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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유랑 Jan 14. 2022

22년 1월 14일의 꿈

집에 오니 아기호랑이가 있었다.
어떻게 집에 왔는지는 모르겠다.
아마도 뒷산에 살던 녀석이 잠깐 내려온게 아닐까.
옅은 갈색의 배경에 옅은 검정으로 문양을 그린 녀석.

하는 짓이 강아지와 다를게 없다.
꼬리를 흔들며 달려와서는 여기저기 막 핥아댄다.
‘먹잇감의 맛을 보려는건가’ 하고 생각하다가도
쪼그만한 녀석의 덩치를 보면 그저 귀여움에 웃음밖에 안나온다.



그 작은 녀석이 내 눈 앞에서 죽어간다.
시름시름 앓더니 이내 푹 쓰러져 기침을 한다.
짐작컨대 나와 놀다가 감기를 옮았지 않았을까.
갑자기 죄책감이 몰려오지만, 덩그러니 버려진 이 동굴 속에서 내가 이녀석을 위해 해줄 수 있는 일이라고는 그저 편안한 죽음을 기도하는 일 뿐이다.

힘이 풀려 제대로 가누지도 못하는 머리맡에 베게를 들이미니 녀석이 머리를 들어 기댄다.
그리고는 나를 향해 웃어준다.
걱정하지 말라는 듯.
자신이 보여줄 수 있는 가장 밝은 웃음을 보여주고는 피곤했는지 이내 눈을 감고 잠이 든다.

녀석의 가슴팍 위로 따뜻한 햇살이 내려왔지만, 차가워지는 녀석의 체온을 데워주지는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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