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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조슬린 Mar 24. 2022

나의 첫 해외 살이, 베이징 라이프

베이징 새댁의 3개월 차 일상

결혼 후 베이징에서 산 지 3개월 정도가 흘렀다. 1월 첫째 주에 도착해서 3주 동안은 격리로 호텔 객실 안에서만 보냈고, 격리 해제 이후 살고 있는 아파트에서 확진자가 나와 10일 정도 집안에서 격리했으니 세 달 중 한 달 이상은 꼬박 실내에서만 보낸 셈이다. 아직 많은 경험을 해보지는 못했지만, 지금까지 지내면서 느낀 중국 베이징에서의 생활 이야기를 한번 해보려 한다.


어디든 사람 사는 곳은 다 같다고, 사실 베이징에서의 생활은 한국과 크게 다르지 않다. 비행기로 서울에서 한 시간 반, 가까운 거리만큼 비슷한 문화권을 공유하고 있어 적응하는 데도 큰 어려움은 없었던 것 같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조금 달랐던 점이라고 하면..


베이징의 의식주 물가

베이징의 식품 물가는 대체적으로 한국에 비해 훨씬 싼 편이다. 특히 큰 땅덩어리를 자랑하는 나라답게 땅에서 자라는 모든 농작물, 육류가 저렴하다. 집 앞 마트에서 샤브샤브 2~3인분 용으로 소고기 500g, 알배추, 대파, 버섯, 양파, 청경채, 숙주, 그리고 귤 한 봉지 등 장바구니 터지도록 푸짐하게 사도 한국 돈으로 2만 원이 채 되지 않는다. 한국에서 장을 자주 보지 않아서 물가를 정확하게 비교하기가 어렵지만, 배민 B마트에서 비슷하게 담아보니 거의 두 배 정도. 이 정도면 한국에서 자취할 때 혼자 배달음식 한번 시켜먹는 돈으로 더 건강한 음식을 두세 번 먹을 수 있을 정도의 물가다. 외식을 할 경우, 메뉴마다 다르지만 보통 덮밥이나 우육면 같은 종류는 한 끼에 6~7천 원 선이고, 배달시킬 경우 인건비가 한국에 비해 싸다 보니 배달비가 한국에 비해 저렴한 편이다. 단, 스타벅스나 맥도널드 등 해외 브랜드는 메뉴 가격이 한국과 비슷한 수준이니 중국인들 입장에서는 사치라고 느껴질 수도 있겠다. (한국에서도 스타벅스를 마시면 된장녀 된장남 소리를 듣던 시절이 있었으나 지금은 로컬 카페가 더 비싼 수준인 걸 보면 한국 물가가 많이 오르긴 했다.)


옷이나 신발은 가격이 천차만별이지만, 분명한 것은 한국보다 싼 제품이 훨씬 많다. 물론 한철 입거나 신고 버리는 수준인 듯해서 웬만하면 너무 싼 제품은 사지 않지만, 비슷한 퀄리티라도 역시나 인건비 덕분에 싼 편이다. 그리고 폴로, 라코스테 등 유명 브랜드의 스타일과 로고를 비슷하게 따라 해서 만든 짝퉁 브랜드들이 오프라인 쇼핑몰에 버젓이 들어와 있다. 완전 카피까지는 아닌데 킹 받게 비슷한 수준.. 가격은 역시나 삼분의 일도 안된다.


전반적으로 낮은 물가에도 불구하고 베이징 생활이 호락호락하지 않은 이유는 주거비용 때문이다. 베이징 시내 월세 가격은 정말 미친 듯이 비싸다. 내가 지금 남편과 둘이 살고 있는 12~15평짜리 복층 원룸은 한국으로 따지면 서울 끝자락, 거리 상으로 따지면 일산 정도에 위치한 베드타운인데 월세가 80만 원 정도다. 베이징 중심가로 갈수록 비슷한 조건의 방이 200만 원 가까이한다. 30평대 아파트는 350만 원 이상. 빈부격차가 심할 수밖에 없는 구조다. 그래서 돈 없는 학생이나 사회초년생들은 거실과 부엌, 화장실을 공유하는 형태의 셰어하우스를 많이 이용한다.


중국에 대한 편견 vs 현실

내가 중국에 오기 전부터 몇 년 간 먼저 살았던 남편은 나의 기대치를 미리 낮춰놓기 위해.. 중국에 대해 안 좋은 이야기를 많이 했다. 예를 들면 길거리에는 개똥이 차고 넘치고, 지하철에서는 매일 어깨빵을 당하며, 쩍벌남, 시끄럽게 통화하는 무개념 시민, 무단횡단이 일상이지만 거리에서는 보행자보다 차량이 우선인 점 등.. 거기에 한국 언론에서 비치는 중국인들의 갖가지 만행(?) 들로 이미 많은 편견을 가진 채로 베이징에 도착했다. 한마디로 중국인들은 남의 눈치를 보지 않을 거라는 편견이었다.


그런데 실제로는 베이징 시내는 생각보다 깨끗했고 지하철에서도 사람들은 비교적 조용하고 질서를 지키는 모습이었다. 그런데 이건 자발적 공공예절이라기보다는 권력의 눈치를 엄청 보기 때문인 것 같았다. 우선 지하철을 예로 들면, 지하철 칸 안에 항상 ‘공안’ 조끼를 입은 사람들이 돌아다니면서 순찰을 도는데, 사람들은 떠들다가도 공안이 주의를 주면 입을 다물었다. 그리고 지하철 역에는 군복을 입은 군인들이 곳곳에 서 있고 (한 번도 무슨 일을 하는 것은 본 적은 없다.) 입구마다 위험물을 소지했는지 검사하는 엑스레이 가방 검사대와 몸수색을 하는 공안들이 있는데, 그들의 존재만으로도 일단 권위주의적인 분위기를 풍기기 때문에 누구라도 본성이 약간 누그러지는 듯했다.


그리고 지금 사는 아파트에 코로나 확진자가 나왔을  아파트 입주민 전체가 자가격리를 해야만 했는데, 그때도 느꼈던 점이 사람들이 굉장히 고분고분(?)하다는 점이었다. 정확한 확진자 발생 경위나 동선  주요 정보 공지 없이 일단 격리시킨 다음에 한밤중에 아파트 로비를 펜스로 용접을 해서 막는가 하면, 일요일 아침 8시부터 모두 코로나 검사를 받으러 1 로비로 나오라고 집집마다 문을 쾅쾅 두드리기도 했다. 한국에서는 겪기 힘든 강제성에 우리 부부는 굉장히 불쾌하고 짜증이 났던 반면, 중국인들은 오히려 이러한 조치를 비교적 편안하게 (오히려 안전하다는 ) 받아들이는 듯했다. 비몽사몽간에 코로나 검사를 받으며 한국에   자각하지 못했던 자유 민주주의가 뭔지 조금 깨달았다.  




아직 중국과 베이징에 대해 모르는 것이 많지만, 적어도 한국에서 색안경을 끼고 볼 때와는 다른 여러 가지 모습들을 발견해가는 일상이 흥미롭다. 오히려 해외에 나와서 한국의 현실을 좀 더 객관적으로 조망할 수 있게 된 것 같아 의미 있기도 하다. 앞으로도 내가 보고 경험하고 느낀 중국과 베이징을 이곳에 자주 남겨놓으려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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