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가 쨍쨍한 대낮에 붉은 얼굴로 길을 걷는 사람을 두 명이나 본 하루였다. 출근하면서 도서관에 들러 책을 반납하는 길이었다. 덥다. 너무 더워, 하면서 손부채질을 해 봐도 후끈한 바람만 불뿐 소용이 없었는데, 앞쪽에서 여고생 두 명이 걸어오고 있었다. 오른쪽의 표정은 밝고 환했는데 왼쪽의 눈두덩이가 빨갛고 눈시울이 붉다. 스치면서 언뜻 보니 눈물이 맺혀있는 두 눈. 처음엔 땀이 흐르는 건 줄 알았다. 이렇게 더운 날, 눈물을 땀처럼 흘리며 걷는 청소년과, 그런 친구는 아랑곳없이 밝은 미소를 짓고 옆에서 걷는 다른 소녀의 모습.
무슨 일인지 묻고 싶을 정도로 사연이 궁금했지만 나도 저땐 저랬지, 하는 생각밖에 할 수 없이 짐짓 이해하는 척하며 나는 내 갈길을 갔고.
도서관 1층 무인반납기에 책을 넣고 나와 이마트 앞 횡단보도를 건너는데, 맞은편 이마트에서 나오는 키 작고 배가 불룩한 젊은 청년. 검은 반팔 티와 검은 반바지에 검은 크록스. 그런데 어라, 다시 보니 얼굴이 붉었다. 왼쪽 볼 전체가 누구한테 뺨을 맞은 듯, 눈 바로 위쪽 이마는 빨간 멍이 크게 들어 있다. 청년의 얼굴을 본의 아니게 확인한 나는 흠칫 놀라고 만다. 청년은 나를 지나쳐 뛰어서 횡단보도를 급히 건넌다. 자신의 붉게 멍든 얼굴을 길 가던 행인에게 보이는 게 창피해서 뛴 걸까.
어디서 누구와 싸웠을까. 아니면 일방적으로 맞기만 했을까. 청년의 표정은 붉은 멍에 비해 아무렇지도 않아 보였는데 붉은 멍이 너무 아파 보여서 마음이 쓰렸다.
8월을 일주일 앞둔, 열기 가득한 한낮의 여름에 내가 길에서 본 젊은이들은 눈물을 뚝뚝 떨어뜨리거나 맞아서 부은 얼굴로 급하게 걷고 있었다. 도대체 무슨 일들이 일어나고 있는 걸까. 아주 오래전에 나도 몸에 푸른 멍이 들어 본 적이 있었고 어떤 일 때문인지 눈물을 흘리며 걸어 본 적이 있었다는 사실을 떠올리면,
타인의 우는 모습과 멍자국은 눈길을 끌기에 충분했다.
부디 그들의 내일은 오늘과 같지 않길.
당신의 내일이 빛으로 가득하길. 마음으로 빌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