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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맑은구름 Jun 23. 2022

탑건: 매버릭, 완벽한 계승

column review

Intro

한 편의 영화를 잘 만들기도 대단히 어렵지만 한 시대를 대표하는 영화의 속편을, 그것도 35년 만에 만든다는 건 도박에 가까운 일이다. 하지만 뱀파이어인게 거의 확실한 톰 크루즈에게 이 정도 도박은 식은 죽 먹기인 것 같다.


이야기의 완벽한 계승

많은 속편들이 빠지는 함정은 항상 이야기에 있다. 완벽하게 마무리된 서사일수록 무슨 얘기를 해도 억지가 느껴지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탑건: 매버릭>은 버릴 것은 버리고 취할 것은 취하며 개연성의 한계를 부드럽게 넘어선다. 영화는 매버릭의 나이와 세월을 부정하지도, 그렇다고 변한 것들을 과하게 몰아넣지도 않는다. 하지만 환경이 아무리 잘 깔려도 캐릭터가 약하다면 허점은 생기기 마련일 텐데, 이 작품에는 톰 크루즈가 있다. 그렇다. 그는 이 시리즈에서 살아있는 이야기 그 자체다. 그러니 그가 올바른 방향으로 나간다면 이야기가 계승되는 것은 당연하다. 엘리트 전투기 조종사들이 팀워크를 다지고 미션을 수행하는 이야기는 도대체 특별할 것이 없다. 서사의 플롯은 1편의 그것과 다르지 않아 전작의 팬들이라면 지루함마저 느낄 법도 하다. 하지만 톰 크루즈는 이 모든 것을 특별하게 만든다.

이야기


액션의 완벽한 계승

1987년 개봉한 <탑건>은 당시 전무후무한 공중액션을 선보이며 하나의 장르가 되었다. 그리고 <탑건: 매버릭>은 스스로 이 장르의 계승자이자 적자임을 증명해 보였다. '손에 땀을 쥐는', '눈을 뗄 수 없는', '지금까지 본 적 없는'같이 어디 잡지 같은 곳에 흔하게 나오는 수식어들은 이 영화를 위해 존재했다는 것을 오늘에야 깨달았다. 비행기 타고 날아다니고 비행기끼리 싸우는 걸로 뭐 대단한 액션이 나오겠냐고? 그 어려운 걸 톰 크루즈는 기어이 해낸다. <탑건: 매버릭>의 공중액션은 <탑건>이후 최고다. 정말 좋은 액션은 장르를 넘어선다. 그래서 <탑건: 매버릭>은 단순히 좋은 공중액션 영화가 아니라 좋은 액션영화까지 올라섰다. 만약 당신이 1년에 영화관에서 감상하는 영화가 1, 2편 정도라면 이 영화가 바로 그중 한편이 되어야 마땅하다.

액션


톰 크루즈의 완벽한 계승

<탑건: 매버릭>이 완벽한 즐거움을 주는 이유는 다양하지만 모든 것의 시작과 끝은 역시 톰 크루즈로 점철된다. 애당초에 영화의 부제가 '매버릭'인 것부터가 그렇다. 이 영화는 매버릭의 과거와 현재를 이어주고, 매버릭의 여전한 실력을 보여주고, 매버릭과 주변 인물들의 관계로 마무리된다. 톰 크루즈는 본인이 곧 영화가 됨으로써 35년 전 매버릭을 스스로 계승한다. 1987년 매버릭의 젊음, 패기, 사랑은 2022년 매버릭의 고뇌, 경험, 사랑으로 계승된다. 한 명의 배우가 35년을 뛰어넘어 온전히 같으면서도 대단히 다른 캐릭터를 훌륭하게 연기하는 것을 보는 경험은 진귀하다. 이 영화에서 톰 크루즈가 제대로 계승하지 못한 것은 얼굴에 늘어났어야 할 주름살뿐이다.

톰 크루즈


전작의 완벽한 계승

결론적으로 <탑건: 매버릭>은 전설이 된 전작을 완벽하게 계승한 속편이다. 전편의 유산은 누가 봐도 흐뭇하게 존중되었고 노병이 된 매버릭의 이야기는 여전히 매력적이다. 무엇보다 이 영화가 지녀야 할 필수충분조건인 액션은 더할 나위 없이 완벽하다. 이렇게 많은 것이 완벽함에도 클라이막스 부분에서의 작위적 설정이나 전편의 히로인이었던 켈리 맥길리스의 부재가 굳이 찾는다면 아쉬운 점일 수 있겠다. 하지만 그 정도 아쉬움이 있으면 어떤가? 롤러코스터를 타면서 안전바 손잡이 색깔이 중요하지 않은 것처럼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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