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에 이어 오늘도 동네 공원을 걷고 왔다. 어제는 30분만 걸었는데도 기분이 좋아서 오늘은 아예 본격적으로 한 시간을 걸었다. 8시 10분쯤 나갔더니 공원에는 벌써 사람들이 많았다. 걷거나 뛰거나 농구를 하는 사람들, 강아지와 산책을 나온 사람들, 음악을 듣거나 이야기를 하거나 배드민턴을 치는 사람들. 나는 어둑어둑한 공원을 빠르지 않은 속도로 걸었다. 길에는 땅 위로 올라왔다가 말라버린 지렁이의 사체들이 널브러져 있었다. 나는 그것을 밟지 않으려 조심했다.
공원 걷기는 너무나 좋았다. 헬스장처럼 다른 사람을 의식하면서 운동복을 갖춰 입지 않고도, 내 몸과 타인의 몸을 비교하지 않고 편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걸었다. 조명이 많이 켜져 있지 않기 때문에 타인의 얼굴을 자세히 살필 일도, 누군가 내 얼굴을 볼 일도 없다는 점도 좋았다. 나는 버즈를 귀에 꽂고 한 손에는 휴대전화를 들고 알앤비 음악을 들으면서 8바퀴 정도 걸었다. 한 바퀴를 걷는 데는 7~8분 정도가 걸렸다. 빠른 걸음으로는 6분까지 단축할 수 있었다. 걷다 보면 아주 가끔 훈풍이 불 때가 있는데, 그럴 때면 기분이 날아갈 것만 같았다. 바람이 아주 부드럽고 좋았다.
집에 돌아와서 바로 미지근한 물로 샤워를 했다. 땀을 좀 흘린 지라 갈증이 나서 달콤하고 차가운 뭔가를 마시고 싶었다. 아까 오후에 배송 온 딸기 주스를 냉장고에서 꺼내 컵에 한가득 따라 꿀꺽꿀꺽 마셨다. 사람들이 이런 맛에 운동을 하는구나, 새삼스레 느꼈다.
휴가가 끝나면 매일 이렇게 걷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최대한 매일 걸으려고 노력해 볼 것이다. 그러면 남산만 한 내 뱃살도 좀 들어가지 않을까? 다이어트를 해야 하기는 하지만, 다이어트를 목적으로 걸은 건 아니다. 그냥 여름밤에 땀을 흘리며 가뿐하게 걷는 게 여유롭고 평화롭고 좋다. 허리가 잘록해지는 건 덤으로 얻을 수 있는 효과면 좋겠다.
나는 여름보다 겨울을 좋아하지만, 동네 공원을 걷는 일은 겨울보다 여름이 시기적절한 것 같다. 딸기 주스 한 컵 더 마시고 유튜브 좀 보다가 자면 딱 좋을 밤이다. 이런 식으로 남은 여름을 나다 보면 멋진 가을을 맞이할 수 있겠지. 뜨겁고 무더운 여름에 지지 않을 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