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 그리운 그사람을 가슴에서 꺼내보며
제 몸을 향기와 거의 다 맞바꾼 파인애플이
할인 매대에 올라와 있다.
파인애플은 본디 살이 아니라 그 향기로 자신을
말하려고 살아왔다.
그러나 파인애플이 향기를 얻고 살을 잃자
파인애플은 제 값을 잃었다.
할인매대 구석에서
제값이 깍이기 시작한,
제 값의 삶이 너무도 다급해진 다른 살들을
자기 위에 켜켜이 쌓은 채로도
자기 향기를 감추지 않았던 파인애플은
덤으로 누군가의 바구니에 담겼다.
그리고 그 향기도 또 그 누군가의
살에 담길것이다.
생이란 살에게는 긴 여정이고
향기에겐 참으로 찰나간일 뿐이다.
파인애플은 살을 만들기 위해 그 긴 여정을 살아온게 아니다.
상인이 제 값을 챙기는 것을 위해 자기 살을 내어 준 것도 아니다.
할인매대.
드디어 그것을 떠난 것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