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 2013년 늦여름 어느 날이었을 거예요
봉황고성이라는 멋진 이름의 마을에서였죠
그땐 무슨 배짱이었는지
가이드북 한 권 달랑 들고서 여행을 떠났었어요
종점에 도착한 버스에서 내릴 때는 꽤나 당황스러웠죠
가이드북에 표시되지 않은 곳에 내려졌거든요
봉황고성은 지방의 작은 관광도시니까
영어 소통이 가능한 사람을 찾기 어려울 것이란 생각은 편견은 아니겠죠
숙소까지 어떻게 가지 생각에
늦여름의 뜨거운 햇살 아래 등줄기를 따라 한 줄기 진땀이 흘렀습니다
그때 당신이 다가왔습니다
아주머니
언어는 통하지 않았지만
나의 방황은 내가 이방인임을 나타내기에 충분했겠죠
가이드북에 나온 숙소를 손으로 짚어 보였더니
고개를 끄덕이며 따라오라고 합디다
엉뚱한 곳으로 데려가 해코지를 하지는 않을지
과도한 액수의 길 안내 수고비를 내라고 하지는 않을지
조금 걱정되긴 했지만 그래도 그녀 뒤를 따라갔죠
달리 방도가 없었거든요
몇 분 걸었을까
숙소까지는 그리 먼 거리가 아니었어요
아주머니는 내게 환한 미소를 짓고는 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가버렸어요
아마도 ‘여기가 네가 찾던 숙소야’라는 의미였겠죠
인파 속에 뒤섞여 모습을 분간하기 어려울 때까지 당신의 뒷모습을 바라보았습니다
미안해요, 아주머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