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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Jun 03. 2021

호주흔적#18

사진으로 말해요 : 잠에 취한 첫 투어, 브루니 섬

투어의 날이다
의식을 소환하기에는 너무나 이른 아침
호바트 첫 날 예약한 투어 버스를 기다리면서 본 하늘이 아름답다
버스에 타고 의식을 차려보니 치즈 공장이 눈 앞에 있다
설명이 귀에 들어오지 않는 건 아직 갈 길이 먼 여행자인 탓이다
기록을 위해 투어 현장을 영상으로 남기고 의식을 잃는다
눈을 떠보니 버스에서 내려 어딘가로 오르고 있었다
브루니 아일랜드는 두 개의 섬으로 연결되어 있다
이 걸 보려고 왔는데 벌써 봤다는 건 투어가 끝났다는 것인가?
라는 의문이 들 때 즈음 기념품 샵에 내려준다
달고나가 들어있는 초컬릿을 시식하고
이제 집으로 가는 것인가 할 때 즈음
오전에 치즈 공장에서 생산한 치즈로 샌드위치를 만들어 준다
멋진 나무와 근사한 풍경은 덤이다
환 공포증을 일으키는 홍합의 풍경도 덤이다
공포증을 이겨내면 어느새 입맛을 다시게 되는 한국인이다
투어에 함께 한 아저씨가 어디서 구했는지 모를 녀석을 놓고 간다
밥도 먹었겠다 이제 정말 집으로 가는 것인가
할 때 즈음 등대를 향해 오르고 있었다
제주의 주상절리대가 떠 오르는 풍경이 눈 앞에 펼쳐진다
멋있으니까 한번 더 보기로 한다
꽤나 살벌한 바람을 뚫고
마침내 등대에 도착했다
굳이 오르지 않아도 될 것 같지만
굳이 올라가 보기로 한다
어쩐지 마음이 불편해지는 것은 선호하는 계단이 아닌 탓이다
더욱 거센 바람이 심호흡을 방해하지만
직접 마주하지 않으면 모르는 세상이 있다
알고 보니 투어에 포함된 음식까지 야무지게 먹고
투어에 포함된 지역 특산품 시음회까지
고루고루 야무지게 맛보고
투어에 포함되어 있으나 굴을 먹지 못하는 못난이는
투어 비 생각에 용감하게 하나를 집어 숨을 참고 삼켜본다
이제 정말 집으로 돌아가는 시간이지만
숙소 생각에 마음이 또다시 어두워지고(야옹아)
도저히 숙소로 들어 갈 마음이 생기지 않아(반가워)
어제 두번이나 찾았던 그 곳을 다시 찾기로 한다
라떼도 이태리 언니 옵빠가 해주는 건 이렇게나 다르다
아 증말 이태리 커피 부심은 인정해줘야 한다고 봐 진짜루(투어 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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