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래 나라는 애는 변덕이 심하고 기분에 따라 행동한다. 따라서 때마다의 방식이 다르고 범위도 방향도 즉흥적이다. 언제 어떤 마음으로 무엇을 할지 모르기 때문에 이후 일어나는 일에 내 기분이 상하지 않도록 많은 채비를 한다. 가방엔 한 보따리씩 잡동사니들이 다 들어있는데, 그게 보기엔 별스러워 보여도 그중 하나를 빼면 꼭 필요해져 버리는 순간이 온다.
보기에도 입기에도 포근하고 따스한 체크남방이 입고 싶었다. 갑자기? 체크는 색 고르기가 어렵고 썩 어울리는 편이 못된다고 생각하여 평소 즐기는 취향은 아닌데 누가 좀 입고 있는 걸 봤더랬다. 이 변덕쟁이가 또!
나는 굉장히 감정적인 사람이라고 생각하는데, 그럼에도 이성의 지배하에 있다. 아직까지는. 자제할 수 있는 이성의 끈을 놓지 않았고 무엇이 그른 일인지 알고 멈췄다. 이제는 좀 가벼워질 것이라 다짐해도 신중하고 또 신중하다.
극심한 피로에 혀가 아리다. 몸이 붓다 못해 잇몸까지 퉁퉁 부었고 뻐근한 어깨, 굳어버린 근육은 잠시라도 힘이 들어가면 담이 와서 안 쑤시는 곳 없이 아픈데 쌀쌀한 저녁 날에 시장 포장마차에 앉아서 따뜻한 잔치국수랑 맥주 한잔하고 싶다. 술도 못하는 게 맥주 타령은. 그래도 그게 보기엔 참 시원해 보이고 달아 보이고 그런다.
내 기분처럼 변덕 부리는 날씨 덕에 볼이 달아올랐다가 얼었다가를 반복하다 기어코 피부과에서 돈을 쓰고 나와서는, 로션이고 뭐고 아무것도 안 바르고 이러고 돌아다니다니 귀찮음이 더 큰 것이 참 나다.
확실히 몸을 쓰면 스트레스가 가신다. 땀 내고 몸을 움직이면 개운해 지는 게 그동안은 잡생각이 나지 않는 것도 한몫한다. 배우고 싶은 것은 많은데 그것에 비해 왜 난 이리도 현실적인가. 가끔은 꿈을 좇는 이상주의자가 내 꿈이 되고는 하나, 그럼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나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