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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새벽달 Oct 12. 2015

너에게 물들다(이야기 열둘)

사랑이 얕았다.

집으로 돌아가기 위해 등을 돌린 그녀의 눈엔 어느새 눈물이 꽉 차 있었다.

마치 눈물이 기다리고 있는 듯, 돌아서자마자 울컥하며 모인 눈물이 흩어져 버렸다.


흩어져 버린 눈물이 땅에 흔적도 없이 사라지기도 전에 또 다시 눈물을 쏟아내기 바빴다.

억울하기도 하고 그동안 그와 함께 했던 순간이 나에게만 특별했다는 생각에 구멍난 마음에  바람이 스미는 듯 했다.     


그와 처음 마주했던 날, 아무 말도 하지 않았지만 둘을 감싸고 있던 묘한 느낌으로 엮여있었다. 그의 간단한 말 한마디에 눈웃음을 지으며 웃어주던 그녀였다.

그녀의 호감 가는 웃음과 그런 사랑스러움에 사랑에 무뎌있던 그의 심장이 말랑이기 시작했다. 구름이 걷히며 뒤에 숨어 있던 환한 햇빛이 나오듯, 꺼져있던 가슴에 그녀의 환한 웃음이 그에겐 빛이나 다름없었다.  하늘에만 떠 있는 햇빛을 가진 듯 그도 따뜻하고 밝아졌다.


표현에 서툰 그였다. 좋아한다고, 보고 싶다는 표현 따윈 그냥 입이 움직이면 할 수 있는 말이

생각했다.

마음에 담아두고 아끼고 싶다는 그였다. 그래서 그녀를 만나면 그냥 일상과 다르지 않은 그의 모습뿐이었다. 누군가를 사랑할 수 있는 마음이 남아있음에 감사하다 생각했다. 하지만 그는 감사하는 마음뿐이었던 것 같았다. 그녀 생각에는.    

 

그녀 역시 자신의 방긋 웃는 모습을 보고 제대로 얼굴도 보지 못했던 그를 보며 눈이 가고 마음이 따라갔다.  그래서 그녀의 눈에 그의 모습을 담는 시간이 길수록 그의 얼굴이 더워지는 것을 느낄 수 있었다.  어떤 마음이 시켰는지 몰라도 그를 마음에 담아야 했다.


 서로가 심장이 겹치듯 마음을 전하면 둘을 둘러쌌던 이름 모를 그 느낌이 서로를 계속 엮어 주리라 생각했다.

그런데 그녀는 자신에게 다가오지 않은 그의 마음이 궁금했다.

 

다가오는 듯 했지만, 어느새 다시 되돌아가는 듯 한 그의 마음에 마음앓이가 시작됐다.

그래서 가끔 안부를 묻고 그의 모습에 마음이 쓰인다며 연락하고 찾아갔던 사람도 그녀였다.

술이라도 함께 했던 날엔 술의 힘을 빌려 마음에 맴돌고 있던 낱말들을 풀어내기 시작했다.

"내게 올 거면 절룩이는 마음이 아닌 온전히 와 주면 안 되겠냐고. "


보고 싶다, 사랑한다, 좋아한다는 말 한 마디 들어보지도 해보지도 못했던 어정쩡한 연인사이.

처음부터 화르르 타오르는 불꽃같지는 않았지만, 늘 마음에 미열이 번지듯 안타깝고 가슴 아픈 감정은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그게 사랑인줄 알았다. 그러다 보면 어느 순간 화르르 타오를 수 있다 생각했다.     

 

사랑이 얕았구나 싶었다.

고인 눈물을 다 쏟아낸 후에야 얕았던 사랑에 마음을 쓴 자신이 한심하다고 생각하는 그녀였다.    

사랑이 얕았다. 아니 사랑이 얕아 마음이 심하게 몸살하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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