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랬었지
내가 '아'라고 하면
넌 '어'라고 했고
내가 박수를 치면
넌 눈물을 흘리곤 했지
그랬던거야
그만큼이나 이질적이었던 우리가
그만큼이나 함께였던 것도
기적이라 생각해야지 않겠니?
지겹게도 질질 끌어왔던 과거들이
아직은 추억으로 남을 수 있을 때라
참 다행이야
그런데 말야
치우고 치워도
네 머리칼이 한 올씩 눈에 띄고
버리고 버려도
네 물건이 몽실몽실 튀어나와
날 괴롭히는데
그럴 때마다 가끔
니가 생각나곤 했어
내가 한 눈에 매료되었던
웃는 얼굴
네가 날 힘껏 끌어 안을 때
나지막이 내뱉던 속삭임
피곤한 날마다 한 쪽에만 생기던
어색한 쌍꺼풀까지
그치만 이상하게도 요즘엔
모든게 희미해져
네가 웃을 때
눈 사이를 찡그렸는지
나지막이 내뱉던 속삭임이
무슨 말이었는지
쌍꺼풀이 자주 생기던 쪽이
왼쪽이었는지
혹은,
오른쪽이었는지
그렇게 하루하루
물이 아래로 가듯
흘러가다보니
여기까지네
지독한 독감을
앓는 것 같더니
다 여기까지네
넌 어때?
잘 지내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