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제현주 Feb 06. 2019

임팩트뉴스#11: 임팩트 밸류에이션

TPG의 임팩트 가치평가를 위한 시도와 그 시도에 대한 반응들 

TPG의 라이즈 펀드(Rise Fund)가 자신들이 임팩트를 측정하는 방법론을 하버드 비즈니스 리뷰(HBR)에 소개했다. 이들이 적용하는 평가지표의 이름은 IMM(impact multiple of money)다. 흔히 투자 승인을 받으려면 IRR이나 MOIC의 기준을 통과해야 하듯이, 라이즈 펀드에서는 IMM의 기준선 역시 통과해야 한다. 그 기준선은 2.5x. 한 마디로 1달러 투자 대비 최소한 2.5달러의 임팩트가 일어나야 한다는 뜻이다.


그 IMM을 어떻게 계산하는지는 아래 HBR 기고문에서 여섯 단계로 나누어 설명하고 있다. 재무적 가치평가(financial valuation)를 위해 기업이 가닿을 미래 비즈니스를 상정하여 그 포텐셜을 수량화하는 것과 개념상  다르지 않은 방법이다. 


재무적 가치평가가 결국 포텐셜에 대한 수치화이듯이, 임팩트의 평가에서도, 특히 에쿼티 투자자라면, 지금 당장 일으키는 임팩트가 아니라, 미래에 일으킬 수 있을 임팩트를 보아야 한다. 그리고 에쿼티 투자, 특히 초기 기업에 투자하는 에쿼티 투자가 기본적으로 높은 리스크를 감수하는 것인 만큼, 임팩트 투자에서도 마찬가지다. 기존에 없던 새로운 방법으로 커다란 규모의 임팩트를 낼 수 있는 잠재력을 가진 기업에 투자하는 게 우리 같은 임팩트 투자사의 목표여야 한다고 생각한다. 재무적 이익에만 리스크가 있는 게 아니라 임팩트에도 당연히 리스크가 있다. 임팩트 리스크 역시 감수할 수 있어야 큰 임팩트 리턴이 나온다.


라이즈 펀드의 IMM은 투자 대상 기업이 임팩트를 일으키는 'theory of change'를 기존의 사회과학 연구를 바탕으로 평가하고, 그에 따라 투자 이후에 일어날 임팩트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해 평가하는 방법론이다. 필자들 스스로 기고문에서 밝히고 있듯이 이런 식의 수량화에는 수많은 가정이 전제될 수밖에 없으며, 이에 더해, 기존의 검증된 연구를 기초로 수량화할 수 없는(그러나 더 중요할 수도 있을) 임팩트를 배제한다는 한계가 있다. 


그럼에도, 임팩트를 경제적 가치로 환산함으로써 주류 자본시장과 좀더 쉽게 소통할 수단을 갖게 된다는 점은 무시하기 어려운 장점이다. 임팩트 투자의 본질에 입각해 볼 때도, 이런 수량화 과정을 통해 투자 대상 기업의 'theory of change'를 좀더 명시적이고 구체적으로 검증하게 된다는 점은 뚜렷한 장점이 아닐 수 없다. 






HBR 기고문에서 소개하는 IMM 측정의 여섯 단계를 요약하자면 아래와 같다. 필자들은 라이즈 펀드가 투자한 에듀테크 기업인 EverFi의 사례를 들어, 여섯 단계를 설명하고 있다. 라이즈 펀드는 EverFi의 세 가지 온라인 교육 프로그램, (1) 알코올 남용 예방 교육 프로그램 AlcoholEdu, (2) 데이트 폭력과 성희롱 예방 교육 프로그램 Haven, (3) 개인 재무 기초 교육 프로그램이 임팩트를 일으키는 사업으로 규정하고, 이에 대해 IMM을 도출한 과정을 보여준다. 


1, 관련성과 규모를 평가한다. 라이즈 펀드는 EverFi의 세 가지 프로그램이 상당 수의 대학생들에게 제공될 것으로 평가했다. 세 가지 프로그램이 제공되는 대학들의 매년 등록학생 수를 추산하여, EverFi에 대한 투자가 향후 5년간 총 610만 명의 학생에게 영향을 미칠 것으로 추정했다. 


