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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Enid Kang Oct 18. 2021

호주흔적#20

사진으로 말해요 : 웰링턴 투어의 날

새벽 5시 눈을 뜨고 봉고에 이끌려 새벽밥을 먹는다
웰링턴 투어의 날이다
열심히 걷다 보니 폭포가 우리를 맞는다
또 다른 폭포도 우릴 반긴다
내 기억 속 제주의 천제연이 겹쳐진다
어쩐지 제주의 곶자왈이 떠오르는 트래킹 코스다
정상에 놓인 거대한 호수에 감탄한다
하늘과 조금 가까워진 나다(해발 1450M)
익숙하면서도 낯선 자연의 질감이다
시공간 개념을 잠시 잃는다
호수 주변을 한 바퀴 돌아보고
정상 주변을 자유롭게 탐색한 후
아침의 그곳에서 준비한 것으로 허기만 달랜다
다시 봉고에 올라 정신을 차려보니 농장이다(읭?)
호구 짓 않겠노라 다짐했지만 과일의 유혹은 강력했고
호구는 아니지만 종류별로 구입한다
다시 봉고를 타고 동물들을 만나러 왔다
어쩌다 어미를 잃거나 다친 친구들을 돌보는 곳이다
"드디어 너를 만나는구나!"
"이 앙증맞고 귀여운 생명체야!"
어쩌다 악마(Tasmanian Devil)라는 이름을 갖게 된 녀석은
태즈메니아에서만 만날 수 있다
귀여운 생명체는 영상으로 봐야 제맛이다
하지만 귀엽다고 함부로 만지다간 손가락 마디가 뜯긴답니다
녀석에게 안녕을 고하고 나오는 길 수분과 미네랄을 보충한다
어느덧 투어의 최종 목적지에 다다른다
호바트와 마주하고 있는 웰링턴 산의 정상이다
조상님께 딱히 한 것도 없는데 날씨 도움을 받는다
역시나 낯선 질감의 자연이다
파노라마로 공들여 담아 본들 눈에 담은 것만 못하다
낙서 대신 그림자를 놓는다
(고맙습니다 조상님들!)
함께 보름을 달려온 친구의 그림자도 놓고 기념한다
친구의 손가락이 가리키는 곳의 풍경이 익숙하다
배터리 포인트 찌질이들은 또 한 번 미련을 쏟는다
우리도 이곳에 잠시 머물다 갑니다
잘 있어 웰링턴!
마지막 봉고에 오른다
하필 숙소에 내려준 탓에 황급히 저녁만 해결하고
당연하다는 듯 숙소를 등지고 나온다
괜찮은 바를 하나 발견한다
밤이 깊이 내리고 투어로 피곤한 몸이지만
숙소로 갈 마음이 아예 들지 않는 우리다
잔이 바뀌고 밤은 더 깊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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