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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환별 Aug 07. 2024

휴가가 끝나고

재정비

9일을 쉬고 출근한 사람답게 오늘 나는 굉장히 말갛고 해사한 얼굴이었던 것 같다. 일주일 만에 보는 아이들의 얼굴이 마냥 예뻤고, 반가웠다. 무더운 날씨와는 별개로 내 마음은 산뜻했다. 아침 9시 10분쯤 출근해서 저녁 8시 30에 퇴근했다. 오전 특강이 시작되는 첫날이라 학원에 오래 머물렀고, 체력적으로는 힘에 부쳤지만 마음만은 정말 밝았다. 종일 커피만 마시고 굶었다. 저녁에 돌아왔지만 배달 음식을 주문할 기운도 없고 생각도 없어 간단히 요구르트와 자두 한 알로 때웠다. 이래서 사람은 휴식기가 필요한가 봐, 생각했다. 리프레시된 기분이 확실히 느껴졌기 때문이다. 더 잘해야겠다고 생각했다. 더 진심으로 해야겠다고. 이 마음이 퇴색되지 않고 오래갔으면 좋겠다는 바람이다. 마음이 기운차니 몸이 힘들어도 버틸 만하다.

퇴근하는 길에 페이스북에 게시된 타인의 글들을 훑어보았다. 오늘따라 '사랑'에 대한 소회가 많이 보였다.

많은 이별이 오해에 빚지고 있다는 걸 알았다면, 왕년의 사랑이 그렇게 쉽게 끝나지는 않았을 텐데 하는 생각을 했다. 하지만 어쨌든, 지난했던 과거의 연애담 따위는 이제 끌어안고 살지 말자고 생각했다. 오늘 아침에 출근하면서 카페에서 마주친 그 사람이 생각났다.

여기까지다. 그뿐이다. 이게 다라는 것.


사랑도 연애도 애인도 늦게 성숙하는 나를 기다려주지 않았다. 이제는 나를 기다리는, 나에게 관대한 이에게 마음을 맡기고 싶다. 그냥 그렇다는 것일 뿐이다.


차가운 맥주 한 캔 마시고 잘까 잠깐 고민했지만 오늘은 그냥 자야겠다. 솔직히 너무 피곤하다. 그리고 나에게는 내일도 오늘만큼 잘 살아내야 할 의무와 책임이 있다. 맥주 한 캔에 뭐 이렇게 비장할 일인가 싶지만, 아껴 놓는 거다. 힘을, 비축하는 거다. 고요한 잠자리와 지긋한 숙면을 위해 나중으로 미루는 거다.


외롭지만 평화롭다. 평온한 오늘이 고맙다. 내일도 무사히 지나가길 바랄 뿐이다. 아니 무사한 것만으로는 만족스럽지 않을 것 같다. 충만하기까지 했으면 좋겠다. 노력하겠다, 내일도.


모두 애쓰셨습니다. 굿 나이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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