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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스안냥 Apr 24. 2020

이상한 일기


어릴 적, 학교에서는 일기장 검사를 했다. 

빨간색 펜으로 선생님의 짧막한 글이 내가 숙제를 마쳤다는 걸 의미했다. 

그렇게 나의 일기는 형식적으로 적혀 내려갔고 선생님에게 칭찬의 한 줄을 받기위해 열심히 꾸며댔었다.


초등학교를 졸업하고 어른이 되었을 때 나는 다시금 일기쓰기를 시작했다.

별다른 이유는 없었다. 

부드럽게 써지는 0.38펜촉의 느낌이 좋아 무엇이든 쓰고 싶다는 생각이 간절했었다.

그래서 찾은것이 일기였다. 

일기의 형식은 정해진것이 없지만 무엇보다 솔직한 나의 경험과 생각들을 적는것이 일기라는 것은 안다.


하지만 나의 일기는 이상했다.

누가 볼 것도 아니고 더이상 일기검사도 하지 않을 거라는 걸 알면서도 나의 일기는 어릴 적 그 일기처럼 보기좋게 미화되고 있었다.

예를 들어 ‘나는 내 친구의 행동으로 인해 미친듯이 화가 났다. 나쁜 년! 니가 어떻게 나한테 그럴수 있지?’ 라는 생각과 감정이 들었다면,

나의 일기장엔 ‘ 친구의 행동으로 인해 화가 났지만 무슨 이유가 있었을거야. 친구니까 이해하자’.

지난 일기들을 펼쳐보면 하나같이 솔직하지 못한 내용들 뿐이다.

그래서 내가 마음의 병이 있는건가?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해 답답함이 쌓이다보니 감정적인 사람이 된건가?


다른 누구에게도 아닌 나 자신에게도 솔직하지 못하다는것은 분명 문제이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나는 어떻게 해야할까?

오늘부터 솔직하게 써보자! 라고 마음먹으면 되는걸까?


이런 나의 고민에 친구는 말했다.

" 네가 하기 싫은걸 해. 솔직하게 말하지 못하겠다는 생각이 들면 그냥 솔직하게 말해. 그게 가장 좋은방법이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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