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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J의 노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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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글쓰는J Dec 04. 2015

그래, 잘 지내

어느날 네게서 온 편지


그랬었지

내가 '아'라고 하면

넌 '어'라고 했고

내가 박수를 치면

넌 눈물을 흘리곤 했지


그랬던거야

그만큼이나 이질적이었던 우리가

그만큼이나 함께였던 것도

기적이라 생각해야지 않겠니?

지겹게도 질질 끌어왔던 과거들이

아직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때라

참 다행이야


그런데 말야

치우고 치워도

네 머리칼이 한 올씩 눈에 띄고

버리고 버려도

네 물건이 몽실몽실 튀어나와

날 괴롭히는데

그럴 때마다 가끔

니가 생각나곤 했어

내가 한 눈에 매료되었던

웃는 얼굴

네가 날 힘껏 끌어 안을 때

나지막이 내뱉던 속삭임

피곤한 날마다 한 쪽에만 생기던

어색한 쌍꺼풀까지


그치만 이상하게도 요즘엔

모든게 희미해져

네가 웃을 때

눈 사이를 찡그렸는지

나지막이 내뱉던 속삭임이

무슨 말이었는지

쌍꺼풀이 자주 생기던 쪽이

왼쪽이었는지

혹은,

오른쪽이었는지


그렇게 하루하루

물이 아래로 가듯

흘러가다보니

여기까지네

지독한 독감을

앓는 것 같더니

다 여기까지네


넌 어때?

잘 지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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