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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시스 Mar 15. 2021

자기안의 가장 아름다운 것으로 만나기.


나뭇잎을 뒤집으며 산을 달려 내려온 바람.

방앗간을 다녀오는 동네 할머니 품에 와락 안겨든다. 


아! 오늘은 바람이 좋구나!


그러나 바람은 담장 앞 장미꽃 앞에서 

멈추어서 잠시 장미를 안아준다. 


그리고 이내 

처마 밑의 쇠 물고기를 

딸그랑 딸그랑 

허공 속에서 마구 헤엄치게 만들다가 

마당을 빙빙 돌고 있다. 


아무래도 할 말이 있는 듯

 다시 장미 앞에 서서


장미 이파리 속에 가시를 조심조심 

어루만진다. 


아무리 안아 주어도 

밖으로 터져 나온 가시


바람은 매년 5월의 기억을 소환한다. 

그래도 ,

꽃은,

언제나 

누군가를 만날게 될 때는 

자기 안에 

가장 아름다운 것만을 갖고 
만난다. 

바람조차

다 안아주지 못한 

자기 안의 아픔들이 

솟아 나 있어도.


그래도 

장미는 

언제나 

자기 안에 가장 아름다운 것만을 갖고 

누군가를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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