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짜 어른이라는 말을 처음 들은 게
너댓살 쯤이었던가
매콤한 김치를 씻어 먹지 않는 나를 보며
"매운 것도 잘 먹고 이제 진짜 어른 다 됐네" 하던
어른들의 칭찬일색에 배시시 웃었지
중학교 2학년 즈음
조금씩 목소리가 걸걸해지는 나를 보며
"변성기 오는거 보니 이제 진짜 어른 다 됐네"하던
어른들의 말에 진짜 어른이 된거 같아 남 몰래 속으로 웃었지
스무살이 되던 날
서른 세번의 종소리를 들으며
"스무살이니 이제 진짜 어른 다 됐네"하던
어른들의 한마디에 오묘한 기분을 느꼈지
군대 말년 휴가 때
사회로 돌아올 준비를 하는 나를 보며
"군대 전역도 하고 이제 진짜 어른 다 됐네"하던
어른들의 말에 마음을 다잡았지
첫 월급을 받고는
거하게 밥 한끼 대접하는 나를 보며
"자기 밥벌이도 하고 이제 진짜 어른 다 됐네"하던
어른들의 칭찬에 머쓱하니 웃으며 뿌듯했지
신혼여행 다녀와서 인사드리던 날
잔뜩 긴장하고 있는 나를 보며
"결혼도 했으니 이제 진짜 어른 다 됐네"하던
어른들의 한마디에 잘 살겠다고 화답했지
첫 애가 세상에 나오던 날
눈가에 눈물이 맺힌 나를 보며
"이제 애도 생겼으니 진짜 어른 다 됐네"하던
어른들의 축하에 정말 행복해 했지
어제 저녁 가족끼리 오순도순 식사를 하는데
이제 다섯살된 아이가 매콤한 김치를 눈 질끈 감고 먹더니 연거푸 물을 마시는 걸 보고는
"매운 것도 잘 먹고 이제 진짜 어른 다 됐네"하니
아이가 좋아하며 배시시 웃었지
잠시 아이를 바라보며 생각에 잠겼다가
나도 배시시 웃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