2, 목표로 삼는 사회적 또는 환경적 결과물(Target Social or Environmental Outcome)을 정의한다. 기대하는 사회적 환경적 결과물을 정의하고, 기존의 연구 및 조사를 기초로 볼 때 그 결과물이 달성 가능하며 측정 가능한지 판단한다. AlcoholEdu의 경우, 교육 프로그램에 노출된 학생의 "알코올 관련 사건" 발생 수는 11% 줄어든다는 2010년의 조사가 있었다. 국립보건원 조사에 따르면 알코올 관련 사건이 대학생 사망 사고의 총 0.015%에 해당했다. 이를 바탕으로, 라이즈 펀드는 AlcholEdu가 5년간 약 220만 명의 학생에 제공됨으로써 36명의 인명을 구할 수 있을 것으로 추산했다. Haven에 대해서도 비슷한 과정을 거쳐, 여성에 대한 성희롱 25,869건, 남성에 대한 성희롱 12,029건을 예방할 수 있을 것으로 예측했다.


3, 위에서 추산한 결과물의 경제적 가치를 추정한다. 목표 결과물을 정의한 후에는 해당 결과물을 경제적 단위로 신뢰성 있게 환산하는 데 적용할 "기준연구(anchor study)"를 찾아야 한다. AlcholEdu의 분석을 위해 라이즈 펀드는 미국 교통부가 인명 상해 감소의 가치를 측정할 때 적용하는 가이드를 기준연구로 활용했다. 이 기준연구에 따르면, 1건의 인명상해 예방에는 540만 달러의 가치가 있다. 이를 기초로 AlcoholEdu는 36명의 인명을 구함으로써 1억9400만 달러의 가치를 일으킨다. 같은 방식으로 나머지 두 프로그램의 가치를 추산하여 더하면, EverFi의 세 가지 프로그램이 일으킬 5년간의 임팩트는 총 9억3100만 달러로 추산되었다.


4, 리스크를 반영해 조정한다. 기준연구가 그 자체로 아무리 탄탄하다고 하더라도, 구체적인 투자 대상 기업에 그대로 적용하는 데는 한계가 있을 수밖에 없다. 이러한 한계에서 오는 리스크를 감안하여, 3단계에서 추산한 가치를 조정한다. 이를 위해 리스크를 여섯 가지 카테고리로 나누어 평가해 100점 척도의 "임팩트 실현(impact realization)" 지표를 도출한다. 여섯 가지 리스크 카테고리는 다음과 같다: (1) 기준연구가 얼마나 질적으로 탄탄한가(30점) (2) 기준연구가 얼마나 해당 제품 또는 서비스와 얼마나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는가(30점) (3) 기준연구가 이루어진 사회적 환경이 얼마나 유사한가(10점) (4) 기준연구가 이루어진 국가의 소득 수준이 얼마나 유사한가(10점) (5) 기준연구의 제품 또는 서비스가 얼마나 유사한가(10점) (6) 사용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가, 다시 말해, 해당 제품이나 서비스를 구매한 고객이 실제 그 제품 또는 서비스를 사용할 가능성이 얼마나 높은가(10점)

EverFi의 세 가지 프로그램에 대한 임팩트 실현 지표는 각각 85%, 55%, 75%로 도출되었다. 3단계에서 추산한 가치에 이 지표를 적용해 산출된 리스크 조정 가치는 총 5억8900만 달러였다.


5, 종료가치(Terminal Value)를 추정한다. 재무적 가치평가에서 종료가치는 특정한 추정기간 이후에도 영속하는 비즈니스의 가치를 의미한다. 따라서 대개의 재무적 가치평가에서 종료가치는 상당 부분을 차지한다. 그러나 대개 과거와 현재의 임팩트에 초점을 맞추는 사회적 투자에서 종료가치는 생소한 개념이다. 실제로 사회적 투자에서 종료가치의 존재 여부는 투자 프로젝트의 성격에 따라 달라진다. 예를 들어, 콜레라 치료약 배포 프로그램의 경우 프로그램이 끝나고 나면 임팩트도 더이상 발생하지 않는다. 그러나 태양광 발전 패널 설치를 위한 투자라면, 투자 이후에도 계속해서 임팩트가 일어나므로 종료가치가 존재한다. 

