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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J Dec 04. 2015

나와 그들의 도란스


 '도란스'라는 말을 아는가?


 Transformer의 앞 'Trans-'를 딴 말로 영어 발음이 어려운 일본인들이 쓰는 일본외래어인데, 우리에게는 흔히 '변압기'로 많이 알려져있다.


 전란 후 급속한 발전을 직접 눈으로 보고 느낀 어르신들은 아직도 전봇대 꼭대기 즈음 달린 변압기를 보고 '도란스'라고 하시는 분들이 많은데,

그도 그럴것이 과도기의 우리나라에는 110v 전압을 사용하는 일본의 수많은 기계 전자제품들이 판을 쳤다. 이때 220v를 110v로 변압해주는 '도란스'가 집집마다 하나씩은 있었다고 하는데 이를 감안해보면 어르신들이 왜 도란스도란스하는지 알만하다.


 필자는 110v와 220v를 혼용 했던 세대다. 벽에 우리에게 익숙한 동그란 2구 콘센트가 있는가 하면 항상 어김없이 그 옆에는 '11'자 모양의 110v 콘센트가 따라다녔고, 때문에 전자제품을 고를 때 110v/220v 겸용인지 아닌지도 소비자의 중요한 선택기준 중 하나였다. 조금 복잡하긴했지만 그걸 당연하게 생각하던, 뭐 그런 시절이었다.


 그런데 이 '도란스'는 비단 전기 변압에만 제한될 단어는 아닌 것 같다는 게 내 생각이다. 부여하기에 따라, 실로 거의 모든 세상에 통용될 만한 의미를 지닌 것이 이 '도란스'다. 느닷없이 근현대사에서 역학(易學)적 필로소피로 장르가 옮겨가는 느낌이 있긴 하지만, 그 지론은 의외로 간단하다.


 우리들 개개인에게는 모두 이 '도란스'가 존재한다. 이건 진짜 변압기를 소지하고 있다는 소리가 아니라, 어떤 것(여기서 '어떤 것'은 정보, 지식, 혹은 감정 등이 될 수도 있다)을 외부로의 방출 혹은 외부로부터의 유입시, 이를 수·발신하는 기준인 '도란스'가 존재한다는 말이다.

 말이 조금 복잡해졌는데, 예를 들어 무언가 꽤나 짜증이 나는 상황에서 누군가는 상황을 비관하며 욕을 하는 사람이 있는 반면 묵묵히 받아들이며 참아내는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또한 그들 도란스의 차이다. 수신의 도란스를 통해 상황을 받아들이는 정도가 각기 다른 것이고, 발신의 도란스를 통해 이것이 욕이 되어 튀어 나오거나 혹은 별일 아닌 듯 지나가는 등 반응의 정도가 각자 다른 것이다.


 결국 도란스는 개인이 받아들이고 내보내는 정도를 정하는 필터 혹은 그릇의 역할을 하는 것인데, 그 말인 즉슨 도란스의 허용범위에 따라 그 사람의 인격이 드러난다는 것과 같다.

 도란스에 과부하가 걸리면 스파크가 튀며 불이 붙듯 우리들도 과부하가 걸리면 어떤 방식으로든 반작용이 일어나니 말이다.


 종종 작(作)을 하면서 사람들의 도란스에 대해 생각하게 된다. 물론 모두 각기 다른 도란스를 가졌겠지만, 국민폰, 국민차와 같이 흔히 '국민-'이라는 접두사로 수식되는 사회의 중심관통하는 기준이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

 즉, 늘 생각하며 고민하는 요점은 내 글이나 디자인들이 가진 의미가 이 사회평균적인 '국민도란스'를 거치면서 그들에게 얼마받아들여지는가 이다.

 만일 내 도란스를 통해 나온 것이 다른 이의 도란스를 거치면서 어떤 작은 울림 조차 전하지 못한다면 그건 그저 자기만족에 빠진 허쓰레기일 뿐일 것이다.


 그럼 여기서 의문이 생긴다.

 내 도란스는 용량이 얼마일까?

 그리

 당신의 도란스 몇 볼트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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