의미가 되죠.
이 말은, 나는 태생부터 특별하다고 으스댈 때도 쓸 수 있지만, 또 다른 용법도 있습니다.
바로 감사를 표할 때에요.
기쁜 일이 있을 때, “I’m so privileged!” 라고 하면, “세상에, 이런 특별한 기쁨을 누리다니, 난 정말 복이 많아!” 라는 뜻이 됩니다.
“세상에, 이런 특별한 기쁨을 누리다니, 난 정말 복이 많아!”
여기서 브레네 브라운이 말한 말이 이해가 되죠.
이런 기쁨을 내가 당연하게 누려야 한다고 여기지 않고 (entitlement), 특별한 혜택(privilege)이라고 여기며 감사하는 것 (gratitude) 이죠.
그리고 여기에 바로, 우리가 온실 속에서만 겨우 행복할 수 있는 난초에서, 온실 밖에서도 행복을 찾을 수 있는 난초가 되는 비결이 숨어 있습니다.
감사하는 거에요.
여기서 말하는 감사란, 학생 때 굶고 있는 아프리카 아이들의 사진을 보여주며 억지로 감사한 줄 알라고 요구하던 것과는 다릅니다.
다른 사람과 비교해서, 내가 뭐 하나라도 더 나으니 그거로 위안받으라는 게 아니라,
내가 온실 속에서 당연하게 받던 것 중에서 사실 온실 밖에는 없는 게 뭔지를 감사를 통해 찾아 내는 게 포인트입니다.
예를 들어, 그럴 의도가 없었지만 말을 세게 해서 타인에게 나도 모르게 불쾌감을 준 경험이 있나요?
온실 안에선 불쾌한 말을 해도 주위에서 여전히 수용하고 사랑해 주었지만, 온실 밖에 나가게 되면, 싸늘한반응으로 돌아오기 마련입니다.
처음에는 내 원래 의도를 왜 이해해주지 않지? 왜 장난으로 받아들이지 않지? 하고 타인의 고지식함을 비판할 수 있겠지만, 이 때 오히려 감사를 해 보는 겁니다.
“아, 이런 말투가 밖에서는 오해 받을 수 있는데, 내 온실 (가족, 친구, 연인) 에서는 내 매력이라고 이해되었구나. 날 이렇게 깊게 이해해주려는 사람들로 둘러 쌓여 있었다니, 이건 정말 너무 감사한 일이었어.” 하고요.
그렇게 온실 밖을 비난할 게 아니라, 그간 날 사랑해준 온실에서 내가 누린 특혜에 감사하는 순간, 세상이나를 부조리하게 대한다는 억울함과 충격이 조금씩 누그러지고, 처음으로 제대로 온실 밖을 보게 됩니다.
내 주변 사람들이 내 말 한마디 한마디에 담긴 진심을 굳이 시간을 들여 이해해주는 건 사실 절대 당연한 게 아니며, 그렇기에 주변 사람들에게는 이 점에 대해 늘 감사하고, 또 밖에서는 말투를 조금 조심해야겠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여전히 차가운 거절을 마주할 때면 흔들리겠지만, 다시 안정을 찾는 과정이 점점 빨라집니다.
저는 그래서 규칙적으로 감사 일기를 쓰려고 하고 있어요.
특히 되는 일이 없고 아무도 내 편이 없는 것 같이 우울할 때 이 방법을 자주 씁니다.
오늘 하루 감사한 일을 아무거나 3개만 골라 적는 거에요.
감사하다고 해도 엄청 사소할 때가 많은데, 신기하게 쓰고 나면 기분이 나아집니다. 막 심장이 뛰고 아드레날린이 솟는게 아니라, 심장이 차분하게 데워지는 느낌이에요.
어제 제가 감사한 것 세가지는 이렇습니다.
1. 일을 마치고 산책하다 시바견을 봤는데 매우 귀여워서 행복해졌다. 내가 길가다 본 강아지로도 행복함을 느낄 수 있는 사람인 게 감사하다.
2. 친구가 내가 추천한 게임을 시작했다. 내가 즐기는 것에 관심을 가지고, 내가 추천하는 말을 믿고, 또 함께 즐기려는 친구가 있는 게 감사하다.
3. 아빠가 비타민 C를 챙겨 먹으라고 잔소리했다. 내 건강을 자기 일처럼 걱정하고, 건강한 삶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직접 비타민 C까지 사와서 먹으라고 신경 써주는 아빠가 있어 감사하다.
오늘따라 내가 너무 한심하고 나약해보여서 기분이 가라앉았다면, 10분만 앉아 (혹은 침대에 누워) 감사일기를 써보세요.
그리고 내친 김에 이번 칼럼에서 다룬 문장으로 영어 공부까지 하면 더 좋겠죠. ㅎㅎ
이번 칼럼에서 읽은 영어를 더 공부하시면서 찬찬히 소화하고 싶은 분들을 위해
1. 칼럼에서 다룬 영어 문장과 단어를 정리한 교재
2. 영어 Quote 를 써보면서 필기체 연습도 할 수 있는 calligraphy 필사 연습장
3. 매일 3가지씩 감사한 일을 써보는 감사일기,
총 3개 자료를 피터캣 홈페이지에 올려두었으니, 필요하신 분들은 다운로드해서 공부해주세요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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