라이즈 펀드는 종료가치 산정을 위해, 5년으로 상정한 투자 기간의 마지막 해에 발생하는 임팩트 가치에 대해, 이후 5년간 (1) 아웃풋(임팩트가 도달하는 사람 수)과 (2) 그 사회적 가치가 각각 유지될 가능성을 평가한다. 두 요소의 유지 가능성이 모두 높다면 투자 기간 이후 매년 5%씩, 두 요소 모두 유지 가능성이 낮다면 매년 25%씩 감소할 것으로 추정한다. 이런 방식을 적용하여 EverFi 세 프로그램의 종료가치는 총 4억7700만 달러로 추산되었으며, 이 종료가치를 4단계에서 도출한 가치에 더하여, EverFi의 총 임팩트 가치를 110억 달러로 도출하였다.


6, 투자 금액 1달러당 사회적 수익을 계산한다. 라이즈 펀드는 EverFi의 지분 50%를 매입하기 위해 1000만 달러를 투자했다. EverFi의 총 임팩트 가치 50%인 5억3400만 달러를 위해 1000만 달러를 지불한 셈이며, 따라서 IMM은 약 5x로 추정된다.




예상할 수 있듯이, 라이즈 펀드의 이같은 시도는 환영과 우려를 동시에 낳고 있다. 임팩트 측정 및 가치평가의 논의를 좀더 넓은 논의의 장으로 끌어올렸다는 점에서 환영을 받는 동시에, 이 글의 서두에서도 언급했듯이, 임팩트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할 때 일어날 수 있는 부작용도 언급되고 있다. 이에 더해, IMM이라는 숫자 하나를 도출하기 위한 긴 과정에서 수많은 가정이 적용되며, 따라서 그 가정 하나하나마다 임팩트의 정도를 조작할 수 있는 가능성이 높다는 우려는 아마도 가장 뻔하고 예상 가능할 비판일 것이다. 


아래의 글은 라이드 펀드의 HBR 기고글에 대한 다양한 반응을 담고 있다. 이중 임팩트 투자계의 오랜 구루인 Jed Emerson의 한 마디는 따로 인용할 만하다.


“임팩트를 금전적 가치로 환산하는 것이 임팩트의 가치를 평가하는 최종 목적이 되어서는 안됩니다. 그런 환산에 초점을 맞추면 보다 광범위하고 구조적인 난제를 목표로 하는 펀드와 기업에 대한 투자를 간과하게 만들 수 있습니다.”





라이즈 펀드는 IMM 방법론을 개발하고 공론화하는 데 그치지 않고, 내부에 두었던 임팩트 평가 기능을 별도의 사업체로 분리하겠다고 발표했다. 새로운 사업체의 이름은 'Y Analytics'로 TPG뿐만 아니라 다른 투자자들에게도 임팩트 평가 서비스를 제공하겠다는 목적 아래 설립되었다. Y Analytics의 출범은 지난 1월 24일 스위스 다보스 포럼에서 발표되었다.  Y Analytics의 설립에 Bridgespan과 함께 Big 4 회계법인 중 하나인 KPMG가 함께 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단일한 기준의 재무 회계와 유사한 임팩트 회계(impact accounting)가 가능할지는 임팩트 투자 분야의 오랜 화두이며, 많은 이가 미심쩍어 하는 미래이기도 하다. KPMG의 참여는 임팩트 회계라는 키워드를 바로 떠올리게 만든다.


Y Analytics의 CEO인 Maryanne Hancock은 아래와 같은 출사표를 남겼다. 기준연구로 삼을 사회과학 연구 사례를 찾아야만 성립하는 IMM 방법론의 성격을 감안하며 이 발언을 읽자면, Y Analytics의 초점이 어디에 맞춰져 있는지를 확인할 수 있다.


"이 영역 전체에서 더 많은 연구가 일어나게끔 촉진하고, 연구를 수행하는 학자들과 투자를 집행하는 투자자들 사이의 연결고리를 발견하고 또 만들어가는 일이 Y Analytics의 역할이 되기를 바랍니다."



(끝)

매거진의 이전글 임팩트뉴스 #10: KKR, 레이스에 뛰어들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