8월이 되었다. 7월에 나는 단편 소설의 초고 하나를 완성했다. 여름을 심하게 타는 체질인지라 체력적으로나 정신적으로, 여러모로 힘들었지만 그래도 잘 견뎠다. 7월보다 더 무더운 8월이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알면서도 7월이 빨리 지나가기를 바랐는데 7월은 너무나 길었다. 길어도 너무나. 하지만 길었던 7월도 끝났고, 지나가버렸다. 그리고 정말 아주 무더운 8월이 어제 시작된 것이었다. 어제 나는 기분이 좀 좋았다. 8월은 일 년 중 가장 뜨거운 달이지만 이 8월과 9월, 두 달만 잘 보내면 서늘한 가을과 차가운 겨울이 올 것이라는 기대감 때문이었다. 그래서 더워도 힘이 좀 났다.
어제는 친구와 저녁을 먹고 짧은 밤 산책을 하면서 친구를 배웅하고 돌아왔다. 30분 정도 걸었던 것 같은데 얼굴에 땀이 송골송골 맺혔다. 강렬한 햇빛이 없는 여름밤에 하는 산책은 오랜만이었는데 생각보다 더 기분이 좋아져서 이제부터 매일 밤 9시부터 10시까지 한 시간 동안 동네 공원을 걸어야겠다고 다짐하게 되었다. 여름밤 산책은 뜨거운 자외선을 피할 수 있고, 땀을 적당히 내기에도 좋아서 내 건강에도 기분 전환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이다.
7월에 나는 많은 부분에 있어 약간씩 불안했다. 자다가도 자주 깼고, 일어나서는 쉽게 잠들지 못해 책을 붙들고 읽던 밤, 새벽이 여러 날 있었다. 여러 가지 걱정과 고민으로 뒤척였고, 그러는 반면에 몸은 많이 둔하고 느려져 셔 뭔가 효율성이 떨어지다고 느꼈다. 그런데 거짓말처럼, 8월이 되자마자 내 기분은 호전되기 시작했다. 어떤 기대감으로 충만해졌고, 불안이 진정되는 느낌을 받았다. 7월에 했던 8월에 대한 걱정은, 막상 8월이 되자 사라진 것이다. 힘들고 루즈했던 7월을 지나왔으니 8월 역시 조금 힘들더라도 잘 지낼 수 있을 거라는 자신감이 조금 생겼다. 지금까지 해 온 것처럼 견뎌보자고, 차근차근해보자고, 불안하더라도 담담히 받아들이자고, 대체로 인내하고 가끔은 크게 웃자고 생각하니 갑자기 몸도 생각도 가뿐해졌다.
7월 말에는 많이 외로웠다. 그리고 고독했다. 혼자이면서 외롭지 않다는 거짓말, 고독을 즐기고 있다는 거짓말, 혼자라는 것에 익숙해져서 괜찮다는 거짓말이 늘었다. 무성한 여름처럼 거짓말도 쑥쑥 자랐다. 밤이란 오묘해서 혼자인 사람의 마음을 들었다 놨다 했다. 밤에는 곧잘 싱숭생숭해졌다. 결국 나는 끝까지 진심을 내보이지 않는 사람일 것이다. 솔직하게 표현하지 못하는 사람일 수도 있다. 그게 나라는 걸 올여름에 알게 되었다.
8월이 순탄치 만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하지만 선택하기 전에 고민하고 바로잡을 시간이 충분히 있다면, 나는 괜찮을 것이다. 결국 이제는 중요한 게 시간이다. 어쩌면 순탄하게 보낼 수 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걱정과 기우가 현실이 되지 않도록 노력할 것이다. 그리고 비로소 가을이 되면, 여름 한 철 잘 살았다고 말하며 숨을 크게 들이마셨다가 쉴 것이다. 그렇게 시작되는 가을에 나는 어느 카페에서 따뜻한 커피와 달콤한 케이크를 앞에 두고 어쩌면 이렇게 시작되는 일기를 쓰고 있을지도 모른다.
'가을이 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